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하면 팔푼이라고 하는데, 친구 자랑도 구푼이쯤 보는 시각이 있어 친구 자랑을 잘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김호석 화백의 그림을 보고 생각난 김에 몇 자 적는다.
내 블로그에서 김호석이라고 검색어를 쳐넣으면 모두 8편의 글이 끌려나올만큼 그와 나는 이심전심으로 가깝다.
나는 늘 김호석이 그림 그리는 것만큼만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러니까 김호석의 그림과 내 글을 나란히 놓으면 내 글이 빠진다는 뜻이다.
더 쓰면 진짜 구푼이 될 것같아 생략하고, 그림 한 장 소개한다. 이건 내가 김 화백한테서 사용권을 사서 <소설 바우덕이> 표지에 쓴 그림이다. 원화는 아마 김 화백에게 있을 것이다. 난 사진 데이터만 갖고 있다.(난 그림을 소장하는 의미를 줄 몰라서 웬만하면 파일로 달라고 한다.)
김 화백이야 내 표지로 쓸 그림을 그냥 줘도 될만큼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내 욕심이 확 뻗쳐 그 자리에서 그림사용권을 사버렸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1998년경 스물두 살쯤 되던 몽골 아가씨 톨가(난로 받침돌)인데, 물론 김 화백이 본 수많은 유목민 처녀들의 이미지가 합성된 것이기는 하니 딱 그렇다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톨가 말고도 졸라(촛불)라는 동갑내기 아가씨의 경우에는 초원에 나가 김 화백이 무수히 사진을 찍은 적이 있을만큼 당시 인물 스케치를 많이 하는 걸 보았다. 이 그림을 포함해 몽골에서 스케치한 작품을 나중에 전시한 적이 있는데 내게는 자료가 없다.
이 그림을 보면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을 보자마자 "이 그림, 내 표지로 써야겠다. 딱 바우덕이"라고 할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김 화백이야 워낙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려 이 작품에 애정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나는 귀하게 갖고 있다.
저 거친 머리칼, 짐승처럼 시퍼런 빛을 뿜는 야생의 눈, 말타고 다니느라 붉게 탄 뺨, 이 그림의 모델들을 잊을 수가 없다.
여담인데, 이 아이가 조금만 오른쪽으로 갔으면 싶었다. 책 제목을 써넣을 자리를 찾지 못해 애먹은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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