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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생활의 지혜

염색하면 기억력이 나빠진다

2주 전 버티고 버티다 머리 염색을 했다. 난 두뇌가 예민하니 천연염색을 해달라고 했는데, 막상 이튿날부터 일주일 정도 기억 장애가 일어났다. 단어 몇 개가 생각이 나지 않는 현상이다. 늘 쓰는 단어는 아니지만 소설가이자 사전편찬자인 내가 몰라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하는 수없이 연상기억법(단어 이미지를 두 개 이상으로 나누어 기억하는 방법)으로 버티다 겨우 회복되었다.

기억도서관을 찾아가는 시냅스는 화학신호와 전기신호 두 가지로 작동하는데, 화학신호에 장애가 오는 것으로 보인다. 염색을 안할 수 없어 늘 천연헤나로 하는데, 이번에 시간이 없어 가까운 곳에서 하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났다.

일반 염색약에는 흉악한 물질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야 밝혀지겠지만 염색약 속의 화학성분 문제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질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염색하지 말고, 하려면 천연헤나로 하라고 권하곤 하는데, 말을 해줘도 "남들이 다 하는데..."라면서 위험성을 잘 믿지 않는다.

그래서 유기화학자들에게 부탁한다. 과산화수소를 분해하는 카탈라제가 모공까지 잘 흡수될 수 있는 기술 좀 개발해주시기 바란다. 과산화수소가 멜라닌 색소를 탈색시켜 머리가 하얗게 된다는 건 이미 알려진 기전이다. 전공자들이 노력 좀 하시라. 제 전공인데 이렇게 놀면 안된다. 더구나 무기화학자들이나 관련자들이 염색약은 무해하다, 이런 검증서 떼주면 나중에 감옥간다.

안심하고 염색할 수 있거나, 머리가 쇠지 않는 방법을 찾아주기 바란다. 내 생체화학 실력으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다.

사진설명 / 카탈라제. 아미노산 500개 이상의 사슬로 만들어진 효소다. 

카탈라제 1분자는 1초 동안에 과산화수소 수백만 분자를 물로 바꿔놓는다. 

그런데 모낭에 카탈라제가 부족해서 머리가 쇤다.


<염색약과 유해물질...뗄 수 없는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