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증조부 묘소로 고속도로가 계획 고시되어, 할 수없이 선대 조상들을 모신 선영 아래를 다듬어 증조모와 함께 모셨다.
할아버지는 1902년에 돌아가셨는데, 이 할아버지 자식 한 명이 삼일운동에 나선 독립유공자이고, 손자 한 명이 육이오때 전사한 국가유공자다. 만주독립군에 군자금 보낸 사실은 아직 확증되지 않아 국가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분들이 다 북한으로 들어갔으니 세월이 한참 지나고, 손자들이 다 죽은 다음에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우리 자손 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손자, 즉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의 아우인 당숙이 83세로 참석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국가 연금을 받고 있다. 우리 가족들,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누구라도 달려나가자. 내 자손들 걱정 말자. 이렇게 나라가 지켜주잖느냐."
물론 우리 당숙이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다. 특히 돈이 조금만 생겨도 만주로 보내버린 덕분에 초등학교조차 가지 못했다. 못배웠으니 잘 못산다. 어른들이, 자식들 가르칠 돈마저 만주로 보냈기 때문이다.
* 아래 사진 중 하나는 막 스무살이 되던 해에 일본군으로 징집된 아버지 기념 사진이다. 대전 훈련소까지 갔다가 거기서 탈출했다. 몇 달간 숨어살다가 해방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옆 사진은 국군에 입대하여 복무 중일 때 찍은 사진.
* 우리 집안에 탈영병이 두 명 있다. 내 아버지가 일본군에서 탈영하고, 숙부가 국군에서 탈영하여 죽을 때까지 그 기록을 갖고 있었다. 숙부는 여순 사태 때 동족을 죽이기 싫다며 몰래 도망쳐와 아버지가 일본군 탈영 때 숨어 있던 마을에 은신했다. 이 덕분에 아버지는 동생을 대신해 국군에 자원입대, 동생의 죄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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