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리 존자 이야기
- 증일아함경-1-501 오왕품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붓다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에 사위성에 달빛(月光) 장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코끼리와 말과 일곱 가지 보배가 모두 풍족하고 금·은의 보배는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장자는 하늘과 귀신에게 빌었다. 즉 해·달·하늘신·땅신·귀자모·4천왕·28귀신의 왕·제석천·범천 산신·목신·다섯 길의 신과 나무와 약풀 따위에 두루 귀의하여 아들 하나 점지해 주기를 빌었다. 며칠 뒤에 그 장자의 부인은 '나는 아기를 배었습니다.'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해 어쩔 줄을 몰랐다. 곧 부인을 위해 좋은 자리를 펴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혔다.
8·9개월을 지나 부인은 아들을 낳았다. 얼굴은 단정하여 세상에 드물고 복숭아꽃 빛처럼 아름다왔다.
그런데 그 아이는 두 손에 값할 수 없는 마니 구슬을 쥐고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보물과 곡식 등
이 집에는 재물이 많다
나는 이제 그것을 보시해
가난한 이를 얻게 하리라.
보물과 곡식 등
그런 재물이 없어지면
값할 수 없는 구슬 여기 있나니
그것으로 항상 보시하리라.
그 부모와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달아났다.
"어쩌면 이 귀신 종자를 낳았느냐."
그러나 그 부모는 아이를 가엾이 여겨 달아나지 않았다. 그 어머니는 아이를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늘이냐 건달바냐
귀신이냐 나찰이냐
너는 누구며 성명은 무엇이냐
나는 그것을 알고자 한다.
아이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이나 건달바 아니요
또 귀신이나 나찰도 아니다
나는 우리 부모에게서 났다
나는 사람이다, 의심치 말라.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면서 월광 장자에게 이 사실을 모두 말하였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이것은 무슨 인연일까. 나는 이 일을 저 니르그란타에게 물어 보리라'고. 곧 그 아이를 안고 니르그란타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그간의 사실을 모두 말하였다.
니르그란타는 이 말을 듣고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아이는 박복하다. 그 몸에 아무 이익이 없다. 죽여 버려야 한다. 만일 이 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온 집안이 망하고 또 다 죽고 말 것이다."
월광 장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원래 자식이 없었다. 그 때문에 천지에 빌고 어디에나 빌어 몇 해가 지난 뒤에 이 아이를 낳았다. 나는 이 아이를 차마 죽일 수 없다.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물어 보아 내 의심을 풀리라'고.
그때에 여래께서는 성불하신 지 오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모두 큰 사문이라고 일컬었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 사실을 저 큰 사문에게 말해 보리라'고.
장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안고 세존에게로 가다가 도중에서 다시 생각하였다.
'저 장로 범지는 나이 60이 넘었고 총명하고 지혜로워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런 사람도 이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하물며 저 사문 고타마는 아직 나이 젊고 도를 배운 지 오래지 않았다. 어떻게 이 일을 알겠는가. 아마 그도 내 의심을 풀어 주지 못할 것이다.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그때에 일찍부터 장자와 친한 어떤 천신이 있었다. 그는 장자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허공에서 말하였다.
"장자는 앞으로 나아가라. 반드시 큰 성과를 얻을 것이요, 또 단이슬(甘露)이 내리는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실 때 인연을 갖기란 참으로 어렵다. 여래께서는 단이슬을 내리신다. 그러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또 장자여, 4가지 작은 것이 있다. 그러나 작다고 하여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다. 그 넷이란 무엇인가. 국왕은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요, 불은 아무리 작아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며 용은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요, 도를 배우는 이는 아무리 어려도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다.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아무리 작아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넷'이니라."
천신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국왕은 아무리 나이 어려도
그 법을 따라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작은 불씨는 성하지 못해도
끝에는 온 산의 초목을 다 태운다.
신령한 용은 아무리 작게 보여도
그 때를 맞춰 비를 내리고
배우는 이는 나이 어려도
한량없는 사람을 지혜로 건지느니라.
