강원도 철원, 더 갈 수 없는 군사분계선에 다녀왔다. 군에 있는 친구의 초청으로 몇이 함께 가 승리전망대에서 북녘을 둘러보고, 계곡에서 잘 여문 다래를 땄다.
우리에게는 휴전선 북단, 그들에게는 남단인 우리 조상들의 땅, 바라볼수록 일본이 원망스럽다.
이 휴전선이 생긴 이유를 따라가보면 미국과 러시아의 탐욕이 보이고, 일본의 침략 근성이 느껴지고, 고종 이재황의 무능이 한스럽고, 조선조 관리들의 개똥철학이 저주스럽다. 불쌍한 우리 겨레, 언제나 돼야 저 놈의 철책선 무너뜨리고 자유왕래를 할까. 제발이지 나 늙기 전에 통일되어 북녘 땅 구석구속 아픈 상처 보듬어줄 수 있게 되기를...
- 여기까지는 모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 전망대 유리창 밖으로 카메라를 내어 찍었다.
바라볼수록 속이 답답하여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다.
- 대성산
- 공기가 맑으니 하늘도 더 파랗다.
- 전쟁의 상처를 딛고 주렁주렁 열린 군사전용도로 가의 다래
* 추가
사실 우리 아군 초소를 찍으면 사진이 멋드러지게 나올 법한데, 보안상 찍을 수가 없다. 친구가 부사단장이라도 못찍는다. 그래서 승리 부대 관련 사진은 하나도 없었는데, 친구가 초소를 빼고 부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주었다. 난 군 복무를 보급부대에서 했기 때문에 최전방 경계 근무 경험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기 맑고 하늘 파란 비무장지대에 펼쳐진 초소에 총 한 자루 어깨에 메고 가슴에 수류탄 달고 서 있으면 저절로 도인이 될 것만 같은 분위기다. 이렇게 평화로운 땅에 때때로 총격이 일어나고, 한때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던 곳이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하기야 문밖이 곧 저승길이란 말도 있는데 이승저승이 따로 있기나 한 건가.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이 막중한 경계 임무를 맡겨놓고 편안하게 후방에서 생활하는 내가 미안하다. 전쟁이 나더라도 내가 아니라 이 젊은이들이 목숨 바쳐 싸울 것이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나도 저런 시절을 지냈지만 볼수록 늠름하다. 고맙다. 내 친구는 그 나이에도 철모 쓰고 군복 입고 최전방 지휘관으로 있다. 우리는 지겹다고, 혹은 두렵다고 하는 전선을 그는 수십년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할 말이 없다.
- 유엔기가 태극기와 함께 펄럭인다.
육이오전쟁을 치른 유엔군이 휴전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아직도 전선은 유엔군 관할이다.
- 병사들 옆에 지운 흔적은 보안 구역인 듯하다. 이병들이란다.
내 친구는 수십년 교사 생활한 분들이 1학년 아기들 맞는 것처럼 이병만 보면 애지중지한다.
- 병사들은 종종 이런 사진 찍어 애인이나 부모에게 보내지만 보는 이는 멋있다고 보지 않고 도리어 겁을 낸다.
휴전선에서 어떤 충돌도 일어나지 않고, 복무 기간 내내 맑은 공기 마시며 도 닦다 전역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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