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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여성 화장실 들여다본 남성,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을 두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은 것같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대법원이 옳다.


사건 개요 / 2014년 7월 26일 오후 9시께 전라북도 전주. 회사원 A씨는 실외화장실에 가는 20대 여성을 보고 따라들어갔다. 남성화장실로 들어간 A씨는 곧 칸막이 사이의 공간을 비집고 얼굴을 들이밀어 용변을 보고 있던 여성을 훔쳐보았다. 이에 검찰은 <성폭력범죄의처벌특례법 제12조>로 A씨를 기소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1심, 2심, 3심 모두 무죄 판결했다. 이유는, 사건이 일어난 곳은 <공중화장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성폭력범죄의처벌특례법 제12조>에서 정의한 <공중화장실>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판결내용이 알려지자 SNS 등에서는 법원이 국민감정을 무시했다, 공중화장실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 상가 화장실에서는 비슷한 사건의 경우 이번에는 왜 무죄냐, 모순판결이다, 국민의 법감정과 정반대 판례로 남았다, 심지어 상가화장실처럼 손님을 위해 설치된 화장실에서는 A씨와 같은 행위를 해도 처벌하지 못하느냐, 법 문안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국민상식과 괴리된 판결 등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유신 시대에 교육을 잘 받아온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법이 무슨 고무줄인 줄 아는 국민이 이처럼 많다. 법은 오차가 없기로는 화학 실험실이나 공학 연구실 같아야 한다. 1밀리미터의 작은 오차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듯 법 역시 그러한 오차가 일절 없어야 누구에게나 공평할 수 있다. 법은 법이지 여기에 국민상식이니 국민의 법 감정이니 하는 말을 갖다붙이면 그건 유신시대 발상이나 다름없다. 헌법 근거를 멋대로 해석하여 힘으로 국회 해산시키고, 헌법 개정하는 식 말이다. 유신시대에는 판사들이나 검사들이나 법을 멋대로 해석하여 멋대로 기소하고 멋대로 판결하는 일이 많아 피해자도 그만큼 많았다. 심지어 그런 식으로 죄가 없는 사람을 사형시키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법은 법대로 해석하면 된다.

이 사건의 경우 문제는 <공중화장실>의 정의가 어떻게 돼 있느냐에 있다. SNS로 마구 짖어댄 사람 치고 

법조문을 들춰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건 전개 과정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법이나 말이나 글의 엄격성은 아무 관심없고, 얼마나 감정적이며, 이러한 근거없이 불합리한 분노가 독재정권, 불통정권을 지지해주는 '무지의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1. 검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12조> 위반으로 보고 기소했다.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및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제1항제3호에 따른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내용을 더 줄이면 이렇다.


-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에 침입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5호는 무엇인가.

이 법률을 찾아보니 공중화장실에 관한 정의가 잘 나온다. 이중 검찰은 제1호를 가리킨 것이다. 즉 검찰은 해당 식당의 화장실은 개방화장실, 이동화장실, 간이화장실, 유료화장실은 아니고 제1호에서 규정하는 <공중화장실>이라고 보고 기소했다.


1. "공중화장실"이란 공중(公衆)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는 화장실을 말한다.

2. "개방화장실"이란 공공기관의 시설물에 설치된 화장실 중 공중이 이용하도록 개방된 화장실 또는 제9조제2항에 따라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구청장은 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하며, 이하 "시장·군수·구청장"이라 한다)이 지정한 화장실을 말한다.

3. "이동화장실"이란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 등에 일시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화장실을 말한다.

4. "간이화장실"이란 공중화장실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 설치한 소규모의 화장실을 말한다.

5. "유료화장실"이란 화장실의 설치·관리자가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받을 수 있는 화장실을 말한다.


제1호의 핵심은 이렇다.

- "공중화장실"이란 공중(公衆)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하여

그런데 이 식당 화장실은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하여(어법이 대체 왜 이런가. 국회에서 개정안 낼 때 꼭 고쳐주기 바란다. '이용하도록 하기 위하여'로 고치기 바람) 지어진 게 아니다. 식당주인이 손님을 위해 사사로이 지은 것이다. 


3. 따라서 판사는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하여' 지어진 화장실이 아니므로 검사가 제시한 <공중화장실>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법 요건에 맞지 않으니 처벌 근거가 없다. A씨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기소 조건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무죄 판결 취지다. 이렇게 되면 검사가 다른 법조문을 찾아 처벌을 요구해야 하는데, 그런 법이 있는지는 검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판사의 일이 아니다.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건 검사다. 판사는 기소할 권한이 없어 뻔히 죄가 보여도 검사가 기소한 범위 밖으로 한 뼘도 나갈 수 없다. 즉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요구한 내용으로는 처벌이 불가하다는 판결이다.


사실이 이러한데 법조문을 제대로 찾아 기소하지 못한 검찰을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그런 법이 없을 수도 있다), 왜 판사만 욕하는지 우리 국민들이 <참 쉽다>. 그러니 포퓰리즘에 약하고, 적당히 거짓말해도 믿고, 독재자의 손가락만 쳐다보게 돼 있다.


* 법 개정을 하려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고칠 이유가 없다.

대신 성폭력특례법 12조를 이렇게 고치면 된다.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및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제1항제3호에 따른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 삭제해야 한다. 너무 자의적인 개념이다. 성적 목적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있고, 쳐다보는 것만으로 '만족'이라는 어휘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모호한 표현이 법률 문장에 들어가면 안된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 및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제1항제3호에 따른 목욕장업의 목욕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장소에 -> 장소를 이처럼 특정하지 말고 <허락하지 아니하는 사람의 신체를 훔쳐보거나> 등으로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겠다. 장소를 특정하다보면 새로운 공간이 자꾸 생기는데 그걸 일일이 적시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실험실, 연구실, 교수실, 식당, 탈의실 등 벼라별 걸 다 넣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잘 연구하여 법조문을 개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