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글에 짧게 적었는데 두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우쭐하여 인터뷰한 기사를 보고 몇 자 더 적는다.
1. 영화 <명량>, 역사 왜곡 많았지만 최민식 연기가 빛났다
최근 영화 두 편을 보았다. 명량, 해적이다. 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란다.
하지만 둘 다 졸작이다. 해적은,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웃은 웃음과 다르지 않다. 명량은 스타워즈나 엑스맨, 캡틴 아메리카를 볼 때의 재미와 다르지 않다.
왜냐면 사실을 기초로 하지 않은 액션무협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는 엉터리로 가득 차 있지만 관객들은 이를 잘 모른다.
명량을 본 관객들은 이순신이 용감해서 이긴 줄만 알고 진짜 어떻게 싸워 이겼는지는 모른 채 마구 감동하고 흥분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서너 달 지나 명량을 떠올려 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명량대첩에 대해 설명할 수도 없을 것이다.
독도 문제도 일본 총리가 떠들어줘야 따라서 좀 끓다가 말고, 위안부 문제도 아베가 뭐라고 헛소리를 해줘야만 조금 소리지르다 만다.
영화 <명량>의 경우 배설 경상우수사에 관련된 왜곡에도 불구하고 배우 최민식의 연기가 너무나 탁월해서 그 가치는 있었다고 본다. 다만 스토리나 플롯 등에서 역사적 진실을 무시한 선악 구도에 지나치게 빠져 아쉬움이 컸다. 사실을 얘기해야 깊은 감동이 우러나오는 법인데 왜곡한 스토리로 감동을 쥐어짜려니 억지스럽다. 이순신은 수퍼맨이 아니다. 수군을 잘 지휘한 리더로서 그를 조명해야 하는데 혼자 적선 330여척을 무찌르는 원맨쇼를 한 것으로 그린 건 큰 잘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명량>은 최민식의 연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배설이 거북선을 불태운다거나 이순신을 죽이려 했다는 등의 황당한 얘기를 걷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편집한다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영화 <해적>, 우리 역사를 훔쳐가는 해적
해적을 본 관객들은, 조선이 배알도 없이 명나라가 국새를 내려주기를 학수고대한 것처럼, 조선을 열등 국가로 오해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무렵의 이성계는 명나라를 치기 위해 요동 정벌군을 양성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원장이 이를 두려워하여 양국 관계가 엄청난 긴장상태에 있었다. 이런 설정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일부러 야비하고 무능하게 생긴 배우를 이성계역으로 배치하고, 정도전 등도 양아치나 다름없이 그리고 있다. 아베 신조는 코도 안대고 시원하게 코를 풀었다.
실제 역사는 이렇다. 조선군이 상단으로 위장해 산해관에 상륙하여 명군을 쳐서 양국간에 큰 외교 문제가 생겼다. 또 명나라 수도 금릉에 첩자를 보내 외교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표전문 사건이 일어난다. 국새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국새는 우리가 새겨서 쓰고 있었다. 다만 중국과 외교 관계상 중국이 새 왕에게 국새를 하나 파주는게 전통이었을 뿐이지 이성계 스스로 국새를 만들어 쓰는데 누가 뭐라하겠는가. 주원장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우리 외교 사절은 수없이 중국을 드나들었다. 우리 국새를 찍어 가지고 갔다.
이 무렵 이성계의 명을 받은 정도전은 요동정벌군을 준비하고, 여진족 기만군도 동원하여 거병 준비를 마쳤다. 그것이 주원장 측의 공작에 넘어간 이방원 등이 뒤엎지만 적어도 조선은 영화 <해적>에 나오는 그런 허약하고 웃기는 나라가 아니었다.
따라서 주원장은 국새 같은 건 보낸 적도 없으니 고래가 삼킬 일도 없다.
영화 명량이 당시 있지도 않은 거북선을 태웠다고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거북선이 없었는데 배설이 무슨 재주로 거북선을 태운단 말인가.
조선이란 국호도 조선에서 먼저 두 개를 보내 예의상 그중 하나를 골라달라고 한 것이지 주원장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다. 우리가 지은 것이다.
또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전두환의 쿠데타 쯤으로 폄하하고는, 당시 고려백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는 일절 말이 없다. 그낭 평화로운 고려를 엎고 무식한 장수 하나가 조선을 창업한 것처럼 거짓말한다.
또 혹등고래야 바다니 있을 수 있다 치지만, 그 혹등고래를 화포를 쏘아 잡는다는 건 완전 허구다. 우리나라 화포는 무쇠덩어리를 발사하는 것이지 터지는 폭탄을 쏘지 못한다. 그 큰 고래가 무쇠덩어리를 맞은들 무슨 위협이 되겠는가. 그로부터 2백년 뒤의 임진왜란 때 쓴 화포도 역시 쇳덩어리를 쏘는 정도였다. 해상 전투에서 적선을 깰 수 있기 때문에 위력이 있었던 것이지 육전에서는 별 쓸모가 없었다. 성벽을 부수는데나 쓰일 뿐이었다.
허구의 기본은 <그럴 듯해야> 한다. 완전한 거짓말은 영화도 예술도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듯하다고 믿는 관객> 덕분이 그렇게 많다니 할 말은 없다마는...
3. 이런 영화에 감동하는 국민이 민주화를 막는다
민주주의든 영화든 팩트를 기초로 삼고, 그 다음에 담고 싶은 걸 담아야 한다. 하지만 선전선동에 쉬 넘어가는 국민들은 독재자가 원하는대로 따라다닌다. 쿠데타를 일으킨 죄로 사형 선고까지 받은 전두환은 100%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누구나 악법으로 다 알고 있는 유신헌법은 73%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그러니 천안함이든 세월호든 진실을 밝힌다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또 거짓에 놀아나고도 금세 전두환과 박정희를 향해 손가락질할 수 있는 이 민족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노무현을 실컷 조롱하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표변하여 상주 완장차고 거리에서 조문받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는가.
하긴 해방 전까지는 10%만 양반이었고, 나머지는 중인과 천민노비였다니 혹시 그 근성이 아직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일본이 마치 영주에 소속된 백성으로 살면서 비굴하게 눈치를 보느라 남에게 폐 안끼치고 예의바르게 산 것처럼 우리도 그런지 모르겠다. 하여튼 좀 더 똑똑해져야 민주주의도 완성시키고, 통일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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