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법 재 판 소
주 문
형법(1953. 9. 18. 법률 제 293호로 제정된 것 ) 제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 .
◇간통죄 위헌의견
가. 재판관 박한철 , 재판관 이진성 , 재판관 김창종 , 재판관 서기석 , 재판관 조용호의 위헌의견
(1) 헌법 제 10조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한다.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헌법 제 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한다.
(2) 입법목적의 정당성
심판대상조항은 선량한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3) 수단의 적절성 및 침해최소성
① 간통행위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
우리 사회에서 혼인한 남녀의 정조유지가 전통윤리로 확립되어 있었고, 일부일처제의 유지와 부부간의 정조의무 역시 도덕기준의 하나로 정립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전통적인 가족 구조 및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나 지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고, 급속한 개인주의 및 성개방적 사고가 확산됨에 따라 결혼과 성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가고 있다. 성과 사랑은 형벌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개인에게 맡겨야 하는 문제로서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비도덕적이기는 하나, 법으로 처벌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치판단에 있어서 전통적인 성 도덕의 유지 내지 부부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이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의 측면에서 더한층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사회 구조의 변화,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 변화 , 그리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의 확산에 따라,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하였다고 하여 이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되었다 .
② 형사 처벌의 적정성 여부
특정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할 것인지 , 아니면 단순히 도덕의 영역에 맡길 것인지 하는 문제는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ㆍ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 우리의 생활영역에는 법률이 직접 규율할 영역도 있지만 도덕에 맡겨두어야 할 영역도 있다 .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 모두를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그 권리와 자유의 성질상 국가는 최대한 간섭과 규제를 자제하여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한다.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 성인이 서로 자발적으로 만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 비로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 . 그런데 성도덕에 맡겨 사회 스스로 질서를 잡아야 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다 .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 .
③ 형벌의 실효성 여부
심판대상조항의 보호법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이다 . 그러나 일단 간통행위가 발생한 이후에는 심판대상조항이 혼인생활 유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간통죄는 친고죄이고 , 고소권의 행사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라야 가능하므로 , 고소권의 발동으로 기존의 가정은 파탄을 맞게 된다 . 설사 나중에 고소가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부부감정이 원상태로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간통죄는 혼인제도 내지 가정질서의 보호에 기여할 수 없다 . 더구나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고소를 한 배우자와 재결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 간통에 대한 형사 처벌과정에서 부부갈등이 심화되어 원만한 가정질서를 보호할 수도 없다.
결국, 간통행위를 처벌함으로써 혼인제도를 보호한다는 의미는, 일방 배우자로 하여금, 만일 간통을 하면 형사적으로 처벌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간통행위에 이르지 못하게 하여 혼인관계가 유지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사전억제수단에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
간통을 하게 되는 동기는 애정에서 비롯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애정에서 비롯된 경우라면, 부부간에 애정과 신뢰에 기초한 혼인관계는 이미 파괴된 상태이므로 형벌에 대한 두려움을 통하여 파괴된 혼인관계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 형벌을 감수하고서라도 간통행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간통행위 억제에 대한 실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 애정에서 비롯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는 성매매 행태 및 이에 대한 인식 수준에서 보듯이 간통행위를 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애정에서 비롯되지 않은 간통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 그 동안의 법집행 실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간통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일반예방적 효과를 거두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
또한, 간통행위가 처벌되는 비율은 매우 낮아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간통죄로 접수되는 사건 및 기소되는 사건의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어 간통죄로 구속 기소되는 경우는 고소 사건의 10%에도 못 미치고 ,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고소가 취소되어 공소권 없음 또는 공소기각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상당수에 이름으로써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현저히 약화되었다 .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성도덕이 문란해지거나 간통으로 인한 이혼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견해가 있다 . 그러나 이미 간통죄를 폐지한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의 폐지 이전보다 성도덕이 문란하게 되었다거나 이혼이 증가하였다는 통계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 오히려 간통죄 처벌에도 불구하고 성에 대한 인식 변화 및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하여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는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있다 . 결국,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어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모두 거두기 어렵게 되었다 .
