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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미숫가루 먹어 16남 12녀 낳았다는 성종, 왜 38세에 죽나?

난 한의학이 좀 더 과학의 세계로, 합리적인 학문의 범주로 들어오기를 간곡히 바란다. 조선 성종이 미숫가루 먹었기 때문에 16남 12녀를 낳았다는 건 생거짓말이다. 이 정도는 웬만한 남자면 다 할 수 있는 하찮은 일이다. 마누라 하나만 보고 살던 평민하고 여자라면 아무나 취해도 될만한 왕하고 어찌 비교가 되는가.
보라. 공혜왕후 한씨, 폐비 함안윤씨(연산왕 모친), 정현왕후 파평윤씨 등 왕후만 세 명이고, 그밖에도 아이를 낳은 후궁만 14명이다. 아이를 못낳은 궁녀들도 많을 것이다. 임신해야 성은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니 어쩔 수없다.
그러니까 공식적인 아내 17명에게서 16남12녀 낳은 게 뭐 대단한 일인가. 50년 전에는 한 여성이 5명에서 10명 사이도 낳았다. 17명이 28명 낳은 건 많이 낳은 것도 아니다. 숙의홍씨도 무려 열 명을 낳았다.
성종 이혈은 겨우 38세에 폐병, 기허증, 온열병, 등창 등으로 죽었다. 미숫가루와는 아무 상관없다. 미숫가루가 정력에는 좋은데 수명에는 치명적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것도 사실인가? 이 말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미숫가루와 정력은 관계가 없다.
종편 나와 영양사처럼 떠들거나 세상 잡사에 다 나서는 한의사들, 좀 더 연구하기 바란다.
한의학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허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같다.
400년 켸켸묵은 동의보감이나 뒤적거리지 말고 새로운 한의학을 개척해주기 바란다.

(참고/왕의 자녀들 : 태종 이방원 42명(낳자마자 죽은 조졸 빼면 29명), 세종 이도 22명, 중종 이역 23명, 선조 이균 2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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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실록한의학]16男 12女 둔 성종의 정력 비결은 ‘미숫가루’

여름 더위가 극성이다.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14명이 죽었고, 올해도 6월 초까지 수십 명이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더위로 인한 질환은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 조선 9대 왕인 성종(1457∼1494)은 더위 먹는 병인 서증(暑症)을 심하게 앓았다. 11세 때 한명회의 집에서 살다 더위에 기절한 이후 그는 여름만 되면 경연과 정사를 중지할 정도였다. 

기록에 따르면 성종은 여름이면 밥맛이 떨어져 물에 밥을 말아 먹어야 했다.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수반(水飯)은 속이 타오르는 체질의 사람이 많이 찾는 음식. 성종은 까칠하고 직설적인 성격이었다. 신하가 “찬 수반이 비위를 상하게 할까 걱정된다”고 진언하자 “그럼 내가 매양 건식을 먹어야 하나”라고 짜증을 부렸다. 동의보감은 ‘신장의 상화(相火·생리 기능을 추동하는 원동력)가 강할수록 더위에 예민하다’고 규정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상화가 강하면 정력은 약해진다. 하지만 성종은 재위 25년 동안 3명의 왕후와 9명의 후궁을 맞아들였으며 슬하에 16남 12녀를 뒀다. 


성종의 서증을 가라앉히고 엄청난 정력을 선사한 여름철 건강식은 바로 미식(미食)이다. 미숫가루를 주된 재료로 해 복분자와 오디, 하수오 분말을 첨가해 만든 음식으로 성종뿐 아니라 장수를 누린 영조도 즐겨 먹었다.

미숫가루의 핵심은 보리. 보리는 성질이 차가워 뜨거운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고 기운을 하강시키며 소화를 돕는다. 시금치보다 칼슘이 11배, 마그네슘이 3배, 칼륨이 18배나 들어 있어 여름날 지친 신경계통의 기능과 근육 피로를 풀어준다. 복분자는 먹고 소변을 보면 그릇(盆)이 엎어진다(覆)는 뜻이다. 최근 임상시험 결과, 장내 세균을 억제해 설사를 막아주는 여름철 최고의 과일임이 증명됐다. 하수오의 원래 이름은 야교(夜交)로 밤이 되면 줄기가 엉켜 교미를 하는 듯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음양을 동시에 채워주는 장수의 명약으로 머리를 검게 해준다. 오디는 뽕의 열매로 갈증을 없애고 음기를 북돋아 진액을 채워주는 자양강장제로 꼽힌다. 

식욕 없는 여름철, 좋은 보리와 계절 과채를 이용한 왕실의 미숫가루로 건강을 도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