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궐례라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영화 명량에도 이순신이 망궐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외지에 나가 있는 신하들이 초하루와 보름에 殿이라고 적힌 종이쪽지를 의자에 모셔놓고 절을 하는 겁니다. 웃기지요?
그런데 더 웃기는 사실이 있습니다.
왕도 망궐례를 합니다. 누구에게 할까요? 바로 명나라 황제지요.
좀 모자란 임금 선조부터 근정전 앞에 쭈그려 앉아 闕 자가 적힌 쪽지를 모셔놓고 명나라 황제라 생각하면서 머리를 조아려 절했다는 겁니다. 설날, 동짓날, 황제의 생일날, 황태자의 생일날에 이 짓을 한 거지요. 이 바보들의 의례는 조선이 망할 때까지 이어지다가 형식상 대한제국이 성립되면서 폐지됩니다.
설마 지금도 어디선가 숨어 망궐례하는 바보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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