다만, 과거 우리 사회에서 간통죄의 존재가 여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였고 간통행위는 주로 남성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므로 , 간통죄의 존재가 남성들로 하여금 간통행위에 이르지 않도록 심리적 억제작용을 하였고 , 나아가 여성 배우자가 간통고소를 취소하는 조건으로 남성 배우자로부터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받아내는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변화는 간통죄의 위와 같은 존재이유를 상당 부분 상실하도록 하였다 . 우선 여성의 사회적ㆍ경제적 활동이 활발하여 짐에 따라 여성의 생활능력과 경제적 능력이 향상됨으로써, 여성이 언제나 경제적 약자라는 전제가 적용되지 않게 되었다. 또한, 1990. 1. 13. 민법이 개정됨에 따라 ,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이 부여되는 한편 , 자녀에 대한 친권도 남녀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되었다. 즉, 민법상 처의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고 주부의 가사노동도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로 인정되어 이혼 후의 생활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고, 부부의 이혼 시 위자료를 통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현실화되었으며 , 양육비의 청구 등으로 자녀의 양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
결국, 오늘날 간통죄는 간통행위자 중 극히 일부만 처벌될 뿐만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하여 그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뿐 , 혼인제도 및 정조의무를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은 잃게 되었다 .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므로 , 심판대상조항이 일부일처제의 혼인제도와 가정질서를 보호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절하고 실효 성 있는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④ 형벌로 인한 부작용
간통죄가 건전한 혼인제도 및 부부간 정조의무의 보호와는 다른 목적을 위하여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간통행위자 및 상간자에 대한 고소와 그 취소는 간통행위자의 배우자만이 할 수 있고, 간통죄는 친고죄로서 고소취소 여부에 따라 검사의 소추 여부 및 법원의 공소기각 여부가 결정되므로, 간통행위자 및 상간자의 법적 운명은 간통행위자의 배우자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 이러한 상황은 유책의 정도가 훨씬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이나 일시적으로 탈선한 가정주부를 협박하여 금품을 뜯어내거나, 상간자로부터 재산을 편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
⑤ 결론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선량한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게 하고자 간통행위를 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그 수단의 적절성과 침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4) 법익의 균형성
앞서 본 것처럼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하려는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 및 부부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공익이 더 이상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형벌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다 .
(5) 결론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수단의 적절성 및 침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으므로 ,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재판관 김이수의 위헌의견
(1) 간통행위자의 경우
간통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보면 , 배우자가 있음에도 단순한 성적 쾌락을 위해 혼외성관계를 맺는 유책배우자 (제1유형), 현재의 배우자보다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 기존 혼인관계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그와 사랑에 빠진 경우 (제2유형), 기존의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장기간 별거 등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새로운 사랑의 상대를 만나 성적 결합으로 나아간 경우 (제3유형)가 있다 .
제1, 2 유형의 간통행위의 경우에는 제 3유형과는 달리 비난가능성이 크고 , 기존의 혼인관계를 보호할 필요성도 크므로 이에 대한 형벌적 규제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것이 상당수 일반 국민들의 법의식으로 보인다 . 또한, 제1, 2 유형에서는 오랜 기간 간통죄 처벌규정의 존재로 인한 학습효과 , 특히 단일 법정형인 징역형 부과에 따른 수사ㆍ재판 등 형사절차상의 부담 , 직업 상실 등의 우려 등에 기초한 형벌의 위하력을 통해 간통행위를 억지하는 일반예방적 효과가 여전히 존재한다 .
나아가 간통죄는 간통행위 후 간통행위자의 진지한 후회ㆍ반성을 끌어내는 유효한 수단이 되고 , 후회ㆍ반성이 있을 때 고소를 하지 않거나 고소 후 이를 취소함으로써 균열이 간 혼인관계를 다시 회복시킬 수도 있다 .
배우자의 간통행위가 혼인의 해소로 귀결된다고 하더라도 간통죄는 피해자인 경제적 약자의 보호에 유용한 수단이 된다 . 배우자의 간통행위가 있는 경우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여성이나 남성이 재판상 이혼청구와 함께 민법상 재산분할청구나 위자료청구를 하여 혼인이 해소된 이후의 살아갈 방도를 마련할 수 있다 . 그러나 현행 민법상의 제도나 재판실무만으로는 이들의 보호에 미흡하다 . 경제적 약자의 보호에 아직도 간통죄의 존재 의의는 있다고 보인다 .
반면, 제3유형의 간통행위는 비난가능성이나 반사회성이 없거나 지극히 미약하다. 이 경우 간통죄의 처벌로 인해 혼인제도의 회복이나 유지가 이루어질 여지가 없다. 형사 처벌의 적정성과 실효성이 없는데도 사실상 파탄상태인 부부에게까지 이미 형해화된 성적 성실의무를 형벌의 위하력으로 강제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지나친 제한이 된다 .
또한, 이제는 이러한 제 3유형의 간통행위에 대하여는 허울뿐인 법률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유형과 동일하게 형사 처벌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는 관념이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보편적인 법의식으로 보인다 .
제 1, 2 유형의 간통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 그 처벌의 적정성과 실효성이 인정되고 부부 간의 성적 성실의무에 기초한 혼인제도에 내포되어있는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최소한도로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하기 어렵다 .
