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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남북 긴장 사태를 보면서 내 시대를 우려하다

우리는 늘 비슷한 시기에 분단된 동독 서독은 통일이 되었는데, 우리는 73년이 되도록 통일은커녕 서로 미워하고 할퀴는 악다구니 속에 빠져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
그러나 알아야 할 게 있다. 특히 문재인이나 그 무리들이 잘 따지지 않는 게 있다. 독일은 비록 분단되기는 했지만 서로 전쟁을 하지는 않았다. 아돌프 히틀러라는 괴물 때문에 독일민족이 겪는 당연한 업보라고들 생각하며, 벌 받는 기분으로 견뎠다. 한쪽은 미국인 선생으로부터 혼나고, 한쪽은 소련 선생으로부터 혼났다.

우리는 어떤가.
독일에 비해 두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남한은 독립운동가들을 죽이거나 내쫓거나 학대하고 조롱했다. 최소한 무시당했다. 징병, 징용, 위안부로 끌려간 사람들 중 겨우 돌아온 이들은 이 친일파들 덕분에 숨죽이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숨기며 살아야 했다.
이 점을 생각하면 독립운동을 하고, 독립군자금을 바치느라 가난하게 산 내 할아버지 형제들 때문에 소년기에 저녁을 굶고, 아버지 형제들이 대개 무학이고, 내 형제들마저 대개 국민학교 밖에 못나온 걸 생각하면 나도 피가 끓는다.
이승만 친미극우기독교 정부는 이 땅에서 독립운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능멸하고, 점령군으로 등장한 미군정에 붙어 그 이익을 친일파와 극우기독교인들에게 퍼주었다. 이 더러운 피가 이승만 친미친일파 정부, 박정희 유신 정부, 전두환 군부로 이어지고, 그 잔영이 이회창, 황교안의 머릿속에 독버섯처럼 남고, 친일이 친미로 이어졌다.

둘째, 김일성의 무모한 통일전쟁 욕망 때문에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나 수백만 명(한국인 사상자 189만명, 미군13만명 등, 북한 332만명, 중국인 59만명 등)이 죽었다. 김일성은 독립군 중심으로 구성된 북한 정권이 친일파 일색인 남한 정부를 무너뜨리고 해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38선에 늘어선 양군 지휘관을 보면 이 의도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우리 사단장들은 거의 다 일본군 출신이지만 북한군 사단장들은 거의 다 독립군 출신이다. 여기서 젊은이들은 피가 끓는다. 민주당 내 친북세력들은 바로 이 점만 본다.
하지만 김일성이 일으킨 육이오전쟁에서 친일파만 죽은 게 아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더 죽었다. 남쪽만 보자면 일본군 출신, 친일관료 출신의 정부가 국민방위군이나 보도연맹 등으로 무고한 양민을 무차별로 죽이거나 죽게 했다. 여수순천 주둔 군인들의 항명사건, 제주 4.3 사건 등에서 이승만친일친미극우기독교 세력들이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육이오전쟁에 출전해 교전 중 전사한 당숙이 있고, 그 이전 여순 사태 때 진압군으로 투입되기 직전에 같은 동포를 죽일 수 없다며 탈영한 숙부가 있다.
육이오전쟁에 대한 죄는 오로지 김일성이 져야 한다. 이념 따위가 대체 뭐란 말인가. 연소득 50달러도 안되던 그 가난하고 힘든 시절,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친일도 하고, 친미도 한 것이지 그게 무슨 인종이나 종교나 집안만한 건더기라도 있는 것이란 말인가? 지금도 박사모며 뉴라이트, 노사모, 문빠 등이 떼를 지어다니며 목청을 높이지만 그저 저희들 이익을 위해 무리짓고 난동을 부리는 거지 거기에 무슨 이념이 있으며, 도덕이 있으며, 진실이 있던가. 예를 들어, 내가 여기서 극우기독교세력이라고 가리키는 사람들 중 원조 격인 서북청년단도, 실은 김일성에게 전재산을 빼앗긴 채 쫓겨 내려온 사람들의 분노가 뭉쳐 만들어진 단체이지 그들은 유태인이 아니다. 그저 완장차고 사람 죽이고 재산 빼앗는데 재미들린 그렇고 그런 '김일성에 분노한 젊은이들'일 뿐이었다.
이런 점에서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김일성 개인의 오판에 대해서는 아마도 역사가 엄중하게 평가할 것이다.

이처럼 큰 문제가 있음에도 우리가 오늘날 세계 패권국들과 어깨를 들이대며 버티고 있는 것은, 어쨌든 미국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이라는 큰 저수지에서 물꼬를 터주어 먼저 일본으로 흐르게 하고, 그 다음에 우리나라와 대만으로 흘러온 것이 현대사다.
육이오전쟁이 비록 김일성 개인의 오판으로 벌어진 전쟁이지만 미국인 13만 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유엔군으로 출전한 참전국 청년들이 많이 죽었다.
미국으로서는 할 말이 있고, 우리로서는 갚아야 할 빚이 있다. 그러다보니 초강대국 미국의 동의 없이 우리 힘만으로 남북 문제를 해결할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야 그들이 주군으로 섬기던 스탈린의 소련이 붕괴되고, 육이오전쟁 때 인민해방군을 보내준 모택동의 중국이 오래도록 가난에 시달려 자기들의 주권을 지키기가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의지해온 미국은 그 사이 전세계 패권을 확실히 거머쥔 초강대국이 되었다. 미국 말 잘 들으면 수출이 확 오르고, 말 안들으면 외환위기도 당하는 우리와 너무 밀접한 나라가 되었다. 친미를 해서 얻는 이익은 친일해서 얻은 이익보다 훨씬 더 컸다.
지금 그런 미국이 북한을 용납하지 않는다. 문재인 등의 낭만적인 친북 혹은 자주 세력들이 아무리 발을 구르고 악을 써도 미국을 상대로 버틸 힘은 없다. 통일만 된다면 나도 독립운동 가문의 아픔과 육이오전쟁의 아픔 따위는 잊을 각오가 돼 있다. 하지만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게 어려서 우유와 빵을 준 그 미국이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냉정해지자.
전쟁하는 마당에 적은 적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라는 사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재산 싸움하면서 형제간에도 칼부림하고, 부부간에도 피터지게 싸우는데 아무렴 남북이 스포츠나 게임하듯이 점잖게만 싸우겠는가. 우린 이미 수백만 명이 죽은 피의 전쟁을 치른 사이다.
집권여당은 북한에 대한 인내심을 버리지 말고, 어떡하든 미국을 인정하고 그들을 설득하기 바란다. 솔직히 말해서 난 당신들의 무능이 더 두렵다. 더 공부하여 도도한 역사 앞에 진지하기 바란다.

 

아버지는 일제에 징병되어 끌려가던 중 훈련소에서 탈출하고, 육이오전쟁 때는 장티푸스에 걸려 군에 가지 못하고 휴전하나자마자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