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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생활의 지혜

수면 양말

내 아우가 어디서 카이로프락틱을 배워 가지고는 형제들이 모일 때면 갖은 쇼를 한다. 지난 설에 경찰들이 고문하는 수단으로 잘 쓴다며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를 꼭 누르는 시범을 보였다. 큰형수가 자지러지며 물러났다. 둘째형이 비명을 지르며 얼른 발을 뺐다. 둘째는 빙그레 웃으면서 다음 사람을 기다렸다. 내가 나섰다. 형도 참기 힘들걸, 이러면서 아우는 힘껏 내 발가락 사이를 눌렀다. 약간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 더 눌러봐.

- 응?

- 잘못 눌렀는지도 모르니 다른 데를 눌러봐. 더 힘껏.

- 어어?

예상치 않은 임상결과에 아우가 당황했다.

그제야 내가 나섰다.

 

몸이 부실하면 발바닥에 지압봉을 갖다대기만 해도 칼로 쑤시는 듯 엄청나게 아프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지압봉으로 아무리 꾹꾹 눌러도 시원하기만 하다. 내가 그렇다.

 

나도 전에는 지압봉으로 발바닥 지압하는 걸 즐겼다. 몽골에 갔다가 상한 마유주를 먹고 큰 탈이 났을 때에도 지압봉으로 두 시간 내내 문질러대 고친 적이 있다. 그뒤로 지압봉을 몇 개나 사들여 온 식구들 발바닥을 문질러대는 게 취미가 되었다.

 

그러다가 이젠 지압봉을 거의 쓸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오십견 비법을 알아냈을 때의 허무도 느낀다.

 

원리는 간단하다. 두한족열, 머리는 시원하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한의학의 격언을 그대로 실천하는 거다. 밤에 잘 때 두터운 수면 양말을 신고 자면, 발의 열을 빼앗기지 않아 혈액순환이 잘 된다. 발끝이 따뜻해야 피가 잘 도는데 그걸 이 수면 양말이 도와준다. 평생 양말을 벗고 자온 나도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꾹 참고 신어보니 이젠 괜찮다. 숙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듯하다.

 

속옷 파는 가게에 가면 수면양말이라는 조금 두터운 양말이 있다. 등산양말처럼 질기거나 뻣뻣하지 않고 부드럽다. 겨울철에 신으면 보온 뿐만 아니라 보습까지도 잘 돼서 각질이 덜 생긴다. 이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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