그러나 제 3유형과 같이 이미 사실상 파탄상태에 있는 부부의 경우에는 혼외성관계로 인하여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위배하거나 혼인제도를 저해할 우려가 전혀 없다 할 것이므로 , 이와 같이 비난가능성 내지 반사회성이 없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
(2) 상간자의 경우
미혼인 상간자의 상간행위에 대하여는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자제되어야 하고 , 윤리적ㆍ도덕적 비난 ,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추궁 등을 통하여 그 행위에 상응하는 적절한 책임을 묻는 것이 충분히 효과적이고 또한 바람직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범죄로 규정하여 형사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간통행위 배우자의 복수 감정을 대신 해소해 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고 , 따라서 이는 미혼인상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
다만, 미혼인 상간자가 단순히 간통행위자의 간통을 인식하면서 상간하는 정도를 넘어 적극적 도발 내지 유혹을 함으로써 간통에 이르게 한 경우의 상간행위는 타인의 혼인관계에 악의적ㆍ의도적으로 위해를 가하여 혼인제도를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반사회적이고 비난가능성이 현저히 큰 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형사처벌로 인해 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이러한 경우에는 예
외적으로 미혼인 상간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제한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그의 상간행위를 형사 처벌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적 이익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행사가 헌법상 정당화된다 할 것이다 .
(3) 결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사실상 혼인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파탄상태로 인해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더 이상 부담하지 아니하는 간통행위자와 배우자있는 상간자의 간통 및 상간행위 , 그리고 적극적 도발이나 유혹을 한 상간자를 제외한 미혼인 상간자의 상간 행위는 비난가능성 내지 반사회성이 없거나 단순히 윤리적ㆍ도덕적 비난에 그쳐야 할 유형의 행위에 불과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이 행위자의 유형 및 구체적 행위태양 등에 따른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행위자 및 상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한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
다. 재판관 강일원의 위헌의견
(1) 간통행위의 금지 및 형벌 부과의 위헌 여부
어떠한 형태의 간통 및 상간행위든 혼인과 가족생활의 해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 그렇기 때문에 간통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법률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입법자가 이러한 수단으로 간통 및 상간행위에 대하여 비형벌적 제재나 민사법에 따른 규율 이외에 형벌이라는 제재수단을 도입한 것이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
(2) 명확성원칙 위반
간통죄의 구성요건 자체는 명확하지만 소극적 소추조건이라 할 수 있는 종용이나 유서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수범자인 국민이 국가 공권력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3)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위반
다양한 유형으로 각각의 죄질이 서로 다른 간통행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단기의 징역형만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을 잃어 실질적인 법치국가의 원리에 어긋나며 , 우리 국민의 법감정은 물론 국제적인 입법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모든 간통 및 상간행위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
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또는 제한하고 있으므로 ,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도 위배된다 .
◇간통죄에 대한 재판관 이정미 , 재판관 안창호의 반대의견
가. 간통의 헌법상 보호되는 성적자기결정권 포함 여부
(1)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은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선택하는 자기결단을 한 자가 혼인에서 비롯된 성에 대한 성실의무를 위배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 그리고 그러한 점을 알면서 상간하는 것은 사회적ㆍ법적 제도로서의 혼인을 보호하는 공동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 이러한 행위까지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으로 포섭하는 다수의견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 이성이 서로 사랑하고 정교관계를 맺는 것은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 간통 및 상간 행위는 자신만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인격체나 공동체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성적자기결정권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
(2)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근본적인 공동체의 틀은 가정이다 . 따라서 국가와 사회의 기초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 근간인 가정이 바로 정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 혼인을 통한 부부관계가 가족공동체의 기본적 요소임을 감안한다면 국가와 사회의 건전한 존립과 유지를 위해 혼인을 통한 부부관계는 법적으로 보호받고 유지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입법에 있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은 그 헌법적 지침이된다 할 것이다 . 개인의 존엄성에 기초한 혼인제도는 중혼을 금지하고 일부일처제를 요청한다. 그런데 간통 및 상간행위는 혼인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일부일처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며 , 배우자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유기 등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 및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부부간 성에 대한 성실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 제 36조 제 1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에 부과된 ,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유지ㆍ보호의무의 이행을 위한 것이다 . 이러한 점에서 볼 때 ,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본인ㆍ배우자 및 가족의 인격권ㆍ행복추구권 ’의 실현을 위한 기본적 토대가 되는 가족공동체의 유지ㆍ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인격권ㆍ행복추구권에서 연유하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범주 아래 용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
나.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 유무 및 그 정도의 입법재량 여부
다수의견은 간통에 대한 우리 사회 대다수의 법의식이 변화하였다고 하나 현재 국민 법의식에 대한 실태조사결과 등 이를 입증할 어떠한 증좌도 없다 . 오히려 2005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실시한 간통죄 존폐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 1만 2,516 명 중 60%에 달하는 7,621 명이 존치의견이었고, 2009 년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19세이상 성인 1,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통죄 형사처벌 찬반여부 설문조사에서는 응
