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고모가 생전에 머물던 요양원에서 고인의 물품을 인수해가라는 통지를 받고 동생이 다녀왔다. 내 동생은 고모의 조카로서 유산상속의 서열에서 한참 밀리는데도 그렇게 됐다.
고모에게는 남편이 있었지만 알콜중독으로 사별하고, 딸이 있었지만 대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뒤 남자아이를 입양해 길렀는데, 이 아이가 장가까지 가서 아들 하나를 두었다. 하지만 이 아들은 고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다. 술 먹고 잠을 자다 기도폐색으로 급사했다. 이 아이에 대해서는 <이런 인생>으로 메모해뒀다. 고모는 이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끝까지 알지 못했다.
그뒤 며느리가 집을 나가 손자는 하는 수없이 고아원에 맡겨졌다. 1년 뒤 이 며느리마저 시신으로 돌아왔다. 고모는 끝내 이 사실도 알지 못했다.
손자 나이가 너무 어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죽고, 할머니가 죽은 걸 잘 느끼지 못한다.
물품 목록을 보니 주민등록증, 의료증, 1101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 3개, 도장 한 개다. 여러 종류의 카드가 10개이고, 손지갑이 하나라고 적혀 있다.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무거운 슬픔>이란 제목으로 고모 두 분에 대한 기억을 적은 글이 있다.
이 글 끝에 작은고모가 남긴 손자 정보를 메모해두었다. 나중에라도 이 아이를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고모 장례 때 이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가 밥을 먹인 적이 있는데,
- 이름 세하. 2004년 12월 30일생. OO초등학교 O사랑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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