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재미난 일이 많다.
화단에 있던 초롱꽃이 너무나 예뻐 지난 겨울 한 포기 캐어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러고는 집안에 들여놓고 애지중지 길렀다. 그러니 화단의 초롱꽃이 말라죽은 겨울에도 푸릇하게 잘 살고, 봄이 되니 새 줄기와 잎을 쑥쑥 키워냈다.
오, 꽃이 아주 탐스럽겠구나 싶어 더 열심히 물을 주고, 거름까지 주었다.
웬걸, 겨울에 죽은 듯이 숨어버린 초롱꽃은 여전히 꽃이 잘 피어나는데, 애지중지 보살핀 베란다 초롱꽃은 지금도 줄기와 잎만 키우느라 바쁘다.
이 사진은 지난 해 6월 22일에 찍은 초롱꽃이다.

이런즉 나는 베란다에서 햇빛 많이 받고, 거름 넉넉하게 먹고, 물도 아침저녁으로 시원하게 주니 더 꽃을 예쁘게 키울 줄 알았는데, 이 녀석으로부터 배신당한 기분이다.
오늘은 7월 15일, 올해 꽃 보기는 다 틀린 것같다. 가을에 혹 바람이 선선해질 때 뿌리(식물의 뇌)가 헷갈려 한두 송이라도 피워준다면 고맙겠다.

보라구, 이파리만 무성하다. 씩씩하기는 한데 도무지 꽃을 피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 물론 나는 안다.
십년 전이던가, 밭에 물길이 난 고랑 쪽으로 해바라기를 줄지어 심었는데, 물이 잘 빠져 늘 흙이 마르는 위쪽은 키가 다 크기도 전 8월에 꽃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아랫쪽은 늘 축축하고, 거름이 많다 보니 이 녀석은 9월말이 돼도 꽃을 피우지 않았다.
여기 11월 13일에도 꽃을 피우지 않는 해바라기가 증인으로 서 있다. 양지 바른 쪽 화분에서 자란 녀석인데, 철 모른 채 이러고 있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저 살기 좋으면 꽃을 잘 안피우고, 새끼를 잘 낳지 않는다. 저 혼자 살기 바쁘다.
요즘 출산율이 0%대인 것을 보면 저마다 살기가 참 좋은가 보다.
난 출산율 걱정하는 뉴스 봐도 겁 안먹는다.
전쟁이 나거나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경제 공황이 닥치면 출산율이 저절로 솟구칠 테니, 뭐 그때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난 이런 통계를 충분히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라고 자연이 속삭일 때는 그렇게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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