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꿈을 꾸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대개는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걸 잘 알고, 꿈 내용을 통제할 수 있었다.
나는 아마도 이러한 현상이 중1 때 겪은 정신현상의 후유증이라고 생각한다.
중1 때 약 25리(10Km)를 걸어서 다녔는데, 너무 어린 나이라 4월 중순경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4월 25일경부터 헛것을 보기 시작했다. 귀신이 직접 나를 찾아와 대화를 하고, 대낮에 공황장애까지 일어났다. 환청, 환시는 기본이었다. 게다가 이 증세가 심할 때 공감각이 생겨 소리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했다. 색깔을 보면 소리가 나지 않는데, 소리를 들으면 색깔이 보였다. 이때문에 난 지금도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머리가 어지럽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내가 학교 앞으로 거처를 옮긴 뒤로 사라졌다. 게다가 학교 교사로 있던 육촌형이 날 데리고 있으면서 잘 먹이고 여러 가지 위로와 격려를 해주면서 중학교 내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마 이런 전력 때문에 고등학교 때 어느 날 자각몽이 시작되고, 그때부터 재미가 붙어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것같다. 그 무렵에는 꿈일기라는 걸 매일 적었다. 설정이나 구도 자체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전개나 줄거리는 내가 마음대로 고칠 수 있었다. 심지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갈 수도 있고, 꿈인가 아닌가 내가 꼬집어 보거나, 꿈이니까 안심하고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것도 해보았다.
그때 적은 꿈일기장은 없어져서 지금은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시골 어머니집에 있었을 텐데 이제 어머니마저 돌아가셨으니 영영 찾을 길이 없다.
나는 그뒤 가위눌림도 겪어 보았는데 역시 연장선에 있는 증세라고 이해한다.
지금도 나는 자각몽과 공감각 능력은 유지하고 있는데, 귀신은 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자각몽 능력이 상상력을 개발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어차피 꿈이란 해마가 미리 연습해보는 것이다. 다음날에 벌어질 일을 미리 예측하는 수단으로 두뇌 속 정보를 이리저리 조합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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