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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인연의 힘

그대에게 정녕 세상을 경략할 비책이 있는가?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돼가는데 아직 문모, 안모 등을 입에 담으며 욕설을 주로 퍼붓는 사람들이 많다. 장삼이사야 모르겠지만 대학교수란 타이틀이며 이름에 추 하나쯤 단 사람들까지 이런다.

징그러워 그 이름을 내 손으로 타이핑하는 것도 싫은데 뭘 그리 날이면 날마다 저러는지 모르겠다.

 

* 장삼이사 ; 장씨의 세째아들과 이씨의 넷째아들. 이처럼 흔한 사람들이란 뜻.

 

우주는 워낙 넓고 깊어서 옳고 그름이 없고, 바르고 틀림이 없는 것같다. 어제 옳은 일도 오늘은 틀릴 수 있고, 오늘 틀린 일이 내일은 옳을 수 있는 게 세상 이치인 것같다.

그래서 쓴다.

 

서기전 283년, 중국 초나라에 살던 변화(卞和)란 사람이 좋은 옥돌을 캤다. 그는 이 좋은 옥돌을 왕에게 바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옥돌을 어떻게 바쳐야 하는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기 눈에 좋은 옥돌이니 왕도 그렇게 알아주리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옥돌은 어디까지나 돌덩어리일 뿐이었다. 왕은 화가 나서 변화의 다리를 잘라버렸다.

실의에 빠져 있던 변화는, 왕이 바뀌자 또 한번 이 옥돌을 갖다 바쳤다. 이번에도 화가 난 왕은 변화의 남은 다리마저 잘라버렸다.

세상 일이란 이런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세상은 몰라보기 십상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림이나 춤, 노래, 웅변 등 여러 가지 기술을 구사한다.

하지만 변화는 제 옥돌이 뛰어나다는 확신이 너무 깊어 왕에게 어떻게 보여야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좋은 옥돌이라는 인(因) 즉 씨앗은 발견했는데, 이것을 왕에게 설명할 방법 즉 연(緣)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왕이 바뀌었다. 변화는 또다시 이 옥돌을 왕에게 바치고 싶었지만 가지고 갈 수가 없어 슬피 울었다. 이 울음을 들은 사람들이 사연을 듣고 왕에게 전했다.

왕이 가져오라 하여 보니 흔해 빠진 잡석으로 보였다. 혹시 몰라 옥공을 불러 살펴보라고 시켰다. 옥동이 와서 겉껍질을 벗겨내니 거기서 찬란한 옥이 나왔다. 그제야 왕은 변화에게 상을 내렸다. 이 옥은 나중에 조나라로 갔다가 마지막에는 진나라로 옮겨가 진시황의 옥새가 되었고, 이후 황제의 권능을 상징하는 옥새로서 당나라 말기까지 사용되었다.

 

변화라는 사람은 옥돌을 보여주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즉 연(緣)을 붙이는 데 서툴렀다. 진작 겉껍질을 벗겨내어 옥돌의 푸른 속을 보여주었더라면 두 다리가 잘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변화가 발견한 옥돌을 화씨벽이라고 부르는 것은, 변은 성이고 화는 씨였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춘추시대에는 성과 씨를 다 불렀다. 진시황의 경우 성은 진, 씨는 조라서 영조정이 그의 본명이었다. 벽은 푸른 옥을 가리킨다.)

 

* 이상의 화씨벽 부분은 <인연의 힘>(책이있는마을)에 쓴 글이다.

 

- 화씨벽으로 만든 전국 옥새.

受命于天, 旣壽永昌(하늘로부터 명을 받았으니 영원토록 창성하리라)이란

글이 초기 전서인 충조전자(蟲鳥篆字)로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