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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가던 길 멈추고 2017

큰스님들 말씀에 생사가 호흡지간에 있다더니...

"뭐 하시나? 난 차 정비하고 시청 지나는 중."
"와서 차 한 잔 해요."
"시각이 애매하네. 열심히 일하고 이따 봅시다."
"그럼 그래요."
5분 뒤.
자동차 주유 중인데 전화가 걸려왔다고 뜬다.
"전화 방금 전에 했는데 왜?"
"응급실이요."
"누가 아파서?"
"내가요. 가슴이 답답해."
그 순간 머리를 때리는 직감이 번개친다.
"저런, 내가 가야겠네."

서둘러 가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예비의사가 와서 혈액용해제 투여하고, 조형제 놓는다. 급하다고 응급실 침대에서 간이 엑스레이를 찍어간다.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면 심근경색, 핏줄이 막힌 것이다.
"일단 병원에 왔으니까 죽을 일은 없으니 안심해요. 뭐 어디 좀 막혔으면 스텐트 박으면 되니까."
"아이고 아파."
"약 들어가는 중이니까 금세 뚫려요. 다 막혔으면 벌서 죽었지. 조형제 들어가야 어디가 막혔나 보면서 스텐트를 박지."
"아이고 답답해."
"걱장 말라니까. 설사 지금 죽어도 거뜬히 살려낼 수 있어요. 핏줄로 살살살 스텐트 밀어넣어 좁은 핏줄에 박으면 끝이라니깐."
겁은 나지만 일부러 태연한 척했다.
수술 절차 들어가야 하는데 법적 보호자 찾아 한참 허둥댔다. 법적 보호자는 멀리서 오는 중이다.(법적 보호자란 말에 마음이 찡해진다. 친구 처지나 내 처지나.)

1시간 30분 정도 수술 끝에 스텐트 2개로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수술실에서 나온 친구가 말한다.
"큰스님들 말씀에 생사가 호흡지간에 있다더니 정말 그렇네요."
스텐트 시술은 부분 마취로 한다더니 멀쩡하게 잘도 말한다.
"좋은 일 많이 하니까 금세 고친 거요. 혼자 자다가, 먼 시골에 갔다가, 외국 여행 갔다가 심근경색 오면 그냥 죽는 거지 뭐. 심하면 기절해서 살려봐야 머리가 죽을 수도 있고. 다 막히진 않아서 그나마 산 거지. 오늘 새로 태어난 셈 치고 더 열심히 삽시다."
"인생이 허망하네요."
심근경색 그 무서운 병이 금세 해결되었다.

내 막내숙부는 남아공 월드컵 보다가 심근경색이 왔는데 가족들이 이미 잠든 시각이라 우물쭈물 하다가 돌아가셨다. 생사가 장난같다.


* 설악산 오색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