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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황금별자리 & 하늘북

하늘을 향해 사형 선고를 내린 사람들

1900년 경에, 묵은 세상, 곪고 썩은 이 선천 상극의 시대를 때려부수고 서로 돕고 정직하고 바른 사람들이 숨쉬며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문빠나 태극기부대 같은 악귀들을 물리치고, 사기꾼, 위선자, 잡놈들의 혀가 오그라들고 손발이 꼬여 날뛰지 않는, 새 사람 새 세상은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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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늘북 3판을 내며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 감히 하늘을 향해 사형 선고를 내린 사람들이 있었다!
이 소설은 1999년 경향신문 연재소설 <당취(黨聚)>를 쓸 때 기획하여, 그 해 말에 발표했다.
2006년에 2판을 내고, 2020년 오늘 3판을 낸다.
구한말, 무능한 왕실과 타락한 조정으로 백성은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금수강산은 청(淸)나라 군대와 일본 군대에 짓밟히고 하늘마저 슬픔에 잠겨 있던 그 시절.
당시 일본을 개화시킨 인물 중 자유(自由)라는 불교 용어를 널리 퍼뜨린 후쿠자와 유기치(福沢諭吉)는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유길준, 윤치호, 서재필, 서광범을 제자로 기르며 조선의 개화를 간절히 염원했다. 하지만 개화파들이 일으킨 갑신정변은 무산되고, 김옥균 등은 참수형을 받아 그 꿈이 사라지자 후쿠자와 유기치는 "조선 인민을 위하여 조선 왕국의 멸망을 기원한다(朝鮮人民のために其国の滅亡を賀す)' 인민의 생명도, 재산도 지켜주지 못하고, 독립 국가의 자존심도 지켜주지 않는 그런 나라는 오히려 망해 버리는 것이 인민을 구제하는 길이다.”고 극언을 퍼붓는다.
이런 절망의 극한 상황에서 사상적으로 독특한 세계를 꿈꾸는 ‘미친’ 사람들이 조선땅에 나타났다. 이 세상은 혁명할 가치조차 없을 정도로 썩었다고 규정한 이들은 민란이나 혁명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더 큰 세계를 보고 더 큰 변혁을 꿈꾸었다.
한편 충청도 연산 사람 일부(一夫) 김항(金恒), 그는 일제(日帝)와 양이(洋夷)의 준동을 바라보면서 세상이 불의와 부정, 원한으로 가득 차서 이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치유 불능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했다. 안은 썩어문드러지고 밖은 사납게 날뛰었다.
결국 김항은 감히 하늘을 향해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는 선천의 묵은 하늘을 때려부수고, 그 대신 상생(相生)의 신천지, 새 하늘을 건설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19세기 말의 인류로서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새 하늘, 새 땅, 새 사람이라는 신천지를 설계했다. 그것이 바로 ‘정역(正易)’이다.
과거 2000년 동안 주역의 시대가 펼쳐졌다면, 이제 21세기는 정역의 시대가 열린다. 주역은 중국 주나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동양의 역술서이고, ‘토정비결’은 토정 이지함이 주역의 음양설을 근거로 하여 만든 일년 신수를 보는 예언서이다.
그러나, 김항의 ‘정역’은 주역의 시대를 마감하고 앞으로 펼쳐질 21세기 이후의 세계를 예언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역서라 할 수 있다. 즉, ‘정역’은 ‘주역’의 밀레니엄 버전이다.
《하늘북》은 곪고 곪은 종기처럼 터져버린 동학농민군이 궤멸당하고 일제가 시시각각 밀려들어오던 시절, 우리 한민족 역사상 가장 극심한 재앙기에 백 년 뒤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며 꿈을 잃지 않던 선각자, 철학자인 일부 김항, 증산 강일순, 수운 최제우 등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이 소설 《하늘북》은 1800년대 말이 무대이고,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120년 뒤 현대의 대한민국에 다시 태어나 새 하늘, 새 땅, 새 사람을 완성하기 위해 《황금별자리》를 찾는다.
* 하늘북(도서출판 선) / 선천 묵은 하늘에서 고통과 시련을 견뎌야 하는 주인공 나모하린이 말한다. "이승에 지친 제가 돌아가 쉴 곳, 하늘이 보였습니다. 그만 하늘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묵은 하늘, 묵은 땅에서는 너무 힘들어 못살겠습니다."
* 황금별자리(나무옆의자) / “묵은 하늘 묵은 땅에서는 혼탁악세를 평정하려면 사람을 죽여서 이뤘습니다. 알렉산더든 아틸라칸이든 칭기즈칸이든 주원장이든 당태종이든 히틀러든 메이지든 마오쩌둥이든 김일성이든 이승만이든 박정희든 선천 영웅들은 무수한 인명을 살육하여 원한을 생산하고, 탐욕과 악의 힘으로 세상을 침묵시키려 했습니다. 새 하늘 새 땅에서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늘이 허물 벗듯 묵은 하늘을 버리고 새 하늘이 될 것이니 새 사람, 즉 신인류는 스스로 구세주가 되어 서로서로 도을 것입니다. 묵은 하늘에서는 상극이 법이었으나 새 하늘에서는 상생이 법입니다"
* 하늘북 표지는 오래 묵은 동무인 수묵화가 김호석 화백이 그려주었다. 제호는 정종섭 전서울대교수가 써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