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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7 별군 맥스 루키 베키 미양 오들

오드리를 구조하다

2017년 7월 14일에 어미가 버린 새끼고양이를 구조했는데, 동물병원에 데려가 도움을 받았는데도 2주만에 기어이 숨을 거두었다. 구조할 때는 눈 못뜬 아기고양이였는데, 죽을 때는 눈을 뜨고 나를 보기는 했다. 이후 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사무치던 중 지난 겨울 길고양이 하나가 자꾸만 따라다니며 살려달라길래 결국 집으로 들였다. 이놈이 내 페북에 가끔 등장하는 미양이다.

 

오늘(2021년 7월 20일 오후 5시경), 저녁 산책 중 어미 잃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졸졸 따라왔다. 우리 베키와 별군이를 산책시키던 중이라 일단 뿌리치고 돌아왔다가 사료와 물을 가지고 다시 나가니, 이놈이 그새 산책 중인 부부를 따라 멀리 가고 있었다. 부부는 영문도 모르고 가, 가, 가 발을 구르는데도 이 놈이 가야 말이지. 내가 부지런히 따라가 이 놈을 잡아다 할머니들이 쉬고 있는 정자로 가 밥과 물을 먹였다. 내가 정한 고양이 급식소이니 정자로 와서 밥 먹으라는 교육을 시킨 셈이다.

 

할머니들이 고양이를 살펴보더니, 뱃가죽이 마른 걸 보니 하루이틀 꼬박 굶은 것같다, 어미를 어제나 오늘 잃은 것같다며 그대로 두면 죽을 거라고들 하신다. 엊그제도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죽었단다.

아, 이거 참. 눈 질끈 감고 아기 고양이가 사료를 먹는 동안에 집으로 도망쳐왔는데 자꾸만 눈에 밟혀 괴롭길래, 어쩌는 수없이 종이박스를 갖고 다시 정자로 나갔다. 없으면 말고 있으면 데려올 참이었다.

정자에 나가보니, 동네 이웃이 사료를 가져와 또 먹이고 있었다. 담배 피우러 나왔다가 이 놈이 자꾸만 늘어붙어 떠나지 않는다고, 집에 가야 하는데 못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배가 홀쭉해서 사료 갖다가 먹이는 중이란다.

지켜 보다가, 딸더러 분양 좀 해달라고 사진 찍어 보내고, 이 어린 생명을 상자에 담아 집으로 데려왔다. 목욕 시키고 귀를 닦아주니 제법 때깔이 난다.

 

* 고양이 특징

태어난 지 60일. 홍채 색깔이 좌우가 다름. 오른쪽은 파란색 왼쪽은 엷은 갈색이다. 이런 아이를 홍채 DNA 때문에 생기는 odd-eye라고 한다. 털은 흰빛, 다만 이마에 검은 점 두 개가 있고, 꼬리는 검정이다. 병원검진 완료. 다음주에 예방접종 예약.

* 위 사진은 목욕 후 물기가 덜 마른 상태. 실제는 털이 눈부시게 하얗다. 아래 사진 중 중간은 정자 아래에서 사료 먹는 중에 찍은 건데, 눈처럼 보이는 건 검은색 털이다. 아래 오른쪽은 목욕 전에 찍은 것으로, 오드아이인 줄 이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