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에 아주 맛있는 술을 담그는 도가집이 있었다.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런만큼 잡상인, 건달, 포졸 따위가 드나들며 푼돈을 뜯어갔다.
화가 난 주인은 어디서 맹견 한 마리를 데려다 대문에 매달아두었다. 잡상인, 건달, 포졸이 오면 이 사나운 개는 마구 짖어댔다. 주인은 문틈으로 실눈 뜨고 내다보아 상대가 잡상인, 건달, 포졸이면 일부러 모른 척하고 개가 짖어대도록 방치했다. 다만 손님이면 얼른 나가서 사나운 개를 진정시키고 안으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손님이 자꾸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 도가집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답답해진 주인이 사람들에게 왜 술을 안사가냐고 물어도 다들 대답이 없었다.
"내 술이 맛이 없어?"
"아니. 맛있지."
"그럼 왜 손님이 없지?"
"......"
"넌 왜 안사는데?"
"......"
대놓고 물어보면 말을 못하는 게 장삼이사의 심리다.
아무리 무능력한 사람이라도 "내가 바보로 보이냐?"고 물으면 "예."하고 대답할 사람이 없다.
전두환이 "내가 독재자냐? 내가 살인자냐?" 물을 때 누가 감이 "예!"하고 대답할 것이며, 김정은이 북녘 동포들 붙잡고 "내가 나이 어리니까 만만하게 보이지?"하고 물어 "예!"하고 대답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가끔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
어느 날, 낯선 손님이 술을 사러 왔다가 역시 발길을 돌렸다. 주인이 그걸 보고 깜짝 놀라 그 손님을 뒤쫓아가 물었다. 얼굴 아는 동네사람은 진실을 말해주지 않으니 멀리서 온 손님에게 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 왜 술을 사시려다 그냥 가십니까?"
"누구요?"
"도가집 주인이지요."
"그 집 개가 너무 사납게 짖어대고 시뻘건 눈깔을 부라리길래 기분 나빠 나왔소."
"아니, 술이 맛있으면 되지 개가 왜 상관입니까? 그놈이 얼마나 순한데요."
"주인한테 순하지 않은 개가 어디 있소? 개새끼야 주인을 섬겨야 밥 얻어처먹으니 주인에게야 순한 척하는 법이지요. 그 개를 며칠만 굶겨보시오. 주인도 물어뜯을 거요."
"아니, 그럼 하찮은 개 한 마리 때문에 술을 안산단 말이오? 도가집 하다 보면 동네 건달들이 드나들고, 포졸 놈들도 기웃거리며 공짜 술 얻어가려 하고, 잡상인도 드나들어 할 수없이 사나운 개를 대문에 묶어둔 거요. 나한테는 얼마나 싹싹하고 꼬리 잘 치는데요?"
"주인한테만 싹싹하지 손님에게는 사납잖소? 악귀 저리가라 짖어대는 걸 못보셨소? 때려죽이고 싶더만!"
"건달, 포졸한테만 사납지요."
"어찌 건달, 포졸에게만 사납겠소. 대문에 저토록 사나운 개를 두다니,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격이오. 당신 운을 저 개새끼가 막고 있는 거요! 말귀 못알아먹으니 난 다른 도가집 찾아가오."
주인은 그제야 손님이 없어진 이유를 깨달았다. 하지만 이 주인은 사나운 개를 얼른 치우지 못했다. 개를 치우면 또 건달, 포졸들이 드나들까봐 두려운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이 주인은 결국 손님이 영영 끊어져 망하고 말았다나 어쨌다나.
- 개가 사나운 것은 주인의 위세를 믿기 때문이다.
* 사나운 개 족보
이승만의 이기붕 -> 이기붕은 자살하고 이승만은 하야당한 뒤 강제 출국
박정희의 차지철 -> 둘이서 한 자리에서 총 맞고 비참하게 사망
정조 이산의 홍국영 -> 노론 벽파 결집시켜 결국 정조는 요절
유비의 장비 -> 장비가 잠자다 부하에게 맞아죽은 뒤 유비도 몰락
고종 이재황의 이완용 -> 나라 팔아먹고 폐위되고 독살되고.
공민왕의 신돈 -> 고려 멸망시키고.
진시황의 조고 -> 장자 부소 죽게 하고, 나라 망하고.
제환공의 역아 -> 요리 잘하고 아양 잘 떤다고 감쌌더니 제환공을 가둬 죽이고.
항우의 숙부 항백 -> 조카 항우를 멸망시키고, 적인 유방을 위해 잔머리 쓰다 멸족당한.
(너무 많아 다 적을 수가 없음)
* 역사서에 '사나운 개'는 <간신> 혹은 <역적>이라고 기록된다.
* 간신이 활개치는 것은 그 주인이 혼미하기 때문이다.
* 간신이 무서운 것은 '내부의 적'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은 보이는 적이라 비교적 안전하다.
* 간신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충신이라고 착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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