답자의 64.1% 가 찬성 입장이었으며 , 2014 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2,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통죄 존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0.4%가 존치의견을 나타냈다 . 이렇듯 가정 내 경제적ㆍ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있는 여성들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 중에서는 간통을 형법으로 규제함으로써 국가가 가정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 이는 대다수 외국과는 달리 우리 형법에서 존속에 대한 상해나 살인죄를 가중처벌하는 것을 효 (孝)의 강요 내지 법에 의한 도덕의 강제로 보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도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또한,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형법의 역할을 전적으로 부정 할 수는 없다 . 우리나라는 고조선의 8조법금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간통을 금지하고 간통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여 왔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간통은 법으로 금지된 행위이고 간통행위를 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뿌리 깊게 이어져 왔다 . 즉 간통죄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일반인들로 하여금 간
통행위에 나아가지 않게 하는 일반예방적 효과가 있었고 , 그로 인하여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이 유지되고 혼인관계와 소중한 가정이 보호되어 온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간통죄의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 ’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 간통에 대한 범죄의식을 없앰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결과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 이는 독일 철학자 헤겔이 말하는 ‘가정.사회.국가’라는 인간이 살아가는 근본적인 공동체의 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간통행위에 대해 개인과 사회의 자율적 윤리의식의 제고를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형벌의 제재를 동원한 행위금지를 선택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어떠한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
심판대상조항은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여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간통행위에 대하여는 선고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
다. 간통죄의 존속의 의의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1980년대 들어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이후로는 혼인 대비 이혼율이 40%에 이르게 되었고 현재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이혼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다 . 특히 2000년에서 2006년까지 재판상 이혼의 원인 중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47.1% 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다수의견은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통해서 부정한 행위를 한 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지만 , 특히 사회활동의 경험이 없고 가정 내 경제적 ㆍ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놓여 있는 전업주부 여성의 경우 상대방의 재산 은닉 등으로 인하여 재산분할제도가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고 , 위자료로 받을 수 있는 액수도 미미한 수준이다 .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혼인중의 재산분할 인정 , 주거용 건물 등에 대한 부부 일방의 임의 처분 제한 ,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 이혼에 따른 상속분 보장 등 가정 내 경제적ㆍ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아니하여 현행 민법상의 제도나 재판실무만으로는 이들의 보호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 .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비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은 자녀의 출산과 양육 , 사회화, 사회통제 등을 담당하는 사회적 기관으로서 자녀에게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삶의 자원 및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승인된 사회규범을 내면화시키고 일탈을 억제함으로써 자녀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따라서 간통으로 인
한 가족공동체의 파괴가 자녀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실제로 청소년 비행의 원인에 대한 수많은 연구결과가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 등으로 인한 결손가정의 경우 청소년 자녀의 비행의 정도가 양친가정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그런데 이와 같이 부부가 이혼할 경우 가정 내 경제적ㆍ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자녀양육에 대한 책임과 파괴된 가정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에는 혼인관계에서 오는 책임과 가정의 소중함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앞세워 수많은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이렇듯 간통죄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그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고 , 그로 인해 보호되는 공익은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 나아가 혼인과 가족제도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이다 . 그에 반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행위규제는 법률혼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동안 간통할 수 없고 ,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상간할 수 없다는 특정한 관계에서의 성행위 제한이다 . 이는 간통행위자에 대하여는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형성한 혼인관계에 따르는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의 내용일 뿐이며, 미혼인 상간자에 대하여도 타인의 법적ㆍ도덕적 의무위반을 알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일 따름이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얻는 공익적 성과와 그로부터 초래되는 부정적 효과는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일탈하였다고 할수 없다 .
라. 소결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
◇재판관 이진성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간통은 일단 소추가 되면 고소가 취소되지 않는 한 행위 유형에 관계없이 필연적으로 가족의 해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 소수의견은 간통행위로 인한 가족의 해체라는 상황에서 경제적 약자인 여성과 자녀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도 간통죄의 존치를 주장하지만 , 부부 일방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비롯되는 민사 , 가사 문제들의 해결 수단을 간통죄를 유지시켜 형사사건에서 찾을 것도 아니다 .
결국, 실질적 위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간통죄를 폐지하는 한편 , 간통행위로 인한 가족의 해체라는 사태를 맞아 기존의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내지 재산분할청구 , 자녀의 양육 , 면접, 교섭에 관한 재판실무관행을 개선하고 , 이에 더해 배우자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제도를 새로 강구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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