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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가짜화가 이중섭

독후감 / 예술가의 의미.... 가짜화가 이중섭

최근에 모 연예인으로 인해 화두에 오른 사건이 있습니다.

'화가'의 의미.

그가 말한 화가는 영감만 줄 뿐 진정 자신의 작품엔 다른 이의 손을 빌려 마치 모든 화가계는 그렇다는 식의 평가.

하지만 그에 대해 비난하는 여론이 적어서인지, 다른 사건으로 묻혀서인지 더 이상 화가계에 대해, 예술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제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화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과연 그런 태도를 보였을까?라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내 창작물을, 그것도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손에 맡긴다는 것, 아니, 다른 이의 작품을 마치 내 작품인냥 한다는 것.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도덕적인 신념을 가지고 묻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이 소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가 제 눈길을 끌기엔 충분했습니다.

가짜화가.

일명 대리화가란 말이 옳을까요.

그 중에서도 이번에 100주년을 맞이했다는 '이중섭'씨에 대한 이야기라하니 더 궁금했습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이허중'이라는 인물을 통해 일어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는 이중섭이 청량리뇌병원에 입원해 있던 1956년 봄, 약 2개월간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청년 화가였습니다.

스승으로 모시는 이중섭을 통해 습작으로 그린 그의 모사품이 야쿠자의 손에 넘어가면서 책의 제목처럼 '가짜화가;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는 조금의 양심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채그이 중간중간에 보면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아니 왜요? 마 사장님도 다 아는 일인데요?"

변호사는 손사래를 치며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댔다.

"쉿! 위작을 그렸다고 하면 그거 사기가 되는 겁니다. 사기, 무서운 범죄입니다. 징역 산다고요. 일본에 팔아먹은 액수가 얼만데요?" - page 134

하지만 그가 살아온 배경때문일까.

계속해서 가짜화가로의 삶이 그의 인생 전부였습니다.


책에서 예술에 대한 이 문장이 있습니다.

"예술은 말이다, 가르쳐서 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화가 스스로 엎드려서 기어 다니며 더듬어가며 찾아내는 거야. 그림은 이미 천지간에 가득 널려 있는 거야. 태곳적부터 쭉 있어온 거야. 그걸 화가가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 그 하나 차이야. 예술도 결국 발견이야. 신이 숨겨놓은 무수한 명작을 화가가 들여다보고 남보다 더 빨리 훔쳐내는 거지. 도둑놈이 되려면 값나가는 물건인지 아닌지 정도는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하고, 그걸 감쪽같이 훔쳐낼 손기술도 갖고 있어야 해. 화가가 수천 명, 수만 명이 되어도 그림은 딱 하나 나오는 거야. 지문처럼 딱 하나야." - page 268

그래서일까요.

가짜화가로 살아온 그도 결국 자신의 흔적을 남기곤 하였습니다.

자신의 싸인......


이 책을 읽으면서 화가 '이중섭'의 위대함을 '이허중'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허중을 이해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엔 그의 스승인 이중섭에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점, 결국 약마저 끊고 자살을 선택한 점은 우리에게 아쉬움을 전하곤 하였습니다.

사실 작품에 가짜, 진짜 여부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그린 작가의, 화가의 정신을 평가해야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해주고픈 이야기를 그저 이성적인 머리로 판단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짜화가'처럼 다른 이의 명성 뒤에 숨어 지내야만 하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그들을 비난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응원하는 것, 그들이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독자로써, 관객으로써 해야할 몫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년도가 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라고 하여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의 전시에 참여해서 그의 작품과 모조한 이 책의 주인공과의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허중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훌륭한 화가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