때에 장자는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못내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세존이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아이는 큰 복이 있다. 장차 자라면 5백 제자를 데리고 내게 와서 비구가 되어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될 것이요, 내 성문 중에서 복덕이 제일이어서 아무도 그를 따를 이가 없을 것이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의 말씀은 저 니르그란타 말과 다르나이다."
장자는 다시 사뢰었다.
"원컨대 이 아이를 가엾이 여겨 비구들과 함께 내 청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였다.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나 떠났다. 그는 집에 돌아와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펴고 이른 아침에 몸소 가서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세존께서는 왕림하소서."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사위성으로 들어가 장자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장자는 세존과 비구 스님들이 좌정한 것을 보고 곧 갖가지 장만한 음식을 손수 돌리면서 한결같이 마음은 기뻤다.
공양이 끝나자 바루를 거두고 깨끗한 물을 돌린 뒤에 다시 작은 자리를 가져다 여래 앞에 앉아 설법을 듣고자 청하였다.
장자가 사뢰었다.
"나는 이제 우리 집과 농사를 모두 이 아이에게 주었나이다. 세존께서는 아이 이름을 지어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아이가 처음 났을 때에 사람들은 모두 동서로 달아나면서 '저것은 시바리 귀신이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시바리'라고 이름하라."
세존께서는 장자 부부를 위해 묘한 논(論)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다. 탐욕은 더럽고 번뇌는 큰 근심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장자 부부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다시 의심이 없는 것을 보시고 여러 붓다가 늘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 사라짐과 사라지는 길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장자를 위해 설법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장자 부부는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지혜를 보는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새롭고 흰 천은 쉽게 물들어 빛깔이 되는 것처럼 장자 부부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법을 보고 법을 분별하여 망설임이나 의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게 되어 여래의 심오한 법을 이해하고 곧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문장에는 게송이 제일이 되며
왕은 사람 중의 높은 이요
바다는 모든 물의 근원이 되며
달은 밤하늘 가운데 제일 밝은 것
해는 밝은 빛 중의 제일이 된다.
사방과 팔방과 또 위와 아래의
거기서 태어난 모든 중생들
만일 그 복을 구하려 하면
붓다가 거기서 가장 높나니.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이때에 장자는 5백 동자를 구해 시바리를 모시게 하였다.
시바리는 나이 20이 가까와 그 부모에게 가서 사뢰었다.
"원컨대 부모님은 제가 집을 떠나 도를 배우기를 허락하소서."
부모는 곧 허락하였다.
왜 그러냐 하면 세존께서 전에 예언하시기를 '장차 5백 동자를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사문이 될 것'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시바리와 5백 동자들은 시바리의 부모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들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에 한쪽에 섰다.
그 때에 시바리는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도 닦기를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곧 허락하시어 사문이 되게 하셨다.
그는 며칠이 못되어 아라한이 되어 6가지 신통이 맑게 트이고 여덟 가지 해탈을 두루 갖추었다.
이때에 5백 동자들은 붓다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들도 출가한 지 며칠이 못 되어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그때에 시바리는 사위성의 본국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그를 공경하고 우러러 의복·음식·침구· 약 등 4가지로 공양하였다.
시바리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본국에 돌아와 있으매 매우 시끄럽다. 이제 세상에 나아가 돌아다니면서 교화하리라'고.
존자 시바리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다시 좌구를 챙기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기수급고독원을 떠나 5백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세상에 나가 노닐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모두 의복·음식·평상·침구·의약 등으로 공양하였다. 또 여러 천신들이 가깝고 먼 모든 촌락에 알렸다.
"지금 존자 시바리는 아라한이 되어 복덕이 제일이요. 5백 비구를 데리고 세상에서 노닐고 있다. 여러분들은 가서 공양하라. 지금 공양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
때에 존자 시바리는 다시 생각하였다.
'공양이 너무 많이 들어와 매우 귀찮다. 어디로 피해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있는 곳을 모르게 할까'고.
그는 곧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하늘들은 다시 여러 촌락에 알렸다.
"지금 존자 시바리는 이 산 속에 있다. 너희들은 가서 공양하라. 지금 공양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
그때에 사람들은 이 하늘 말을 듣고 곧 음식을 가지고 존자 시바리에게 갔다.
