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파란태양*

귀엽고 사랑스럽고 씩씩한 암세포!

나는 혁명가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혁명가는 기어이 잡혀 참수되거나 도망자가 된다. 갈릴레이 갈릴레오, 마르틴 루터, 정도전, 전봉준, 박정희, 피델 카스트로 등등, 그래도 그런 혁명이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나는 그런 역사인물을 소설 소재로 자주 삼았다.


시야를 좁혀 인체를 들여다보면 우리 인체는 약 60조 개의 단세포 연합으로 돼 있다. 거의 지구 인구 수준이다. 그런데 이 많은 세포 중 100억 개가 매일 죽고, 또 100억 개가 새로 태어난다.
세포가 죽는 건 자연스런 괴사도 있지만 자살명령에 의해 자살하는 것도 많다. 약 반반이다. 


이중 효율이 떨어져 자살명령을 받아 죽는 세포들이 문제인데, 이중에서 수십 개 내지 약 5천 개 정도가 이 명령을 거부하고 숨어버린다. 단세포는 원래 분열하기만 하면 영원히 살 수 있는데, 왜 자기가 인간 다세포의 생존을 위해 죽어야 하느냐고 따지는 세포가 생긴다. 이놈들이 혁명세포다.
이 혁명세포들은 통신(신경)을 끊고 잠적해버린다. 혁명군이 이리저리 숨어버리면 정부군이 나서서 공격하는 것처럼 똑같이 한다. 먹을 게 없으면 민가에 들어가 빼앗듯이 이 혁명세포들 역시 필요한 물자를 멀쩡한 세포에게서 얻는다.


그래봐야 인체는 면역세포를 보내 기어이 이 혁명세포들을 찾아 죽인다.
다만 사람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무능하거나 별 쓸모가 없을 때에는 면역세포를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면역세포 자체가 지리멸렬해져 진압군을 구성하지도 못한다. 임진왜란 때 조선군 신세다. 그러면 이 혁명세포들이 자꾸만 세를 키워 나중에는 대부대를 이루고, 지방도시와 수도를 위협한다.

난 요즘 혁명세포들이 꿈꾸는 불가능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연구 중이다.(사람이 죽으면 암세포도 같이 죽으니까 처음부터 이 혁명은 성공할 수가 없다.)


끝까지 싸우다 죽을 것인가, 타협하여 공존할 것인가, 궁리 중이리라.

좀 더 연구하여 암세포를 지니고 계신 분들께 희망을 드리는 소식을 곧 전하겠다. 바이오코드 특강을 준비 중이다.


* 사진설명 / 산소없이 사는 생명체 로리시페라. 산소가 없어도 살 수 있는데 돈이 없다고, 희망이 없다고 걱정하는 대신 답을 찾아내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