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세종 이도가 훈민정음을 만들어 널리 편 날이다.
난 주시경이 '정음(바른소리)'을 '한글'이라고 바꾼 것을 반대하기 때문에 '한글'이란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음은 글이 아니다.
하여튼, 정음이 발표되자 마자 최만리 등 머릿속이 중화사상으로 썩은 물건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이러한 자들 때문에 정음은 1894년 갑오경장 때까지 이 나라 이 민족의 문자로서 사용되지 못하다가 결국 일제의 힘에 밀려 쫓기는 중에 뜻밖에도 공용문자가 되었다.
문재인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한글날 기념한다면서, 한편으로 한류, 대박 같은 말이 세계어가 되었다며 자랑하면서 막상 자기 입으로는 '소프트파워'라는 영어를 써제겼다. 이게 바로 최만리 식이다.
이 나라에는 수많은 최만리가 있어 법원 검찰에서 쓰는 말, 행정부에서 쓰는 말, 의사들이 쓰는 말, 군대에서 쓰는 말에 지독한 '일본한자어'가 수두룩하다. 몇몇 소설가나 시인, 평론가 중에도 최만리가 있어 한문학자도 잘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를 마구 써서 지식자랑을 하기도 한다.
이 나라는, 정치인들이 골고루 썩어 임진왜란으로 크게 당하고도 기어이 일제에 망해 식민지가 되는 나라다. 그러고도 친일파가 다시 권력을 잡는 나라다.
오늘날 양아치, 아수라들이 날뛰는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이다.
한글날,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특권 의식, 잘난체 의식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훈민정음 창제에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같은 문자를 두고 중국인과 조선인의 발음이 서로 다르니 이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향찰이나 한자를 쉬운 한자로 표기하는 방식 등으로 발음을 표기해보기는 했으나 한문 도입 500년이 지나면서 서로 발음이 많이 달라지고, 중국 내에서 발음이 변한 것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확한 한자 발음을 적기 위해 정음 즉 바른소리를 만든 것이다.
또 하나는 백성들이 쓰는 말과 조선 공용어인 한문이 서로 달라 백성들끼리 서로 뜻이 통하지 않으니 말따로 글따로인 것을, 즉 조선어를 '바른소리'로 표기해보겠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목표 중 중국 발음을 제대로 표기하자는 것은 '당시'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한자자전마다 발음 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용어가 아닌 조선말을 표기하는 문제는, 왕비 민자영이가 불러들인 일본군이 밀고들어와 동학농민군을 몰살시키고, 이어 청일전쟁에서 이긴 뒤에 일본 위세를 빌어 내놓은 갑오개혁 때가 돼서야 겨우 성공한다.
일본한자어 쓰면서 토착왜구 타령하는 사악한 무리들이 넘치는 나라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실은 귀찮다만, 악귀들 날뛰는 중에 풀처럼 엎드려 있는 착한 귀들을 향해 이나마 쓴다.
* 그나저나 정음(바른소리)이 발표된 다음 시범사업으로 편 게 불경 번역인데, 그래서 번역된 불경이 꽤 많은데 오늘날 절간에서는 중국인도 못알아듣고, 한국인도 못알아듣고, 귀신도 못알아듣는 한자경전으로 외우고 기도한다. 이게 바로 언어로 특권을 가지려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다. 번역본으로 말하면 신도들이 쉽게 아니까 승려들끼리만 어려운 한문 숲에 부처님 말씀을 숨겨놓고 몰래 쓰려는 짓이다. 성철 같은 대선사라는 분도 한문을 발음만으로 마구 읊조리며 설법했다. 그걸 알아들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엎드리라는 뜻이리라.
*한글날 기념한다면서 제목부터 떡하니 '소프트파워'라고 쓰는 문재인
'이재운 작품 > 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제 때 친일하고, 이승만 때 독재 미화하고, 박정희 때 유신 찬양하고, 전두환 때 군부 찬양 (0) | 2021.12.28 |
---|---|
엄중이 무슨 뜻일까요? (0) | 2021.12.28 |
고독(孤獨) 뜻 (0) | 2021.12.19 |
단 한 톨의 먼지 뜻 (0) | 2021.12.09 |
化 的 性은 토착왜구들이 즐겨쓰는 일본어 찌꺼기 (0) | 2021.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