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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생활의 지혜

땡초를 맛있게 먹는 법

매운맛은 짜릿하다. 엔돌핀과 도파민이 쫙 솟는다. 쾌감이다.

찌개든 전골이든 청양고추를 넣어야 맛이 깊어진다.

물론 매운맛을 피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건 먹을 줄 몰라서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난 달 미얀마 여행 중 동료들에게 땡초 먹는 법을 시연해 보였는데, 대부분 따라할 마음조차 먹지 못하는 걸 보고는 '개혁이 어렵긴 어렵구나' 생각했다. ㅋㅋ

땡초를 보는 순간, 매우니 먹지 말라는 편도체 명령이 강력하게 나오니 어쩔 수 없을 것같다.

하지만 나는 기어이 땡초 먹는 법을 터득했다.


우리집에서는 딸이 청양고추를 워낙 좋아해서 매우 고추가 떨어지는 법이 없다.

딸은 고추장도 매워야 먹는다. 청양고추를 매운 고추장에 찍어 아삭아삭 씹어먹는다.


나도 전에는 딸만큼 매운 고추를 잘 먹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매운맛이 좋아 한두 개는 먹었는데, 더 먹고 싶어도 통증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캡사이신을 재는 스코빌 지수로 볼 때 청양고추는 4000~12000SHU인데 내가 미얀마에서 먹은 건 짧은 땡초로, 아마 방글라데시 원산의 도셋나가쯤 되는 것이다. 도셋나가는 캡사이신 지수가 88만 6000SHU다.

캡사이신(capsaicin) 구조식은 (CH3)2CHCH=CH(CH2)4CONHCH2C6H3-4-(OH)-3-(OCH3)다. 화학식은 C18H27NO3다. 기껏 C H N 3가지 원소의 조화다. 고추를 씹는 순간 TRPV1이 자극되어 격렬한 발열감이 느껴진다. 이걸 통증이라고도 한다. 멘톨 씹으면 서늘한 느낌이 드는 것의 반대다. 캡사이신이 몸에 들어가면 부신에서 아드레날린이 쫙 분비된다. 또한 뇌에는 엔돌핀이 나오면서 도파민도 동시에 나와 기분이 좋고, 정신이 번쩍 난다.

진통작용, 체지방 줄이는 비만예방과 치료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 땡초 잘못 먹어 입안에서 불이 날 때 ; 우유를 먹는다. 우유의 지방이 캡사이신을 제거해준다. 캡사이신은 물에 안녹으니 물을 몇 잔 마셔도 소용없다. 입에서 불이 날 때 들기름이 있으면 그걸 한 숟가락 분 먹는 게 더 좋다.

땡초 매운맛을 지우는 데는 우유(물에 비해 2배 빠르다)보다 탈지분유(물에 비해 3배 빠르다)가 더 효과적이고, 탈지분유보다 버터(물에 비해 6배 따르다)가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내가 개발한 비법은 땡초를 어금니 위에 올려놓고 오래 씹는 것이다.

씹은 땡초를 혀에 올려놓으면 침과 반응하고 체온에 반응하면서 열감이 확 치솟는다.

그러니 어금니 위에 올려 잘근잘근 씹으면 체온에 적게 반응하고, 침에 의한 열감 효과가 줄어든다.

물론 우유나 기름 종류, 버터를 준비했다가 여차하면 먹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