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아빠가 기윤이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 값 8만원은 도란이 새끼를 판 돈으로 치렀다. 그래서 아빠는 도란이 새끼가 없어진 걸 안 기윤이가 얼마나 화를 낼까 전전긍긍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열어주던 외할머니가 보자마자 걱정이다.
외할머니 : 기윤이가 아빠 엄마 오면 때려준다고 아까부터 벼르고 있어.
엄마 : 왜?
외할머니 : 새끼 팔았다고 그러지.
사태를 간파한 아빠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 기윤이를 번쩍 안으며 선수를 쳤다.
아빠 : 너 자전거 타고 싶다고 했지? 그래서 아빠가 새끼 예쁘게 길러주면 내가 강아지 한 마리 줄 테니까, 자전거 아저씨는 우리 기윤이 타게 자전거를 한 대 주세요, 이랬지. 그랬더니 자전거 아저씨가 자전거를 한 대 주더라구. 자전거에서 노래도 나오고, 너 좋아하는 노랑색이야.
기윤 : (새끼는 금세 잊은 듯) 자전거 어디 있어?
아빠 : 대문 앞에. 지금 타자.
기윤 : 오빠(앞집 민회) 집에 있어?
아빠 : 몰라.
기윤 : 오빠한테 자랑해야 되는데….
기윤이는 아빠를 따라나가 둘이서 밀고타고 하다가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동네 어른들이며 오빠 언니들한테 죄다 자랑했다.
기윤 : (집에 들어오자마자 근심에 싸여) 나 내일 피아노학원 안가.
아빠 : 왜? 피아노 치는 거 싫어?
기윤 : 피아노 치는 건 좋은데…. 나 유치원에서 집으로 왔다가 갈 거야.
기윤이는 유치원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피아노학원으로 간다. 그런데 집에 왔다 가겠다는 것이다.
아빠 : 왜?
기윤 : (아직 제대로 탈 줄도 모르면서) 난 자전거 타고 학원 가고, 아빠는 차 타고 따라와.
아빠 : 왜?
기윤 : 학원 애들한테 자랑해야잖아.
하여튼 강아지 얘기는 그 후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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