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원을 마치고 군에 다녀오느라 나이 30에 처음으로 직장에 들어갔는데, 그때 디자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예쁜 디자이너들이 샤이안 10%, 옐로우 5%, 레드 15% 하는 식으로 색깔을 지정하는 것을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 디자이너들은 3원색의 5% 단위로 색깔을 조절했는데 굉장히 예민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웬만한 색채는 눈으로 보고 3원색이 각각 몇 %인가 짐작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갔었다. 지금은 너무 오래 돼서 그 감각이 퇴화되었지만 원리는 여전히 잘 안다.
오늘 내가 만드는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 한자어 사전>에 색채란 어휘를 추가하다가 내친 김에 여기에 글을 올린다.
- 빛이란 무엇인가?
태양의 폭발로 뛰쳐나온 입자 혹은 파동 중 400nm ~ 700nm인 것을 빛 혹은 색이라고 한다.
적외선, 자외선은 빛 혹은 색이지만 인간은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은 눈을 통해 반사된 빛을 원추세포로 인식하는데, 원추세포는 빨강 영역을 보는 로우(ρ)세포, 초록색과 노랑 영역을 보는 감마(γ)세포, 그리고 파랑 영역을 보는 베타(β)세포의 세 종류의 세포로 색깔을 구별한다. 즉 인간은 자외선과 적외선을 인식하는 원추세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보지 못할 뿐이다.
원추세포는 빨강 40 : 초록 20 : 파랑 1의 비율로 빛과 색을 인식한다. 따라서 빨강을 가장 잘 인식하여 사람들은 이 색깔을 가장 많이 쓴다. 다만 주변이 어두워지면 빨강은 검게 보이고, 파랑은 더 돋보인다. 파랑색이 빨강보다 파장이 더 짧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통표지판은 파랑색으로 만든다.
- 수술복이 초록색인 이유는?
이 빨간 원을 잠시 바라보다가 오른쪽 흰 면을 바라보면 거기에 엷은 초록색 원이 뜰 것이다. 빨강의 보색은 초록이다. 수술 중 의사는 빨간 피를 오래 봐야 하는데, 이때 원추세포가 피로를 느끼는데 이 상태에서 흰색을 보면 거기에 보색인 초록색이 나타난다. 이런 까닭으로 착시를 방지하기 위해 수술복을 초록색으로 만드는 것이다.
- 우리 눈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인간의 눈은 매우 불완전하다. 특히 시각을 처리하는 후두엽은 그리 정밀하지 못하다.
색채나 모양보다는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진화해왔기 때문인 듯하다. 즉 물체의 위치, 빠르기, 거리 등을 계산하는 능력이 생명에 직결될만큼 중요하다보니 색채 민감도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후두엽의 약점을 나타낸 실험이 자주 등장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가운데 검은 선의 좌우 면은 색깔이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운데 검은선을 제거하여 두 면을 나란히 대비하면 오른쪽 면이 더 짙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두뇌는 색깔보다는 모양, 움직임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 우리는 지금까지 3원색을 잘못 가르쳐왔다
먼저 빛과 색의 차이를 알아보자. 빛은 흔히 彩로 적는데 분광되어 나타난 여러 가지 가시광선을 가리킨다. 이처럼 굴절이나 분광되어 나타난 빛의 3원색은 빨강, 초록, 파랑이다.
그런데 색은 좀 다르다. 색은 빛 그 자체가 아니라 반사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러다보니 색의 3원색을 빨강, 파랑, 노랑이라고 가르쳐온 미술 교사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색의 삼원색은 샤이안(Cyan, 초록 + 파랑=청록), 마젠타(Magenta, 빨강 + 파랑=자홍), 노랑이다.
- 왼쪽은 빛의 3원색인 빨강(R), 초록(G), 파랑(B)이다. 빛이 섞이면 더 밝아진다.
오른쪽은 색의 3원색인 엘로우(Y), 마젠타(M), 샤이안(C)이다. 색이 섞이면 더 어두워진다.
'이재운 작품 > 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글의 위대한 표현력 (0) | 2016.05.31 |
---|---|
종편은 들어라 / 미사일과 로켓의 차이 (0) | 2016.02.16 |
백의종군이란? (0) | 2016.02.03 |
잔치국수의 어원 (0) | 2016.02.02 |
소두증이라니, 이러고도 한국어 자랑할 텐가? (0) | 2016.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