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정치 악습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안철수와 김종인은 2016년 총선 앞두고 민주당 비대위원장 대 국민의당 대표로 마주쳤다. 난 그를, 뇌물 먹고 감옥 갔다온 정치 낭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웬걸, 그 사나운 민주당 이빨들을 과감히 뽑아내며 공천 광풍을 일으켰다. 특히 관악에서 자기를 낙선시킨 이해찬을 낙천시킬 때는 눈에 광기가 서리더라.

 

그러던 중 국민의당으로 간 호남 정치인들더러 "돌아오면 공천 줄 테니 안철수 버리고 와라" 꼬드겼다.

민주당 탈당 때 "다시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서서"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는 안철수는 비록 위기감을 느꼈지만 "저는 지금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는 적뿐이다. 그래도 돌아갈 수 없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땅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저를 포함해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며 김종인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후 김종인은 멸망지경의 민주당에 숨통을 터주는데 성공(진박쇼, 나르샤 등 새누리당의 자책 덕분이지만)하고, 4년 뒤에는 느닷없이 민주당의 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갔다. 그러면서 줄곧 안철수만 비난하고 비방하고 물고 늘어졌다.

국힘에서는 황교안과 더불어 총선 말아먹은 뒤 보선 중에 비대위원장을 맡았지만 결국 당원들의 신뢰를 잃고 야인이 되고 말았다. 김종인은 안철수만 막기 바빴지 막상 오세훈 박형준 당선에는 큰 공을 세우지 못했다.

 

물론 그가 안철수의 싹을 짓밟고 가지를 베어내는데는 성공한 줄 알겠지만 죽이는데는 실패했다. 그러기로 말하면 김영삼은 낚시하러 간 적이 있고, 김대중은 정계은퇴하여 영국으로 피신한 적이 있고, 노무현은 탄핵당해 숨죽인 적이 있다.

난 2016년 국민의당 총선 때 초록버스유세단장을 맡으면서 중도 정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데(정당득표 1위했지), 그 사이 만덕산 뻐꾸기가 당을 둥지째 빼먹으려는 걸 저지하려 노력, 결국 그를 정계에서 퇴출시키는데 앞장섰다. 이 뻐꾸기는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먼지 한 점만큼도 공을 세우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흘러다니다 폐기되었다.

이번에도 나는 이익을 구하기 위해, 욕망을 이루기 위해 당의 이념이고, 도덕이고, 정의고, 양심이고 따지지 않으며 오로지 이기는 술수만 잘 알아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며 장사꾼처럼 구는 김종인이 정계에서 아주 떠나도록 도와드리고자 한다. 그는 그가 모신 정치인에게서 단 한 번도 인정받은 적이 없다. 민주당 돕고나서 민주당 욕하고, 국힘당 돕고나서 국힘당 욕하는 게 그의 패턴이다. 지금은 대선주자 윤석열이 자기 안쳐다본다고 갖은 악담을 퍼붓고 있다. 이런 더러운 정치 악습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 안철수가 비록 만덕산 뻐꾸기와 의리부동한 정치술수꾼에게 허리를 잘렸지만, 그렇다고 죽은 건 아니다.

이 나무 보라. 올봄, 정신 오락가락하는 한 노인이 수십년 생 모과나무의 둥치를 함부로 베어 가져갔다. 카페 같은 데 팔아먹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어제 살피러 갔더니 다시 싹이 나와 1m 가량 순이 뻗어 잘 자라고 있다. 주변 잡초를 정리해주었다. 올해야 모과가 열리지 못하겠지만 내년에는 열릴 것이다. 그 다음에는 더 많이 열릴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주 가끔 들러 살폈지만 이제 자주 손보려고 한다. 이 나무는 내가 딸에게 선물한 것이라서 기어이 거목으로 키우련다.

 

* 보라. 치매 노인(80세 넘은 내 종친)이 베어버린 이 모과나무, 다시 살아났다. 잘 자라고 있다. 밑동이 이리 튼튼하고 뿌리가 멀쩡하니 이런 시련쯤 거뜬히 이겨내고 잘 자라리라. 내 친구 신진환이 이 나무에 '이기윤나무' '광복절나무'라고 써놓았다. 광복이 뭐냐. 잃었던 빛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무지와 광기로 태극기 들고 조국기 들었던 국민들, 이젠 정신 좀 들 때도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