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오아시스 왕국 <쿠차> 출신인 쿠마라 치바 스님은 <空法은 非過去 非未來 非現在>라고 말씀하셨다.
空의 눈으로 보면 과거가 없고 미래가 없고 현재가 없다는 뜻이다.
空은 마치 공간(space)을 말하는 것 같지만 막상 공간이 아니다. 공이 공간을 잃었으니 그 짝인 시간도 잃는다.
空이 色으로 나투면 그 즉시 공간이 생긴다. 공간이 생기면 그 즉시 시간도 생긴다. 그러면 과거 미래 현재가 생긴다.
조선 초기의 함허득통(函虛得通, 1376~1433) 선사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옛날이 아니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현재다>라고 하셨다. 이 말씀이 쿠마라 치바 스님의 말씀이다.
해석자들이 空과 色의 개념에서 오류를 일으키는 부분은 마치 빛과 어둠을 상대적으로 보려는 어리석음과 같다.
빛과 어둠은 한자로 자웅(雌雄)이라고 표기하는데, 이도 잘못된 것이다. 자웅은 종종 암컷과 수컷으로 쓰이는데,
암컷과 수컷은 서로 다른 개체다. 빛과 어둠은 상대적이다.
빛이 주인이고, 빛이 없어질 때 어둠이 나타나는 것이지, 어둠이란 존재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즉 어둠은 빛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 다른 뭐가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空은 시간은 없고 공간만 점으로 존재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것이다.
공간이 점이라는 것도 사실 위치만 있지 질량이 없는 에너지와 같다.
2018년을 보내며 기억을 기록한다.
2008년~2009년, 보문정사 주지 덕산 스님이 마차푸차레가 보이는 땅에 천막을 치고 아나파나 사티를 할 때 찍은 사진이다.
히말라야 마차푸차레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보인다.
모자란 목사들이 예수 보기를 그럴 것이고, 모자란 승려들이 붓다 보기를 그럴 것이다.
손에 잡힐 듯, 뻔한 줄 알 것이다.
네팔이 성산으로 여겨 등반을 허가하지 않는 마차푸르나는 6993미터다.
사람들은 이 산이 눈앞에 보이니 그처럼 세상사를 다 아는 듯이 相을 짓는다.
모르는 줄 알면 도리어 사전을 찾거나 묻거나 자료를 찾지만,
안타까운 건 모르면서 아는 줄 착각하는 것이다.
나는 150권의 책을 쓰고, 사전편찬자로서 10권 이상을 집필했지만 하루에 열 번 이상 사전을 찾아본다.
그래도 틀리고 어긋나고 또렷이 알지 못하는 것 투성이다.
28년간 바이오코드를 연구해왔는데, 그래서 두뇌 공부를 28년간 했는데
내 주변에는 나를 가르치려는 고수들이 너무 많다.
묵묵히 들어주면 이야기가 산으로 바다로 멋대로 날아다닌다.
돌이켜 보면 나도 밀리언셀러 작가랍시고 이곳저곳 강연 불려다니던 지난 30여년,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인 줄 아상을 가진 적이 있다.
옛날 강연 원고가 남아 있어 다시 읽어보면 팩트가 잘못된 자료를 인용하여 목청 높인 게 발견된다.
그 사이 진실이 변한 데이터도 있다.
모르는 줄도 모른 것이 아주 많다. 그런 걸 발견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2018년을 접으면서 나는 내가 아는 것이라도 더 의심하고, 모르는 건 더 열심히 찾고, 궁금하면 누구든 찾아가 묻자고 다시 맹세한다.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나는 바르게 쓰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살고 싶다.
지금부터 시간을 더 아껴 쓰고, 결코 낭비하면 안된다.
자갈밭에 씨 뿌리거나 물을 뿌리지 말자.
선의든 악의든 함부로 보시 받지 말고, 함부로 보시하지 말자.
딱 세 아이 앞에서만 가끔 눈을 감겠다.
내 딸과 우리 강아지 별군이와 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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