"원컨대 존자 시바리 님은 저희들을 위해 이리 와 계십시오."
시바리는 다시 세상에 노닐면서 왕사성의 카란다 대숲 동산으로 가서 큰 비구 5백인과 함께 있었다. 거기서도 의복·음식·평상·침구·의약 등의 공양을 받았다.
존자 시바리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서 여름 안거를 지내면서 아무도 내가 있는 곳을 모르게 할까'고. 또 생각하였다.
'저 기사굴산 동쪽에 있는 광보산 서쪽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자'고.
그는 곧 5백 비구들을 데리고 그 산에 가서 여름 안거를 지냈다.
그때에 제석천왕은 시바리의 심정을 짐작하고 곧 신통으로 산 속에다 부도를 만들었는데 과수원과 수목들이 모두 갖추어졌다. 그 주위에는 목욕할 수 있는 못이 있고 5백 누각과 5백 평상과 5백 작은 평상과 5백 노끈 평상을 신통으로 만들고 또 하늘의 단 이슬로 공양하였다.
그때에 존자 시바리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여름 안거를 마쳤다. 여래 님을 뵈온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지금 가서 뵈오리라'고.
그는 곧 5백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으로 갔다. 때에 한창 더운 철이어서 비구들은 모두 땀을 흘려 몸이 더러워졌다.
그 때에 시바리는 생각하였다.
'지금 비구들은 매우 더워한다. 조금이라도 구름이 끼고 보슬비가 왔으면 좋겠다. 또 목욕할 수 있는 못이 있고 장(醬)을 얻었으면.'
이렇게 생각하자 하늘에는 큰 구름이 끼이고 보슬비가 내리며 목욕할 수 있는 못이 나타났다. 또 바이슈라마나 천왕이 보낸 비인(飛人) 네 사람은 단 장을 지고 와서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이 단 장을 받아 중들에게 주소서."
그는 그 장을 받아 비구들에게 주어 먹게 하였다.
그때에 시바리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여기서 쉬어야 하겠다'고.
때에 제석천왕은 시바리의 생각을 알고 곧 길가에 5백 개의 방을 신통으로 지었다. 평상과 침구도 모두 갖추어졌다. 여러 하늘들은 음식을 바쳤다. 시바리는 공양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때에 존자 시바리의 숙부가 사위성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아쉬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탐욕이 많고 인색해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붓다와 법과 승가를 믿지 않으며 공덕을 짓지 않았다. 그 친척들은 그에게 말하였다.
"장자는 그 재물을 어디다 쓸 것인가? 왜 후세의 양식을 장만하지 않는가?"
장자는 이 말을 듣고 하룻동안에 백천냥 금으로 외도 바라문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러나 세 분 불·법·승에는 보시하지 않았다. 존자 시바리는 그 숙부가 백천냥 금으로 외도들에게는 보시하면서 삼보에는 보시하지 않는 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에 존자 시바리는 기수급고독원으로 가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그는 그 날로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면서 차츰 그 숙부 집에 이르러 문밖에 잠자코 서 있었다.
장자는 존자 시바리가 문 밖에서 걸식하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너는 왜 어제 오지 않았느냐? 나는 어제 백천냥 금으로 보시하였다. 나는 담요 한 장을 너에게 보시하리라."
시바리는 대답하였다.
"담요는 필요 없습니다. 밥이나 주시오."
"나는 어제 백천냥 금을 보시하였다. 이제는 보시할 수 없다."
시바리는 장자를 제도하려고 곧 공중에 날아올라 몸에서 물과 불을 내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마음대로 신통을 부렸다. 장자는 이 조화를 보고 말하였다.
"내려와 자리에 앉아라. 이제 보시하리라."
시바리는 곧 신통을 버리고 이내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 장자는 추하고 나쁜 음식을 시바리에게 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존자 시바리는 부유한 집에서 자라나 음식에 자유로웠지만 다만 그 장자를 위해 그 음식을 받아먹었다. 시바리는 그것을 먹고 돌아갔다. 그 날 밤에 하늘에서 천신이 내려와 장자에게 말하였다.
