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통합당명 바꾸자는 요구는?
지금까지 우리는 위선적인 당명을 많이 써왔다. '열린' 당이라면서 실은 노빠에게만 문을 열어주고, '더불어' 당이라면서 실은 문빠 혹은 친문하고만 더불어 지내고, 한나라 당이라면서 철저히 영남에만 신경을 썼다. 심지어 민주란 이름을 가장 많이 내걸면서도 主라는 그 民은 오직 자기들을 지지하는 자만이고, 표를 주지 않는 지역이나 세력에 대해서는 싸늘하게 대했다.
현재 국민의힘도 그렇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영남의 힘인가? 왜 그 힘이 호남에서는 나오지 못하는가? 왜 서울, 경기에서는 그 힘이 나오지 않을까?
이준석 대표 이전에 호남유권자를 자신들의 국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 당대표가 혹시 있었나. 기억나는 건 '우리가 남이가' 밖에 없잖은가.
국민의당, 국민을 섬기자고 이 명칭을 썼지만 국민의 사랑을 받는데 여러 번 실패했다. 이준석 대표 혼자 힘으로는 안된다. 다같이 모든 유권자를 섬겨야 한다. 특히 선거를 결정짓는 중도 유권자는 매우 까다롭고 예민해서 어설픈 쇼로는 설득하기 어렵다.
몇몇 사람들이 반성하는 토론을 했다.
내가 말했다.
- '국민의'나 '열린' 혹은 '더불어'는 저희끼리 떼를 지어 뭉친 다음 나머지 국민을 어떻게 요리할까 연구해 보자는 것이다. 열린 문이지만 들어오지 않은 국민은 버리고, 더불어라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다는 오만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에이브러험 링컨이 1863년 11월 19일에 정의한 민주주의에 대해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1863년에 이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민주주의라는 것을 또렷하게 이해했다. 그러니 대통령이면서 두번째로 밀려 연단에 오르고, 앞에 연설한 에드워드 에버렛이 2시간이나 지루하게 떠든 뒤 지친 청중을 향해 던진 겨우 3분 짜리 짧은 연설이지만, <눈 밝은 기자들>은 이를 대서특필하여 오늘날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가장 정확한 말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1863년 음력 12월에 철종 이원범이 정치가 뭔지 국민이 뭔지 국가가 뭔지도 모른 채 궁녀들 치마폭에 덮여 있다 사망하자 거의 평생을 궁중에서만 살아온 대비 딱 한 여자가, 철종처럼 정치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경제가 뭔지, 군사가 뭔지 더 아득히 모르는 어린 아이 이명복(나중에 이재황)을 붙들어다가 충성 맹세를 받은 뒤 왕위에 앉힌다. 이 아이와 이 아이의 아비 이하응이 충성맹세한 대상은 조선의 백성이 아니라 오로지 대비 조씨뿐이었다. 지금 민주당의 여러 후보들이 국민이 아닌 문빠에게 충성경쟁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대선에 나갈 후보자들의 선친 묘를 버스 타고 찾아다니며 좌청룡이 어떻고 우백호가 어떻고 떠들어대는 신문기사가 <오늘의운세>와 함께 실린다. 관상이나 사주풀이는 유튜브에 장마철 빨래처럼 너줄하여, 천운이 어떻고 왕기가 있네 없네 따진다. 그래놓고 누가 누구 손을 잡았네 어쩌네 패거리를 따진다. 어디에도 국민은 없다. 누굴 대통령으로 뽑을지 정하는 건 국민인데도 정작 국민에게 묻는 언론은 없고, 기술자인 김종인이나 무당, 역술인에게 묻고, 어떤 노조나 교회가 미는지 살피고, 예능프로에 불러다 개그시키며 낄낄거린다.
국민의힘은, 지난 해 총선에서 국민의 버림을 받은 뒤 이미지 변신용으로 만든 당명이다. 비례의원 더 만들려고 민주당보다 더 먼저 꼼수로 만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흡수통합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당명이던 미래통합당을 버리고 이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무슨 철학이 있어 그런 게 아니다. 그러면서 총선 말아먹은 당시 선대위원장을 불러다 비대위장 맡겨 오늘에 이르렀다.
보선에서 서울시장, 부산시장을 차지했다지만,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 민주당 인사들의 입이 너무 거칠고 황당해서 유권자들이 분노했다고 보는 해석이 더 많다.
지금 국힘이 달라진 것이 대체 뭔가. 생물학적으로 36세 당대표? 그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하바드라면 지금은 버려진 인물 강용석 전의원과 홍정욱 전의원도 있고, 총선에서 기독교 탈레반으로 찍혀 떨어진 용인정 김범수(국힘), 같은 용인정 이탄희(민주), 그리고 양천갑 송한섭(국힘), 강남병 김한규(민주당)도 있다. 강남을 박진(국힘), 이달곤(국힘), 최형두(국힘)도 있다.
민주당이 송영길 대표를 뽑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조국, 추미애 등이 날마다 날뛰어주던 전과 같지 않다. 그동안 민주당의 힘을 빼고 유권자의 분노를 돋군 위선자들은 점차 안개 속으로 혹은 교도소로 사라지고, 국민이 가려운 게 뭔지 동물적 감각으로 가장 잘 파악하는 인물 중 하나인 이재명이 후보라도 되면 어쩔 것인가. 그가 대선 후보가 되면 지금처럼 눈 꿈벅거리며 A4나 읽는 정치, 조국 식으로 홧김에 쓰는 SNS 정치, 추미애식 막가파 정치, 정청래식 이빨 정치는 사라진다. 영화 <황산벌> 배우들처럼 전쟁은 하지 않고 욕설과 야유만 주고받는 저질정치는 이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마도 문빠 눈치만 보는 민주당의 이모, 정모가 경선탈락하고, 그래도 국민 보고 가는 편인 이재명이 후보가 되면 민주당 내 <황산벌>급 배우들은 대선에서 찌그러져 지내고, 새로운 실력자들이 등판할 것이다. 그때 가서 어쩔 것인가.
그래서 국민의당은 멀리 내다보자, 그런 의미에서 당명이라도 바꿔보자는 것이다. 국힘을 고집하자는 것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를 끝까지 함께 업고 가자는 것 아닌가. 우린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고, 그러니 털 것은 털고 가자고 주장한다.
에이브러험 링컨의 민주주의 정의 중 우리가 못해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정치'다. '국민' 보고 가자 하여 우린 국민의당이고 그쪽은 국민의힘 아닌가. 그러니 조수진 의원 말씀대로 못바꿀 것도 없잖은가. 우리 공통분모인 '국민'을 앞에 세우고, 링컨의 민주주의 정의에 따라 <국민을위한당>으로 가자.
집권당 <더불어민주당>과 통합야당 <국민을위한당>이 누가 더 국민에게 잘할 것인가 경쟁하는 정치를 하자. 그래야 큰 그릇이 돼 <선거심판자>인 중도 유권자를 끌어오고, 윤석열, 최재형, 김동연, 그밖의 여러 실력자들을 모셔올 수 있다.
'파란태양 > *파란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와 윤태화 (0) | 2021.06.28 |
---|---|
육이오전쟁 명칭 하나 제대로 정하지 못하는 나라 (0) | 2021.06.26 |
디지털 시대라 정말 다행이고 또 무섭다 (0) | 2021.06.13 |
인격은 말을 통해 드러난다. (0) | 2021.06.13 |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장사꾼 정치 (0) | 2021.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