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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영화 택시운전사, 그저 그런...

영화 택시운전사를 가족들과 함께 보았다.

일단 소재는 참신하다. 성명 미상의 택시 운전사와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펜터의 눈으로 보는 1980년 5월의 광주 이야기는 나름대로 신선하다.

특히 영화가 아닌 사실인 듯한 연출이 와닿았다.


나야 내 대학 시절의 이야기니 저절로 녹아들지만 몇 가지 흠이 있다.

즉 영화 초반에 나오는 서울 시내 시위장면은 내가 직접 경험한 내 두뇌 속의 기억과 똑같고, 그것이 벌써 37년 전의 일이라는 사실에 그저 눈물이 난다.

하지만 나는 곧 냉정해졌다. 나는 거짓말이 보이면 소름이 돋는 사람이다. 


힌츠펜터가 광주를 벗어날 때 추격자(사복경찰)들과 이를 방해하는 택시운전사들의 드라이빙 쇼는 이 영화를 완전히 망칠 뱀의 다리다. 멋지지도, 극적이지도, 재미 있지도 않다. 현대사를 이처럼 왜곡하면 못쓴다. 그 역사를 경험한 사람들이 살아 있는데 이런 짓하면 절대로 안된다.


또 사복경찰들이 힌츠펜터의 신분을 알아내고, 그토록 추적했다면 무사히 출국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텐데 단지 다음날 비행기표를 하루 당겨서 출국하니 아무도 모른다는 식의 이야기에는 코웃음이 나온다. 억지란 얘기다. 픽션의 조건은 절대로 픽션처럼 보여선 안된다는 것이다. 인과관계가 딱 들어맞고, 논리적으로든 시대적으로든 그럴 듯해야 한다.


또 그 당시 광주에는 힌츠펜터 말고도 외신기자들이 더 있었다. 이런 점이 소홀하다.


- 이 사진을 보면 당시 동영상을 촬영하는 다른 외신기자들이 보인다. 힌츠페터도 녹음당당기자 헤닝 루모어를 대동하고 있었다.

이밖에 CBS 브루스 더닝 기자는 광주현지에서 방송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 영화를 그리 좋은 영화라고 평가할 수가 없다. 점수를 줘야 한다면 5점 정도 줄 수 있다.

그저 소재 하나 잘 우려먹은 것, 그리고 마침 출범한 문재인 정권 덕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국제시장>이 박근혜 정권에 헌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듯 영화 <택시운전사>가 문재인 정권에 헌정되는 식이라면 더더욱 나쁘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지 정치가 개입되면 안된다고들 말하면서 막상 정치적으로 포장한다. 더구나 <실화>라면서 힌츠펜터란 기자의 실명 하나만 실화이면 안된다. 내용이 실화여야 하는데 벌써 거짓말이 너무 많이 드러나버렸다. 난 이처럼 역사를 비틀어 정권 입맛에 맞추려는 영화를 매우 싫어한다.


더구나 이 영화에서는 박정희가 왜 죽었는지, 전두환이 왜, 어떻게 박정희가 죽은 그 자리를 고스란히 차지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저 살륙이 있었다, 이런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지금의 일베충이나 문베충이나 친박이나 문빠들처럼 종질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전두환이 독재자니까,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폭력으로 권력을 찬탈하려니까 저항한 것이다. 내 글에 '일베충'이냐며 댓글다는 놈들처럼 누구에게 종질하는 시민들이 아니었다. 도리어 광주를 제외한 다른 국민들이 종질했다. 이제 와서 가면 쓰지 말기 바란다. 더구나 당시 광주항쟁을 겪어보지도 않은 자들이 입에 거품 무는 건 더 꼴불견이다. 이제 북핵 전쟁 위기에서 그 천박한 입으로, 빠질이나 하는 그 머리로 어떻게 나가나 보자. 유사시 무슨무슨 빠라고 하는 자들이 가장 먼저 완장을 할 것이다.


** 추가 / <국제시장> 개봉 때는 박근혜 등 친박과 일베들이 온통 난리를 치고, 모든 언론이 나서서 입에 침이 튀기도록 칭찬했다. 그때 비판하는 글 썼더니 좌파니 빨갱이니 하는 댓글이 달렸다. 

<택시운전사>가 개봉되니 문재인 대통령 등 현정권 실세들이 또 난리를 친다. 당연히 일베충이냐는 댓글이 붙는다. 모든 언론이 나서서 아부질하는 건 <국제시장>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난 이런 더러운 종 문화를 싫어한다. 이 나라의 미래는 과거를 보면 확실히 보인다. 종들이 역사를 더렵혀 왔고, 지금도 더럽히고 있다.

막상 육이오전쟁 때는 제 국민 죽이기 바쁘던 자들이 시간이 지나니까 죄다 애국자처럼 돌변하고, 광주항쟁이며 당시 민주화투쟁 때는 숨어 있거나 저들의 그늘에 안락하게 숨어 있던 것들이 튀어나와 민주투사인 듯 행세한다. 비겁한 국민들이 갑자기 용기 있는 척하는 게 정말이지 재수없다. 1980년 5월, 대한민국 국민의 90%가 종이었다. 이제와서 그러면 죄 받는다.


<영화 <국제시장>과 역사 서술의 오류>


* 당시 5.18을 보도한 진짜 외신 자료 모음




- part1은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