좋은 보시는 곧 큰 보시니라
저 시바리 존자에게 보시하라
탐욕 없으면 곧 해탈이요
욕망 끊으면 의심이 없느니라.
또 새벽에도 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좋은 보시는 곧 큰 보시니라
저 시바리 존자에게 보시하라
탐욕 없으면 곧 해탈이요
욕망 끊으면 의심이 없느니라.
장자는 이 하늘 말을 듣고 곧 생각하였다.
'내가 어제는 백천냥 금으로 외도에게 보시하여도 이런 반응이 없었는데 오늘은 나쁜 음식으로 시바리에게 보시하였더니 이런 반응이 있다. 날이 언제 밝을 것인가? 나는 백천냥 금으로 저 시바리에게 보시하리라'고.
장자는 그 날로 온 집안을 뒤지어 백천냥 금 값어치 되는 물건을 가지고 시바리에게 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그 백천냥 금을 시바리에게 바치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이 백천냥 금을 받으소서."
시바리는 대답하였다.
"장자는 무궁한 복을 받고 저절로 장수하리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비구로서 백천냥 금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답니다."
때에 장자는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 시바리 비구로 하여금 이 백천냥 금을 받게 하소서. 나는 그로써 복을 짓겠나이다."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시바리 비구에게 가서 내가 부른다고 말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비구는 붓다의 분부를 받고 곧 시바리에게 가서 여러 말씀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존자 시바리는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장자의 백천냥 금을 받아 그로 하여금 복을 짓게 하라. 그것은 전생의 인연이니 그 갚음을 받아야 하느니라."
시바리는 사뢰었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때에 존자 시바리는 곧 게송으로 보시를 읊었다.
옷이나 그 밖의 물건 보시해
그에 따른 복과 덕을 구하려 하면
그는 저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
다섯 가지 즐거움을 스스로 즐기리라.
그는 천상에서 인간에 태어나
생존을 끊고 의심이 없으리니
함이 없는 저 열반 경계는
모든 붓다가 즐기는 바다.
보시하기에 어려움이 없으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복 얻으리니
사랑하고 은혜로운 마음을 내어
복을 짓되 게으름 없이 하여라.
존자 시바리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 백천냥 금을 가져다 내 방에 두어라."
장자는 존자 시바리의 분부를 받고 그 백천냥 금을 가져다 존자 시바리 방에 두고 이내 떠났다.
그때에 존자 시바리는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모자람이 있는 이는 여기 와서 가져가라. 만일 의복·음식·평상·침구·의약 등이 필요하거든 여기 와서 그것을 가져가고 다른 데 가서 구하지 말라."
이렇게 서로 전해 여럿에게 알렸다.
그 때에 비구들은 세존께 사뢰었다.
"이 시바리 비구는 과거에 무슨 복을 지었기에 장자집에 태어나되 단정하기 짝이 없고 복숭아꽃 빛처럼 아름답나이까? 또 무슨 복을 지었기에 두 손에 구슬을 쥐고 어머니 태에서 나왔나이까? 또 무슨 복을 지었기에 5백 인을 데리고 여래에게 나아와 비구가 되어 도를 배우면서 여래 세상을 만났나이까? 또 무슨 복을 얻었기에 가는 곳마다 의복과 음식이 거절로 생겨 모자람이 없어, 어떤 비구도 그를 따르지 못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먼 과거 91겁 전에 비바시 여래 · 아라한 · 등정각 · 명행족 · 선서 · 세간해 · 무상사 · 조어장부 · 천인사 · 불세존이라 부르는 분이 세상에 나타나 반두국에 노닐면서 60만 8천 무리들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의 네 가지 공양을 받았다.
그 때에 아야달이라는 범지(바라문)도 그 나라에 살았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금·은의 보배와 저거·마노·진주·호박 따위는 헤아릴 수 없었다. 그는 비바시 여래에게 나아가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비바시 여래는 그를 위해 설법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때에 아야달은 비바시 여래에게 사뢰었다.
“원컨대 내 청을 받아 주소서. 나는 붓다와 비구 스님께 공양하려 하나이다.”
