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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국회 나가 대통령 대신 욕먹는 게 본업인 우리나라 <임명직 총리>들

실종된 사람을 찾는 굿을 할 때 보니, 그 사람이 입던 옷가지 한두 개를 갖다 늘어놓고 무당들이 이리 떠들고 저리 떠드는 걸 보았습니다.
막상 사람이 없으니 하나마나한 소리 뿐이지요.

국회 대정부 질문 뉴스를 보면서 굿판을 떠올려가며 웃었습니다.
사실 국회대정부질문이란 대통령에게 묻는 건데, 대통령은 없고, 대통령의 아바타도 아니고,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 세워놓고 갖은 소리를 다 합니다.

옷이라는 건 주인이 원하는 사이즈가 돼야 선택되는 거고, 색상이며 디자인이 주인 마음에 들어야 역시 선택되는 거잖아요. 총리가 어떻게 임명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잖아요.
황교안 씨가 어떤 사이즈고, 어떤 색상이고, 어떤 디자인인지 다같이 구경했잖습니까. 그냥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 중 가장 말 잘 들을 것같은 사람 아닙니까.

총리란 자리는, 대통령이 직접 나가기 귀찮아 하는 데 대신 나가 대독(대신 연설문 읽는)하고, 악수하고, 인사하고, 그러는 자리잖아요. 총리가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만도 못한 시절이 있었을만큼 우리나라 총리라는 게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하긴 국회의원 300명보다 더 센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자신의 1/300밖에 안되는 일개 국회의원으로부터 조롱을 받으면 안되니 직접 나와 질문받기가 껄끄럽겠지요. 그러니 가끔 나와 한 바탕 연설이나 하고, 질문 하나 받지 않고 나가버리는 것밖에는 안하는 거지요.
하지만 일본이나 영국의 총리<여긴 선출직 총리다. 임명직 총리와 선출직 총리의 차이는 대통령과 비서관 정도의 차이로 보면 된다.>처럼 국회에 자주 출석해 의원들과 토론하다 보면 시건방진 국회의원들도 좀
말을 다듬고 품격있게 나오지 않을까요?

하여튼 웃기는 굿판 보는 것같았습니다.
대신 나온 총리야 주인이 원하는대로 골내고 목청 높이면 칭찬받는 거고, 의원들은 이 힘없는 총리를 대신 야단치는 것으로 스트레스나 풀고, 이게 우리 국회 모습입니다.

그래서 에피소드 하나.
옛날 옛적에 이해찬 의원이 총리를 할 때였습니다.
모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하는데, 이해찬 의원이 나와 기다리는데 질문은 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내 원고만 읽었습니다. 결국 총리는 질문 하나 받지 못하고 그냥 자기 자리로 돌아갔지요.
모 의원이 나중에 말하기를 "당시 국민들이 생중계로 보고 계시고, 내가 질문할 상대는 대통령인데 그런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 하나가 대신 나와 질문 받겠다고 서 있는 걸 보니 질문할 마음이 나지 않더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대정부질문은 국민 속이려는 쇼일 뿐입니다. 결정권자가 없는데 총리가 대체 뭘 하겠습니까. 기껏 해야 검토하겠다는 답뿐이고, 검토는 총리가 하는 말이고 실제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대통령이 하는 건데 대통령이 그래 검토해주겠습니까. 비겁하게 청와대에 앉아 티비만 보고 있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