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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남사당 놀이에서 온 말 2

이재운의 <우리말의 탄생과 진화>

- 남사당 놀이에서 온 말 2

 

은어는 특정 집단에서만 은밀히 쓰이는 말이라서 그 집단이 없어지지 않는 한 꽤 오래 간다. 일제가 패망하여 열도로 쫓겨간 지 60년이 넘어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 일본어 잔재가 사라져가는데, 적어도 일본식 발음은 사라졌는데 아직도 일본어가 원음 그대로 쓰이는 곳이 더러 있다. 인쇄, 편집, 건설, 조폭 같은 집단으로 이런 특정 집단에서 쓰이는 일본어는 마치 은어처럼 사용되기 때문에 잘 없어지지 않는다. 궁중어 같은 경우도 일종의 은어이며, 군대, 첩보부대, 경찰 등에서도 그들만이 쓰는 은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은어를 광범위하게 구사한 집단으로 주목할만한 곳이 바로 남사당이다. 남사당 은어는 천민 계급에 속하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암호문처럼 쓰였는데 상당수가 일반 어휘를 거꾸로 만든 것이다.

요강을 강요로, 영감을 감영으로, 대감을 감대로, 방구를 구방, 부자는 자부, 부적은 적부, 사주는 주사로 쓰는 식이다.

 

단골(무당) → 골단, 광대 → 대광, 국수 → 수국,

단골(무당) → 골단, 담배 → 배담, 도깨비 → 개비도,

병신 → 신병, 작두 → 두작, 전라도 → 라도절,

창부(倡夫) → 붓창, 환갑 → 갑환, 서방(신랑, 남편) → 방서

과부 → 부과, 신당(神堂) →

당신, 눈치쟁이(눈치꾼) → 치눈쟁이, 도적(도둑) → 적도,

도적질(도둑질) → 적도질, 박수(남자 무당) → 쑤백이,

보살 → 살보

 

남사당 은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숫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어떤 원칙이나 의미가 따로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독특하다.

 

1 → 제푼, 2 → 장원, 3 → 우슨

4 → 죽은, 5 → 조은, 6 → 업슨

7 → 결연, 8 → 얼른, 9 → 먹은

10 → 맛땅

 

남사당이 사용한 주요 어휘를 보자. 이중에서 지난 주에 적은 ‘민간으로 흘러간 어휘’는 빠져 있다.

 

(남자의) 성기 → 작숭이

(여자의) 성기 → 뽁

가다, 나들이하다 → 출하다

가짜, 거짓말 → 석부

가짜돈 → 석부이돌

개 → 서귀

고기 → 사지

고기장수 → 무야

고기장수 → 사지장수

군웅굿 → 능구굿

굿, 무가 → 어정

기생 → 생짜

기생 → 째생

꽹과리 → 구리갱

꾸지람하다 → 남소하다

나쁘다, 보기 싫다 → 거실리다

남자, 총각 → 남자동

넋 → 진오귀 *지노귀굿과 관련이 있다.

노름꾼 → 옴놀꾼

노름꾼 → 옴돌쟁이

노인, 할아버지 → 감냉이

눈 → 저울

달걀 → 춘이알

닭 → 춘이

대대로 내려오는 양반 → 대철지

도망가다 → 망도질하다

돈내다 → 이돌내다

동생 → 아랫마디

돼지고기 → 냉갈이사지

두루마기 → 웃버삼

떡 → 시럭

똥 → 구성

말 → 서삼질

매 → 타구리

머리 → 구리대

머리 → 글빡

머슴 → 섬사

목소리 → 설주

무당 → 지미

밉다, 나쁘다 → 거실하다

바보 → 여디

발(버선, 신발) → 디딤

밥 → 서삼

방 → 지단

배 → 서삼통

벙어리 → 어리병

벼 → 까리

변소 → 구성간

보리 → 퉁이

북, 장고 → 타귀

불고기백반 → 사지서삼

비국악인 → 개비

비국악인 → 비개비

사랑하다. 좋아하다. → 지순다

살풀이 → 풀이살

선 굿 → 큰어정

성교하다, 먹다 → 챈다

소고기 → 울자사지

소리 → 패기

소리꾼 → 패기꾼

손 → 육갑

손님 → 임소

수양 아버지 → 영수버자

수양 어머니 → 영수머녀

수양아들, 딸 → 속새

술 → 이탈

술 → 탈이

신부, 마누라 → 해주

쌀 → 미새

아버지 → 붓자(父子)

아이 → 삐리

아편 → 꼬챙이

아편 → 소낭

악사, 잽이 → 면사

안경 → 저울집

앉은 굿 → 앉은 구명

양반 → 철지

어머니 → 머녀

여자, 처녀 → 처녀동

예쁘다 → 뻐입하다

온다 → 실린다

옷 → 버삼

운다 → 앵도따이

웃다 → 뻐개다

월경 → 도경

음식 → 서금

이리 오다 → 이리실리다

이불 → 덮정

이빨 → 서삼틀

인삿말 → 살인

일본 사람 → 왜짜

입 → 서삼집

작은 마누라 → 작은 해주

작은 무당. 선무당 → 더러니

잠 → 시금

잠자다 → 굽히다

재수굿 → 수재굿

점 → 꾸리뭇

점쟁이 → 꾸리뭇쟁이

접대부 → 탈이 파는 자동

젖 → 육통

주인 → 연주

죽다 → 귀사하다

죽음 → 귀사

죽음 → 사귀

중 → 몽구리

집 → 두럭

징 → 왱이

춤 → 발림

코 → 홍대

큰무당 → 큰지미

판수(장님) → 사봉

푸닥거리 → 닥구리

필요 없는 사람 → 구정살

할머니 → 구망

할머니 → 허리벅

항문 → 구멍똥

형 → 웃마디

형사, 경찰 → 바리

홀애비 → 애비홀

화내다 → 절내다

환자 → 드러병

 

이재운(소설가․『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대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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