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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한자 모르면 베끼지 말자

한자 모르면 베끼지 말자

- 千祥雲集


새해가 되었다고 여기저기서 인삿말이 올라온다.

그런데 대개 한자어다.

그것도 일년에 한번 쓸까말까 싶은 조선시대 유림들이나 쓰던 어려운 한자다.

그러다 보니 잘 베끼지도 못하고 뜻도 잘 모른다.



원래 천상운집(千祥雲集)인데 祥 자를 붓글씨로 쓸 때 붓끝을 너무 흘리면 마치 

자처럼 보일 수 있다.

난 어떤 자가 천양운집이라고 했을까 궁금하여 인터넷을 검색하니, 뜻도 모르고 베끼는 사람들이 흔하다. 굉장히 많다.

한 놈이 실수하니 비슷한 사람들이 마구 베껴쓰고, 그럴 듯한 변명까지 늘어놓다. 천 개의 바다가 모인다나?

궤변 늘어놓는 빠들 같다.

千을 으로 쓰는 사람도 있고, 祥을 변이 아니라 木변으로 쓰는 사람이 있고, 集의 을 쓰는 사람도 있다. 한자 한문 모르면서 유식한 척하려는 사람들이 붓을 잡고 이런 짓을 저지르고, 그 제자들이 다시 베낀다.


천상운집(千祥雲集)을 한문법으로 해석하면 '천상(千祥)이 운집(雲集)하다'다.


천상(千祥)은 1000가지 祥이다.

祥은 희생으로 제사상에 올라간 이다.

양 1000마리를 희생으로 바쳤으니 그 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양 잡아 제사지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었다.

보시 한 푼 안하고 천상(千祥)이라고 써놓기만 하면 복이 오겠는가.

돈 한 푼이라도 보시 적선한 다음에 그런 기대를 해야 한다.


운집(雲集)은 '구름이 모여들다'이다. 여기서는 앞에 천상(千祥)이 있으니 '구름처럼 모여들다'로 새긴다.

集은 나무에 앉은 새다. 원래 이다. 새가 3마리다. 새가 많다는 뜻이다. 모인다는 뜻으로 쓴다.


- 소나무에 보이는 하얀 점이 다 백로다.


그래서 천상운집(千祥雲集)은 '희생 양 1000마리를 제물로 올리니 귀신들이 좋은 일을 구름처럼 많이 내려보내다'는 뜻이다.

줄여서 '좋은 일이 많이 생기다'로 새긴다.


아래는 글씨들 보며 코멘트한다.


- 왼쪽은 갑골문자로 쓴 것이다. 오른쪽은 두 자나 틀렸다. 

상 자 변에 示를 써야 할 자리에 木을 썼다. 또 集에 밭쳐야 할 木이 잘못되었다. 서예 하시는 분들은 종종 이렇게 쓰는데, 멋을 위해 글자를 바꿔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千(천)을 干(간)으로 잘못 썼다. 集의 木도 불완전하다.


千(천)을 天(하늘 천)으로 잘못 썼다. 集의 木도 불완전하다.



여기 쓰인 雧은 集의 옛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