비바시 여래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아야달은 세존께서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붓다를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집에 돌아와 갖가지 맛나는 음식을 장만하고나서 생각하였다.
'나는 갖가지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타락(駝酪 ; 낙타우유, 보통 젖소나 염소우유를 가리킴)이 없다. 내일 아침에 성에 들어가 타락을 파는 이가 있으면 그것을 모두 사리라'고.
그는 이튿날 아침에 좋은 자리를 펴 두고 이내 성문으로 들어가 타락을 찾았다. 마침 그때에 시바리라는 소치는 사람이 타락을 가지고 제사를 지내러 가려고 하였다.
아야달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타락을 팔면 나는 후한 값을 치르리라.”
시바리는 대답하였다.
“팔 수 없습니다. 나는 이것으로 제사 지내려 합니다.”
“너는 하늘에 제사해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그러지 말고 내게 팔면 후한 값을 쳐주겠다.”
“범지께서는 타락을 사서 어디다 쓰려는 겁니까?”
“나는 지금 비바시 여래와 비구 스님들을 청했다. 음식은 다 준비되었는데 타락이 없다.”
“비바시 여래는 모양이 어떤가?”
“그 여래는 짝할 이가 없다. 계율을 갖추어 청정하고 지혜와 삼매는 천상이나 인간계에서 아무도 따를 이가 없다.”
아야달 범지는 이렇게 여래의 덕을 찬탄하였다.
시바리는 그것을 듣고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범지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타락을 가지고 가서 여래께 보시한 뒤에 하늘에 제사하리라.”
그러자 아야달은 시바리를 데리고 다시 비바시 붓다께 나아가 사뢰었다.
“지금 바로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왕림하소서.”
여래께서는 때가 된 줄을 알고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아야달 범지 집으로 가서 제각기 차례대로 앉았다. 시바리는 여래 모습이 세상에 드물어 모든 감관은 담박하고 32가지 거룩한 모습과 80가지 특별한 모양으로 그 몸의 장엄한 것이 해와 달과 같고 또 수미산이 여러 산 위에 뛰어나 그 광명이 멀리 비쳐 그 광명을 받지 않는 것이 없는 것 같은 기운을 보았다. 그는 못내 기뻐해 세존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면서 말했다.
“만일 여래 공덕이 저 범지의 말과 같으시다면 이 한 병 타락을 비구 스님들에게 주어 충분하게 하리라.”
때에 시바리는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이 타락을 받아 주소서.”
여래께서는 곧 바루를 내밀어 타락을 받으시고 다시 비구들에게 주셨다. 그래도 타락은 남았다.
그 때에 시바리는 세존께 사뢰었다.
“아직도 타락이 남았나이다.”
“너는 또 그 타락을 붓다와 비구들에게 돌려라.'
“예, 그리하겠나이다.”
시바리는 다시 타락을 돌렸다. 그래도 타락은 남아 있었다.
시바리는 사뢰었다.
“아직도 타락은 남아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 타락을 가지고 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들에게 주어 배 불리 먹게 하라.”
그래도 타락은 남아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 타락을 가지고 저 시주들에게 주라.”
“그리하겠나이다.”
그는 곧 나가 시주들에게 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타락은 남아 있었다. 다시 거지와 가난한 이들에게 주었다. 그래도 타락은 남아 있었다. 그는 돌아와 여래께 사뢰었다.
“아직도 타락은 남아 있나이다.”
때에 붓다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 그 타락을 가져다 깨끗한 땅이나 물에 쏟아라.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아직 여래를 제하고는 어떤 하늘이나 사람도 그 타락을 소화시킬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시바리는 붓다의 분부를 받고 곧 그 타락을 가져다 물에 쏟았다. 때에 물 속에서 큰 불꽃이 일어나 수십 길이나 치솟았다. 시바리는 그 변괴를 보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그는 돌아가 붓다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서서 서원을 세웠다.
