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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가짜화가 이중섭

이중섭 갤러리 6 -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회를 보고

어제인 7월 16일, 친구들과 덕수궁 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을 두 번 가고, 그밖에 이중섭 그림은 사진으로나마 거의 다 보았지만 그래도 내가 못본 원화가 있지 않나 싶어, 진짜 색깔이나 질감을 더 보고 싶어 찾아갔다.

종이가 없어 편지조차 한 장 밖에 써보내지 못한다는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으로 달리 더 느낄 감정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알지 못하던 깊은 아픔을 느꼈다.

종이가 없어 못그릴 정도면 당연히 물감도 모자란다. 그래서 페인트를 사용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일부 작품에서 크레용과 페인트를 살짝 사용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크레용과 페인트로 작품을 완성한 것이 아니라, 밑에만 살짝 칠한 뒤 그 위에 물감을 발랐다. 

여러 그림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흔적은, 물감을 아끼려고 매우 얇게 바른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그림이 흐릿하다. 또렷한 그림이 몇 점 안된다.

이중섭은 물감을 아끼기 위해 붉은색, 푸른색, 파란색 등으로 일부러 배색 효과를 높였다. 거의 모든 그림에서 물감을 아끼려고 노력한 흔적이 또렷했다.


나는 여러 현대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현장에서 물감 튜브를 짜서 직접 바르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이중섭은 그 물감이 없어 아끼고 아껴 그림을 한 장이라도 더 그리려고 노력한 것이다.

더구나 그의 작품은 대작이랄 게 거의 없다. 

손바닥만한 것이 아주 많고, 엽서만한 것도 흔하다. A4 정도면 큰 그림에 속한다. 20호 그림조차 몇 점 안된다. 다 물감이 부족해서, 캔버스 살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큰 종이는 몇 조각으로 잘라 여러 작품을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더 자를 수 없으니 양면에 그림을 그린 것도 두 점이나 보였다. 세상에나,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종이 한 장이 아까워 양면에 그림을 그리고, 종이가 아까워 몇 조각으로 나눠 여러 그림을 그리다니...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1층 벽에는 '노을 앞에서 울부짖는 황소' 그림을 크게 확대해 걸어놓았는데, 사실 크기는 32.3cm X 49.5cm다.

자신의 암울한 처지를 뚫고 일어서려는 이중섭의 노력이 느껴질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울부짖던, 그림을 많이 팔아 일본에 가 있는 처자식을 데려오려 몸부림치던 1956년 초의 이중섭이 생각난다.


-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서. 작년, 강연이 있어 서귀포에 갔다가 다시 들렀다.


- 이 동네 출신으로 이중섭 일가족이 머물던 집 주인아주머니와 친구라는 문화유산해설사.

책이 나오는대로 보내드리기로 했는데, 주소를 잊었다. 혹시 이 사진 보시면 댓글 좀 달아주셨으면 좋겠다.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이나 서귀포시 공무원들 중 이 분 아시는 분은 소식 좀 전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