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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모과나무 돌보기

꿈을 꾸다보면 하늘 간 지 십년 이상 된 아이들이 뒷동산에 갇혀 있는 게 생각이 난다.사료와 물을 안 준 지 너무 오래 되어 혹시 죽지 않았나 걱정되어 숨가쁘게 달려가 보면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를 기다린다. 끌어안고 울고불고 배 고팠지, 목 말랐지, 위로한다.


현실에서도 그렇다. 어쩌다 밭을 둘러보러 가면 깜짝 놀란다. 풀이 너무 빨리 자란다. 예초기로 말끔하게 깎아줘도 두어 달이면  또 풀밭이다.

어제는 올봄에 사들인 모과나무가 걱정돼서 동생들을 불러 찾아가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잡목이 우거져 모과나무를 감싸고 있다. 뿌리 깊은 시누대가 너무 가까이 밀려오고 있다.

풀과 잡목을 자르고, 칡넝쿨을 걷어내고 보니 모과나무가 세수를 한 듯 반듯하다. 지난 봄에 모과꽃이 피는 시기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냉해를 입었는지 많이 열리지는 않았다. 대략 50개쯤 열린 듯한데, 벌써 알이 굵다.


사진을 찍어 딸에게 보내주며, 네 나무니 사촌동생들하고 늙어죽을 때까지 모과 잘 따먹으라고 문자를 보냈다. 여름에 나무 주변 정리해주고, 가을에 모과따고, 초겨울에 거름 한 포씩 주라고도 했다. 모과나무 나이를 따지다가 그냥 딸과 동갑이라고 해두었다. 지금이야 오차가 있겠지만 저도 나이들수록 비슷하게 늙어갈 것이다.


내 것이지만 너무 오래 돌보지 않아 내 것이 아닌 듯한 것이 너무 많다.


* 동생들이 잡초와 잡목, 시누대를 제거하고 있다. 난 사진 찍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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