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도들 중에는 무념무상으로 아무 생각없이 살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업보가 따르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특히 말을 해서 생기는 구업(口業)을 매우 꺼린다.
하지만 거짓을 말하고, 거짓을 실천할 때 구업이 따르고 업장이 쌓이는 거지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실천할 때는 구업도 업장도 더 생기지 않는다.
물론 진실을 말하여 감옥에 가고 손해를 보고 심지어 죽는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영혼은 천년만년이 가도 구업은커녕 그 빛을 잃지 않는다.
1600년 2월 17일, 지동설을 주장한 지오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이탈리아 발음으로는 조르다노 브루노) 신부가 8년간 갇혀 있다가 이 날 화형되었다.
그는 "우주는 무한하게 퍼져 있고 태양은 그 중에 하나의 항성에 불과하며 수많은 항성들은 각각의 지구를 거느리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톨릭은 태양은 오직 하나이며 지구 역시 오직 하나일 뿐이라며 그를 화형시켰다.
형이 집행되기 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말뚝에 묶여 있는 나보다 나를 묶고 불을 붙이려 하고 있는 당신들(그를 사형하려는 로마 교황청측) 쪽이 더 공포에 떨고 있다"
그렇다.
진실을 말하고 실천하면 잠시잠깐 고난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업장을 녹이고 업보를 끌러 영혼의 자유를 얻는 것이다.
거짓으로 한때의 부귀영화를 훔칠 수는 있지만 (불교 인연법으로 말하자면) 곧 몰락의 업보가 떨어지고 그 영혼은 윤회의 바다에 빠져 오래도록 허우적거릴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그 더러운 이름은 결코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화형이 이뤄진 캄포 데 피오리(꽃밭) 광장에 서 있는 지오다노 부르노 신부 동상. 거짓을 움켜쥔 자들에게 화형당한 부르노 신부는 동상이 서고 오늘날까지 그의 이름이 빛나지만 그를 처형한 로마교황청과 당시 주관한 사제들은 지구의 쓰레기가 되어 업장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 헨리크 입센, 바쿠닌 등이 나서서 이 동상을 세우던 1899년, 교황 레오 13세는 반대하고 항의하는 금식기도를 했다. 그래도 동상은 우뚝 서고 오늘날까지 사상의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진실은 녹슬거나 바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동상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 A Bruno
il secolo da lui divinato qui dove il rogo arse
(브루노에게, 그가 예견한 세기에, 화형의 불길이 타올랐던 여기 이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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