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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가짜화가 이중섭

광주매일 / ‘가짜화가’ 이중섭을 통해 ‘진짜화가’ 이중섭을 보다


‘가짜화가’ 이중섭을 통해 ‘진짜화가’ 이중섭을 보다 
‘가짜화가 이중섭’ 이재운 지음


입력날짜 : 2016. 07.24. 19:18

이중섭 作 ‘황소’/연합뉴스 DB
이우환 작가, 천경자 작가 등의 작품이 ‘위작이냐 아니냐’를 놓고 술렁이고 있다. 잊을 만 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대한민국 미술계의 위작논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가짜화가 이중섭’을 통해 ‘진짜화가 이중섭’의 삶을 되살리는 소설이 출간됐다. 바로 이재운 작가의 ‘가짜화가 이중섭’이다.

작가 이재운은 대학시절 이중섭의 절친인 구상 시인으로부터 시를 배웠다고 한다. 대학원 조교로 있을 때는 구상 시인의 개인 심부름을 하고, 시인의 서재인 관수재에도 자주 드나들었다. 

구상 시인은 화가 이중섭의 원산 친구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절친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무렵 구상 시인은 작가에게 가끔 이중섭의 이야기를 해 줬는데, 그때만해도 이재운 작가는 화가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 작가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6년, 소설 ‘가짜화가 이중섭’에서 이중섭의 삶을 되살려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쓸 줄 알았다면 구상 시인에게 이중섭의 삶에 대해 자세히 여쭤봤을 것”이라며 못내 아쉬워했지만, 이허중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 천재 화가 이중섭의 고단했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냄으로써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랬다고 한다.

소설은 ‘가짜화가’ 이허중이 이중섭이 청량리뇌병원에 입원해있던 1956년 봄에 ‘약 2개월 동안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청년 화가’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허중이 이중섭을 스승으로 모시면서부터 그에게는 이중섭이 겪은 것보다 더 큰 시련들이 잇따라 몰려온다. 습작으로 그린 이중섭 그림 모사품이 야쿠자의 손에 넘어가면서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질곡 속으로 빠져든다.

어느새 이중섭의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모사하는 가짜화가로 살아가는 이허중에게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이 폭풍처럼 들이닥치고, 이윽고 5·16 쿠데타가 일어난다. 마치 이중섭에게 찾아온 식민지, 태평양전쟁, 공산정권, 6·25전쟁처럼 말이다.

이중섭이 끝내 가지 못한 길, 갈 수 없던 길을 기어이 가려했던 청년화가 이허중은 마침내 국토건설단에 끌려가 제주도 5·16 도로 건설현장에 투입된다.

한편 저자 이재운은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3학년 때 쓴 장편소설 ‘아드반’을 출간하고, 이듬해 ‘목불을 태워 사리나 얻어볼까’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첫 출간한 ‘소설 토정비결’은 3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토정 이지함 선생의 운명론적인 민족성과 한국인만의 독특한 해학성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하늘북소리’, ‘정도전’, ‘사도세자’, ‘황금부적’ 등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창작활동을 펼쳐 수많은 저작물을 발표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