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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가짜화가 이중섭

김광림 시인, 이중섭에게 은박지 구해다 줘

<가짜화가 이중섭>을 쓰면서 안타까웠던 점이 몇 가지 있다.

1958년생인 나는 내가 태어나기 2년 전인 1956년에 돌아가신 이중섭 선생을 뵐 도리가 없지만 그의 절친인 구상 선생은 늘 내 옆에 계셨는데 선생님 생전에 이중섭에 대해 한 말씀 묻지 못한 것이 통한스럽다.


그런데 최근 자료 검색을 하다보니 은지화의 재료인 은박지를 구해다준 친구가 김광림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또 안타깝다. 김광림 시인께서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출강하시면서 그처럼 자주 뵈었는데, 조교를 맡은 때라 둘이서 따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고, 설사 말씀하셨어도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것같다. 20대의 내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현대미술관에 전시 중인 이중섭 작품전 방명록을 보니 내 스승 김동리 선생께서도 필적을 남기셨다. 내 스승 유주현 선생도 다녀가셨다. 늘 곁에 계셨던 어른들에게서 제대로 찾아 배우지 못한 한이 느껴진다. 가시기 전에 이것저것 물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어리고 무지했다.


이중섭 선생은 내게 이렇게 가까이 계셨는데 나는 눈을 뜨고도 바라보질 못했다.

아쉽고 아쉬워 자꾸만 생각난다.


- 맨왼쪽이 구상 선생님 젊은 시절 사진이다. 내가 아는 구상 선생님은 60대 후반에서 80대다.

나머지 네 분은 내가 제자로 있던 대학, 대학원 시절의 모습이다. 일부러 내 기억과 일치하는 사진을 찾아냈다. 당시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가 있었더라면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 남겼을 텐데 그 흔한 사진이 한 장 없다. 특히 구상, 서정주 두 분 선생님은 특별히 가까이 모셨는데도 사진이 없다. 구상 선생님을 더 존경하지 못한 내 잘못이고, 서정주 선생님은 당시 전두환 관련 부끄러운 일이 있어 내가 피한 부분도 있다. 다 어리석고 부질없는 20대의 치기였다. 그저 엎드려 청하고 묻고 배웠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