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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새빨간 거짓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아 할까?

새빨간 거짓말은 어원이 복잡하다. 

한중일 세 나라에서 함께 쓰는 적나라(赤裸裸)하다는 어휘가 있는데, '벌거벗은'이라는  뜻이다. 즉 옷을 벗고나면 속살이 다 드러나는데, 이를 赤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뜻에서 노란옷, 파란옷, 하얀옷으로 치자아해도 옷을 벗으면 빨간 속살이 낱낱이 드러나보이듯이 '뻔한 거짓말'을 가리키는 말로 이 표현은 누가 먼저 썼든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썼을 것으로 보인다.

- 빨강을 나타내는 한자는 赤(흙) 朱(구슬, 비단) 紅(열매, 실, 비단) 丹(돌) 등이 있다.


다만 '새빨간 거짓말'을 일본어로는 '眞っ赤な噓'라고 쓰는데, 나라 시대의 설화까지 끌어다 어원을 삼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생긴 어휘를 나중에 갖다붙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새빨간 거짓말을 彌天大謊이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숙어를 쓰는데, 아마도 일본에서 먼저 만들어져 나중에 한국어 사전에 올라온 것으로 의심된다.

한편 거짓말에 색깔을 입혀 표현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새빨간 거짓말은 금세 들통나는 거짓말, 뻔한 거짓말인데, 새까만 거짓말은 전혀 얼토당토 않은, 지어낸 말이다. 즉 명예훼손이나 모독 등으로 처벌될 수 있는 거짓말을 가리킨다.
자주 쓰이는 건 아니지만, 하얀 거짓말 하나를 추가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하는 말이 대개 여기에 속할 수 있고, 이 범주에 넣는 것이 편할 것같다.

새빨간 거짓말 / 나 술 안마셨어.(알콜측정기에 수치가 나왔는데도)
새카만 거짓말 /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대선 후보를 사퇴하겠다.(호남에서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전략'이었다며 둘러대는)
하얀 거짓말 / 이 주사는 하나도 안 아파.(주사를 안맞으려는 아이를 달래려고 해주는 거짓말)

- 브라질, 비키니 광고. 비키니는 원자폭탄 실험을 한 섬 이름으로, 실험 후 나무 등이 다 죽어없어진 상태를 상징한다. 즉 비키니는 '거의 다 벗었다'는 '적나라'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