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중 '종일 편파방송하는 종편'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는 JTBC의 프로그램 <이영돈 PD가 간다>에서 '대한민국 10대 점술가'를 찾는 방송을 했다. 웬만하면 이런 소재에 코멘트를 안하려고 하는데, 할 수없이 한다.
나는 23년 전 <소설 토정비결>을 발표한 이래 내가 무슨 도사나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 어딜 가나 이런 질문을 받곤 했다. 내 나이 서른두 살에 쓴 작품인데, 그러고도 역사소설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내가 도사라서 '토정비결'이란 제목으로 소설을 쓴 줄 착각한다.
* 용어 정의 / 점술가란 점을 치는 사람을 가리킨다. 전통적인 점술법은 산가지나 시초를 뽑아 주역 64괘로 해석하는데, 요즈음에는 쌀, 동전 등 도구가 늘어났다. 역술인이란 사주명리학으로 내담자의 태어난 연월일시를 이용해 운명을 감정하는 사주장이를 가리킨다. 무속인이란 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무당과 박수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의 점술가는 잘못된 표현으로, 점술가 역술인 무속인 3가지를 통칭하는 것으로 썼다.
사주가 뭔지도 모르던 나는 <진짜 도사가 되기 위해> 할 수없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을 구해 <OO박사>라는 종합역술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당연히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썼다. 사주명리, 육효, 육임, 기문둔갑, 자미두수, 성명학, 토정비결, 오운육기 등 당시 알려진 모든 '운명 감정술'을 총망라했다. 그런데 만든 지 3년만에 이 프로그램을 버렸다. 초기에는 프로그램을 250만원씩 팔아도 잘 팔리고, 저작권을 양도할 때는 150만원쯤에 거래가 되었던 것같다. 그래도 내 양심으로는 도저히 팔 수가 없어 떠나보낸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다 보니 사주가 같은 사람이 자꾸 나오게 되고, 그러면서 비교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사주가 같아도 삶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명명백백해진 것이다. 그러니 이영돈 피디가 아무리 애쓴들 <진짜 과거 현재 미래의 운명을 아는 역술인>은 단 한 명도 만날 수가 없는 것이다. 애당초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으려 한 짓만큼이나 황당한 것이다.
왜 그런지 나는 과학적으로, 이론적으로 알고 있지만, 그이들의 삶도 있고, 상담해서 짓는 공덕도 적지 않으니 굳이 자세히 적지는 않겠다.
다만 이 날 프로그램에서 난관을 뚫은 분이 두 분 있는데, 둘 다 무당이다. 보기에 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인 것같았다. 이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언컨대, 신병이라는 것은 100% 양극성정동장애(속칭 조울병)라는 정신병이다. 아니면 비슷한 질병이다.
또 백 번 양보해 신내림을 받은 사람들은 그때부터 양극성장애 환자가 된다.(이러면 좀 비난을 피해갈 수 있으려나...)
그런데 왜 이런 환자들이 남의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는 은밀한 정서까지 읽어내느냐, 그것도 과학이다.
신병에 걸린 사람들은 내림굿을 받으면 대개 낫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신병을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보면 신내림 받아야 낫는다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러면 다급해진 가족들은 대개 넘어간다. 그래서 한바탕 굿을 하고 나면 정말 씻은 듯이 낫는다.
이 메커니즘을 보통 사람들이 착각한다.
원래 양극성장애를 가진 사람도 울증에 있다가 조증으로 올라서면 병이 씻은듯이 나은 것처럼 보인다. 울증일 때는 어디 아프다, 죽을 것같다, 귀신이 왔다갔다한다, 도깨비들이 떠든다 등 갖은 증세를 호소하지만 조증으로 바뀌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분이 좋아지고, 들뜨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같은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성적 능력도 쭈욱 놀라간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증에 이르면 두뇌활성도가 보통 사람의 9배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이처럼 두뇌가 활성되면, 사실 그 사람의 눈빛, 표정, 목소리, 복식, 호흡, 안색, 구부정한 등, 볼품없는 걸음새 등이 다 보인다. 노련한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 얼굴만 보고도 임신 몇 개월째인지 짐작하고, 노련한 한의사는 환자 얼굴만 보고도 어느 장기에 병이 있는지 대번에 알아낸다.
이 날 이영돈 피디가 데려간 노숙자 같은 경우 선입관을 버리고 보면 영락없는 노숙자 얼굴이다. 자신감이 전혀 보이질 않고, 뭔가 쭈볏거리는 게 포착된다. 역술인들은 사주라는 논리에 갇혀 사람을 보지 못하여 속았지만, 무당들은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읽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노숙자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 답답하다면 신내림을 받은 분을 찾아가 한번쯤 상담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무당을 잘 설득하여 병원에 가도록 해주기 바란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 신기라는 건 사라진다. 그게 사실 신기가 아니고 조증 상태의 지나친 두뇌 활성인데, 약을 먹으면 양극단으로 왔다갔다하는 감정이 줄어들어서 신기가 없어지는 것이지, 왔던 귀신이 나가는 건 아니다. 그런 다음에도 정 답답하면 일반 상담소를 찾아가기 바란다. 요즘 상담소는 최신 심리학과 두뇌생리학의 발달에 힘입어 매우 수준 높은 힐링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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