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숱한 시어를 그물로 엮어 짜는 사람이다. 그런데 트라우마가 많거나 무지하면 언어를 다양하게 커넥팅 혹은 네트워킹하지 못하고 의식이 특정 영역에 갇히게 된다. 이걸 뚫고 나아가야 좋은 시인이 되어 좋은 시를 쓸 수 있는데, 아마추어들은 그걸 뚫지 못한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국화, 소쩍새, 봄, 천둥, 누님, 무서리란 어휘를 자신의 감성그물로 엮어낸 것이다. 이처럼 시를 쓴다는 것은 어휘의 시냅스를 발달시켜 무구무진한 상징과 비유를 만들어 가장 적절하게 배치하는 행위다.
학자나 연구자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얼마나 많이 시냅스처럼 연결시키느냐에 따라 숨어 있던 창의를 건져올릴 수 있는 것이다.
* 서정주 ; 시만 쓰다가, 시에 갇혀 살다가 정치가 뭔지 모르고 친일시인, 독재자 찬미시인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내 스승이므로.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인터넷망과 페이스북 등 SNS망은 인간 무리를 시냅스화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창의를 폭발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빨리 깊이 새로운 창의를 잇따라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이 창발(創發)이다. 하지만 언론을 통제하고 SNS 규제하는 나라의 국민은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창의가 나올 수 없다. 14억 중국이 5천만 한국에 밀리는 이유이고, 5천만 한국이 8백만 이스라엘에 밀리는 이유다.
스님은 성경 안읽고, 목사는 불경 안읽고, 화가는 음악 모르고, 수학자는 그림 모르고, 남자는 여자를 모르고, 호랑이는 지렁이를 모른다. 그럴수록 탐진치의 바다로 빠져든다. 인류는 생긴 지 5천년밖에 안됐다면서 진화론은 거들떠보지 않고, 사주팔자니 관상이니 풍수니 기웃거리고 산왕대신 산왕대신 헛소리나 외워댄다.
(거짓이 아닌 실체 있는) 잡종 교배가 일어나야 거기서 새로운 창의가 나온다. (싱싱하고 안전한 걸) 잡식해야 건강하고 강해진다. 안되는 게 많을수록, 하기 싫은 게 많을수록, 미움이 강할수록, 사람이 싫을수록, 세상이 싫을수록 자폐는 더 심해지고, 그 다음에는 썩을 수밖에 없다. 창의를 구하는 자, 울타리를 부수고 철망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가라.
- 내 목걸이. 붓다와 붓다를 괴롭히는 악마 파순이 함께 있다. 둘은 다르나 같다. 그 사이에 갇혀 고뇌하는 아기가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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