“이 타락을 가지고 네 무리에게 보시함으로써 만일 거기에 복덕이 있으면 그 복으로 말미암아 8가지 어려운 곳에 떨어지지 말고 가난한 집에 나지 말며, 나는 곳마다 6가지 감관을 원만히 갖추고 얼굴은 단정하며 또 집에 있지도 말며, 미래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거룩한 분을 만나게 하여지이다”고.
비구들이여, 알라. 또 31겁 전에는 시기는 여래가 세상에 나오셨다. 그 여래는 야마 세계를 교화하시면서 큰 비구 10만 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에 그 여래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성에는 선재라는 큰 상인이 있었다. 그는 멀리서 시기 여래가 모든 감관은 고요하고 얼굴은 단정하며 32가지 거룩한 모습과 80가지 특별한 모양으로 그 몸은 장엄하여 낯이 해와 달과 같은 것을 보았다. 그는 매우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세존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좋은 보배 구슬을 여래 위에 걸어 한 조각 정성을 표시하면서 두루 서원을 세웠다.
“이 공덕으로 나는 곳에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모자람이 없고 손이 빌 때가 없게 되며 내지 어머니 태에서도 또한 비지 않게 하여지이다”고.
또 그 겁 동안에 비사라바 여래 · 아라한 · 등정각 · 명행족 · 선서 · 세간해 · 무상사 · 조어장부 · 천인사 · 불세존이라는 분이 나오셨다. 그 때에 선각이라는 장자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비사라바 여래·아라한·등정각과 그 비구 스님을 청하였다. 그에게는 시중꾼이 없어 몸소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해 여래께 공양하면서 서원을 세웠다.
“나는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마다 항상 거룩한 세 분을 만나고 가난하지 않으며 언제나 시중꾼이 많고 미래 세상에서도 오늘처럼 여래를 만나게 하여지이다.”고.
또 이 현겁 동안에 구루손 여래·아라한·등정각께서 세상에 나오셨다. 그 때에 다재라는 장자도 구루손 여래를 청해 이레 동안 그 붓다와 비구들께 공양하고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으로 공양하면서 서원을 세웠었다.
“나는 곳마다 항상 재물과 보배가 많아 빈천한 집에 나지 말고 언제나 네 가지 공양을 받으며 네 무리와 국왕과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하늘·용·귀신·비인들의 대접을 받게 하여지이다”고. 비구들이여, 알라.
그 때의 아야달 비구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저 월광 장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 때의 소 치는 사람으로서 타락으로 붓다께 공양한 목동은 지금의 저 시바리 비구다. 그 때의 선재 상인을 댜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시바리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 때의 선각 장자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지금의 시바리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알라. 시바리 비구는 이런 서원을 세웠었다. 즉 “나는 곳마다 언제나 단정하기 짝이 없고 항상 부귀한 집에 태어나며 미래 세상에서도 세존 님을 만나고 나를 위해 설법하는 이는 곧 해탈을 얻어 집을 나와 사문이 되게 하여지이다”고. 그런 공덕으로 지금 시바리 비구는 부귀한 집에 태어나 단정하기 짝이 없으며 지금 나를 만나 곧 아라한이 되었다. 또 비구들이여, 알라. 다시 보배 구슬을 여래 위에 흩은 그 공덕으로 어머니 태 안에 있으면서 손에 구슬 두 개를 쥐고 이 세상에 나왔다. 그 구슬이 이 남섬부주의 값어치와 같다. 그는 세상에 나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구루손 여래를 다시 청하고 많은 동지들을 갖게 하여지이다”고.
그래서 지금 5백 무리를 데리고 내게 와서 비구가 되어 반야를 배워 아라한이 되었다. 또 이렛 동안 구루손 여래께 공양하고 4가지 공양을 얻기를 구해 지금 의복·음식·침구·의약 등이 모자람이 없다. 그런 공덕으로 다른 비구로서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제석천왕은 친히 와서 공양해 그 필요한 것을 이바지하고, 또 하늘들은 여러 촌락에 알려 네 무리들로 하여금 시바리가 있는 곳을 알게 한 것은 다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제자 중에서 복덕으로 첫째가는 이는 바로 시바리 비구다."
그때에 비구들은 붓다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 용인 보문정사 / 국제여래선원의 시바리 존자 상.
국내 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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