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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글쓰기를 업 삼아 살고 싶은 신인 작가 시인을 위한 무지무지 친절하고 세련된 안내

- 글쓰기를 업 삼아 살고 싶은 신인 작가 시인을 위한 무지무지 친절하고 세련된 안내

이상문학상 사태 터진 김에 저작권에 대해 한 마디 더 지적한다.

저작권 중 도서관 보유 서적에 대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천 번이든 만 번이든 백만 번이든 회독률에 상관없이 저작권료는 0원이다.
노래방에서 노래 한 번만 불러도 작사가, 작곡가, 가수에게 저작권료가 골고루 돌아가는데
서적은 저작권료가 전혀 없다(교과서는 주더라)

막상 조직을 갖춘 출판사들이 나서서 권리를 찾아줘야 하는데, 대형 출판사들은 배가 불러 하기 싫고,
작은 출판사들은 여력이 없어 못한다.
저작권자 개인들은 최저생계도 못잇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 역시 주장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우리 작가들이 미국처럼 한번 베스트셀러가 되면 수백억원씩 벌어들이는 대형 시장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부지런히 일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런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도 못하고 바쁘게 산다.

몇 가지 적어본다.

1. 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여해줄 때 일정한 금액의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노래방이야 소비자가 돈을 내니 거둬줄만한데 도서는 주로 무료 대여니 누가 저작권료를 내주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럴 때는 국가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헌법 9조에 '국가는...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지만 시늉만 낸다.
제22조에 '저작자...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돼 있지만
시인 작가가 굶어죽도록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2. 출판 계약 때 신인작가들은 이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출판사는 종이출판권과 전자출판권 두 가지만 가져야 한다.
기타 모든 2차저작권은 작가가 갖는다고 명시하라.
출판사가 2차저작권을 나눠 가질 이유가 없다.
영화, 드라마 등 어떠한 형태의 2차 저작권이든 작가의 권리다.

3. 계약기간은 3년으로 해야 한다. 서로 합의되면 5년이든 10년이든 좋지만,
'자동 갱신된다'고는 하지 말라. 반드시 자동 종료되도록 하고, 계속 출판하고자 할 때는
다시 서명해야 한다고 적어라.

쓰고 보니 이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나는 막상 출판계약을 하지 않고 책을 내는 편이다.
<책이있는마을> <노마드> <리디북스>에서 주로 책을 내는데, 그냥 원고만 보낸다.
계약기간도 없고, 저작권료 조항도 없고, 기타 어떤 약속도 따로 하지 않는다.
나도 30년 작가지만 그쪽도 30년 출판 경력자라 그냥 저작권법을 준용한다.
서로 말이 엇갈릴 일이 없다. 저작권법대로 하면 서로 불편하지 않다.

내 경우 출판사에 출판 시기, 정가, 편집, 디자인, 제호 등에 관한 모든 권리를 넘긴다.
작가도 시간과 취재비를 투자하여 글을 쓰지만 출판사는 사무실 유지하고, 거래선 유지하고,
직원 관리하고, 사진 그림 서체 북디자인 등 인맥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과, 책을 한 권 찍는데
들이는 자금(권당 수천만원)을 단독 투자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출판사가 먼저 살아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저작자에게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경우처럼 문학상 하나쯤 운영하는 출판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대개 상이라는 이름으로 묶은 책을 10만 부 정도 팔면 한 종만 갖고도 출판사는 1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1만 5000원 정가 도서 10만부면 대략 10억 이상 매출이 오르니 견딜 수 있는 기초 자금은 된다
( 물론 내 거래처이기도 한 나무옆의자처럼 문학상금을 1억원씩이나 주면 손해나는 경우가 많다)
10만 부 이상 나가면 물론 돈을 번다. 저작권 한 푼 안줘가면서.

수상자 입장에서 보면 수입이 겨우 300만원~500만원이다.
말이 상금이지 원고료로 따져도 하찮은 금액이다.
그것도 그 돈만큼 책을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니 더 할 말이 없다.
내가 1987년~1990년 무렵 원고지 1매당 3만원 받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2020년에 이게 웬말인가.
그러면 이 작가들은 무엇으로 생활하며 어떻게 작가 노릇을 하란 말인가.
누가 급여라도 주는가? 무슨 인민작가라도 되어 국가에서 연금을 주는가?
아무것도 없다.
화가 중에는 갤러리에 소속되면 급여를 주기도 하는데, 작가에게 급여주는 출판사를 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단편 중편 써가지고는 출판사 들러리하다 결국 생계 때문에 문단을 떠나야 한다.
글에 목숨을 바치고 싶을 정도로 애정이 깊은 신인 작가라면 독자에게 직접 호소하라.
독자들이 나를 작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글
안쓰겠다, 이런 각오로 덤벼라.
출판사는 신인작가 한두 명 없어도 아무 문제없다.
상 한 번 타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해마다 작품 골라 출판하면 된다.
지금까지 신춘문예든 문학상이든 타고 살아남은 작가 시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아보라.
출판사에 기대봐야 결말은 뻔하다.
20~30년 전에는 유명 출판사나 문예지에 기대면 어느 정도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옛날 이야기다.

용기 갖고 시장과 싸워라.
그리고 부탁 한 마디. 한국어로 안되면 영어로 쓰라.
한국인은 1년에 책 1권도 안읽는 사람이 40%다.
인구 겨우 5000만 중에 미성년 빼고, 어르신들 빼고, 인지장애자 빼고, 난독자 빼고 대체 몇 명이나 책을 읽어주겠는가.
100만 부가 기적의 지평선이요, 한계다.
영어권 인구는 무려 21억 명이다. 딱 한 권만 성공해도 평생 먹고 산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신한다면 그렇게 하라.
특히 한국어 시 써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어 사전이 허섭하여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앞으로 20년간 죽을힘을 다해 만들어 손자 세대라면 한글 작품이 곧 '세계문학'이 되도록 노력은 하겠다.

* 올릴 사진이 마땅치 않아 돈 사진 올린다.
돈없이 한두 권은 글을 쓸 수 있지만 전업작가로는 살지 못한다.
난 시대를 잘 만나 내 전성기에 출판 및 신문 전성기가 겹쳐 운좋게 살아남았다.
그 은혜로 내가 번 돈으로 우리말 사전류 열 가지 정도를 25년째 만들어 오고 있다.
또 바이오코드 역시 나와 내 가족을 먹여 살려준 독자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