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나파나 모임 후 둘러앉아 보이차를 마시면서 '태극기 시위대'를 걱정했다. 박근혜 재임 때는 국정원 돈 빼다 주며 시위를 시켰다지만 요즘은 자기들이 손써가며 서울까지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단다.
이 사람들의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 없다. 지능이 모자란 것같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소설가인 내 눈으로 볼 때 뭔가 심상치 않다.
2008년 광우병 시위, 기억할 것이다. 근거가 거의 없었지만 당시 야권은 이명박 정부를 거의 다운시키기 전단계까지 갔다. 오늘날 한때 폐족으로 불리던, 도저히 재기가 불가능할 것같던 노무현 추종자들이 재집권한 것은, 전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임기 중의 무능, 부패, 오만, 방자 덕분이다. 그때마다 보여준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의 묵묵부답은 노무현 추종세력에게 매우 큰 힘이 되었다.
이 모든 상황이 뒤바뀌어 2018년, 1959년대에 태극기 휘두르며 날뛰던 기독청년조직인 서북청년단이 생각난다. 그들이 최초의 태극기 부대다. 그 구성원 그대로 오늘날에도 기독교인 중심의 보수세력이 요즘 '태극기 시위'의 중심에 서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이스라엘기와 미국기와 십자가가 시위대에 반드시 끼는 것으로 보아 이 주장은 사실로 보인다. 서북청년단의 태극기와 요즘의 태극기 시위, 끔찍할만큼 닮아 있다.
그래서 두렵다. 해방 후 친일파들은 싹 쓸려 바다로 떠내려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재기했다. 서북청년단을 행동대로 삼은 이 친일파들은 감히 독립군들이 목숨 바쳐 지켜온 태극기를 들고다니며 악랄한 폭행, 테러, 강간, 약탈을 일삼았다.
문재인 세력이 제대로만 한다면 이들이 설 공간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이명박 박근혜가 제대로만 했다면 폐족을 자처하던 노무현 추종세력이 부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오늘날 문재인 정권이 하는 걸 지켜보니 박근혜 때와 슬슬 닮아가는 듯하다. 박근혜 때 수첩이라도 들고다니던 장차관들이 문재인 정권에서는 아예 보이지도 않고, 여기도 비서, 저기도 비서, 오직 청와대만 날뛴다. 북한 공연에서도 윤상은 안보이고 탁현민 행정관만 보인다. 청와대 상황실장은 청와대를 지키는 게 소임이지만 감히 판문점까지 달려간다. 툭하면 청와대 비서들이 직접 나와 떠든다. 그렇게 유능하면 그 직책을 맡기면 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외교무대에 파견하는 등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볼 때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오만하고 방자한 짓이 계속되면 태극기 부대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2007년 12월, 카사노바 이미지를 뒤집어쓴 대권주자 안희정이 "친노는 폐족...엎드려 용서 구해야"라고 했지만 이후 이명박 박근혜의 실정을 틈타 이광재가 강원지, 안희정이 충남지사로 부활하고, 끝내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렇게 '폐족' 노무현 세력이 되살아난 것처럼 박사모나 태극기 부대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역사는 드라마나 영화나 소설보다 더 예측불가다. 소설은 철저한 인관관계로 플롯이 구성되지만 현실은 그런 것이 없다. 현실은, 죽은 놈이 살아돌아다니고, 갑자기 죽기도 하는 저질 드라마 같고, 음모영화처럼 극적이다. 1623년에 일어난 인조반정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엎치락 뒤치락한 노론과 소론의 대결을 보면 그 생생한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상대의 실수가 벌어질 때마다 반드시 권력의 추가 뒤집히면서 피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조선조 150년이 피로 얼룩졌다. 그 과보가 요즘도 반복되는 것이다.
2018년 4월 7일, 훗날 위해 기록하다.
- 붓다의 손 "네 생각대로 하지 말고 오직 지혜롭게 처신하라!"고 말씀하신다. 미얀마에서 덕산 스님이 보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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