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시프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i)는 루마니아인이다. 05코드다.
군악대 대장으로 있으면서 경쾌한 왈츠곡 <도나우강의 잔물결>이란 곡을 썼다.
도나우강은 독일 남부에서 발원하여 루마니아 동쪽 해안을 따라 흐르다가 흑해로 빠지는, 유렵에서 2번째로 긴 2860킬로미터의 강이다.
도나우 강이 지나가는 나라가 많은데 가는 곳마다 강 이름이 바뀐다. 가끔 <다뉴브강의 잔물결>로 번역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 Donau
슬로바키아 : Dunaj
헝가리 : Duna
크로아티아 : Dunav
세르비아 : Дунав/Dunav
불가리아 : Дунав
루마니아, 몰도바 : Dunăre/Дунэре
우크라이나 Дунаи
이오시프 이바노비치는 이 유장한 강의 흐름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곡으로 담았다. G05가 느껴진다.
그는 이 강에 의지해 살았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경쾌하고 장엄한 왈츠곡에 담아내려 노력했던 듯하다.
우울하거나 슬픈 곡조는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이 곡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단한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들어간 일부 슬픈 곡조만 떼어내 윤심덕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켰다.
조국을 빼앗긴 식민지의 지식인으로서 느꼈을 고뇌, 연인 김우진과 이루지 못할 사랑을 나눠야만 하는 고통을 <도나우강의 잔물결> 중 일부 곡조를 뽑아 느리게 만든 다음 여기에 <체념>을 담아 넣은 것이 바로 <사의 찬미>다.
윤심덕은 0940코드다.(1897년 8월 23일)
따라서 태생이 우울하거나 부정적이지는 않다.
다만 분명하고 똑부러질 뿐이다. 그래서 이루지 못할 사랑 앞에서 똑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불가항력을 느낄 때 나오는 그런 힘이다.
(1040노무현 같은 경우도 우울한 코드가 아니지만 대신 결단을 잘하게 된다. 체념의 승화라고 볼 수 있다.)
<사의 찬미>는 <도나우강의 잔물결>과 달리 인생을 달관하거나 초월하거나, 아니면 그 앞에서 절벽을 바라보듯이 울부짖는 사람들이 부르는 체념의 노래, 깊은 우울을 한없이 토해내는 노래로 바뀌었다.
유부남 김우진을 사랑하는 자신의 처지는 유교로 무장된 조선에서는 통하지 않는 불륜이다.
이 노래를 취입한 윤심덕은 도나우강처럼 길고 유장한 삶을 살지 않고 짧은 생애 한 토막을 날카롭게 끊어내버렸다. 만석꾼의 아들이던 김우진조차 윤심덕의 손을 잡고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 만석꾼 아들이자 유부남 김우진, 소프라노 윤심덕
<사의 찬미>는 이들이 죽은 뒤에 발매되어 크게 히트했다.
아마도 그는 <사의 찬미>를 작사하고 음반을 만들던 때부터 죽음을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아래 노래는 유심덕이 1926년 8월 4일 연인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지기 전 오사카의 닛토(日東)레코드에서 녹음한 원본 음원이다. 원제는 <죽엄의 창가>였다고 한다.
- 윤심덕, 김우진의 자살을 알리는 동아일보 1926년 8월 5일자 사회면 기사.
- 윤심덕, 1926년 녹음한 레코드 음원.
1926년판 가사 전문(윤심덕이 직접 지었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에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설움
-------------------------
허영에 빠져 날 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에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너 찾는 건 설움
윤심덕의 절절한 체념을 바다라는 가수가 제대로 표현했다.
한편 이 <사의 찬미>는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하던 만주의 우리 동포들이 즐겨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독립군이 부르면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노래방에서 흔히 부르는 <사의 찬미>가 바로 독립군 버전이다.
광막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려 왔느냐,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모두다 바치리….
녹수 청산은 변함이 없건만
우리 인생은 나날이 변했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평생,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독립군 버전은 김정호 노래로 들어보자. 요절한 가수라 울림이 또 다르다.
가사를 바꾸어도 김정호는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러 가는 독립군의 비장함보다 윤심덕의 애절한 체념이 더 느껴진다. 독립군 버전은 이를 악물고 웃으며 불러야 한다. 그래야 독립군 기상이 나온다.
가수 배호는 가사를 완전히 바꾸었다. 곡조는 윤심덕이 뽑은 그대로인데 슬픈 가사를 걷어내고 다뉴브강을 즐기는 자연 서사로 고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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