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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말하지 않는 말이 가장 큰 거짓말이다

불교에는 열 가지 악을 참회한다는 말이 있다.

이중에 4가지가 말에 관련된 것이다.

망어(妄語),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다.

거짓말(妄語), 사기꾼이 상대를 속이기 위해 지어내는 말(綺語), 두 말로 이간질하는 양설(兩舌), 근거없거나 지나친 욕설과 비난 악구(惡口)다.

그런데 가장 나쁜 게 한 가지 빠져 있다.

진실을 숨긴 채 말을 안하거나 모른 척(藏實)하는 것이다.


사기꾼이 상대를 선의로 설득하려 할 때는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먼저 밝혀야 하는데, 모두가 다 숨긴다. 처음부터 악의가 있다는 뜻이다. 만약 사기로 징역 갔다 온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에 먹글씨를 집어 넣기 전에는 속고 또 속는다. 사기꾼이 또 사기 치다 징역가는 재범율이 77%나 된다. 이런 사기꾼이 주변에 널려 있으면서 교묘하게 신분을 위장한다.


2016년 사기 범죄 자료

사기 범죄 25만 600건

사기 전과 초범 9050명

사기 전과 9범 이상 3만 622명

사기 범죄 재범율 77.3%


내가 사는 도시에도 그런 자들이 많다.

오만방자한 한 국회의원이 돈을 뿌린 걸 고발해줘 덕분에 그 자를 낙선시키고, 정계 은퇴시킨 건 좋은데 그 고발자는 사실 그 국회의원에게 시의원 공천헌금을 냈다가 공천을 안해주니 화가 나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죽어도 그런 진실을 숨기고, 나 역시 일부러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그의 용렬함을 반드시 전제하고 그를 상대하고, 결정적으로 그에 관해 누군가 물을 때 이 사실을 알려 큰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준다. 당사자는 그런 짓 해놓고도 그 당에 공천 신청장을 넣을 정도로 배짱이 있다.

또 허명을 갖고 있는 한 정치인을 따라다니며 무슨 회장입네 활동하면서 지역 정치인들 따라다니는 한 사람은 사주니 관상이니 골동이니 나름 전문가인 척 활발하게 돌아다니지만 누구도 그가 사기로 징역 살다 나온 사람인 줄 알지 못한다.


이런 사기꾼들은 인허가를 둘러싼 브로커의 세계, 거짓말 7할 진실 3할쯤으로 후려치는 사주 풍수 관상 부적 영점 같은 세계, 돈으로 정치하는 지방 정계 등에 몰래 서식하며 젖과 꿀을 찾는다. 그런데 언론도 그중 하나다.


오늘 삼성에서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이 되는 폴더블폰' 갤럭시F 보도자료를 돌리자, 거의 모든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그런데 단 한 언론사도 말하지 않는 게 있다.

즉 접었다 폈다 한다는 이 새 전화기의 두께가 몇 mm나 되는지 말하지 않는다. 또 무게도 말하지 않는다.

동영상 보니 두께가 일반 휴대폰 2배이고, 그러면 무게도 그렇게 나갈 것같은데 단 한 언론사, 한 기자도 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알아보지도 않는다.

삼성이 역시 언론사 상대로 힘을 가졌구나 알겠다. 그 수많은 기자들 중에 왜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단 말인가. 물론 이 침묵의 카르텔에는 삼성에서 뿌리는 막대한 광고비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 장병만 10만 3827명이던 대한민국에서 육이오전쟁이 터져도 단 한 놈도 미리 알지 못하고, 외환위기가 터져도 단 한 놈 미리 말하지 못한 것이다(비공식으로 말하는 걸 나는 들었지만... 그러면서 경제 담당 공무원은 지금까지도 공무원이고, 경제학자들은 지금도 교수니 연구원이니 하고 있다)


나는 이같은 지식인들의 비겁한 태도를 경멸한다.

나 스스로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의 다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