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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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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반이 갔다 오늘 오전 9시 43분, 멀리서 주지 소임을 사는 도반에게 "아직도 글 안읽고 있느냐?" 따지려고 전화를 거니 받지 않는다. 아침부터 무슨 기도를 하는 모양이다 하고, "중이 무슨 만날 기도나 한답시고 저 난리람" 도반의 게으름을 혀로 차버렸다. 지난 2월 2일, 스님이 죽을지 모른다는 소동 끝에 겨우 전화가 연결되었는데, "내가 32년 공부를 마쳤는데 원고 볼 정신은 있느냐?" 물으니 천연덕스럽게 "내 몸 내가 잘 아니 걱정말라. 대중이 호들갑떠는 거다. 원고나 빨리 보내라" 큰소리쳤다. 내가 아비즈냐(Abhijñā ; 神通)를 보이지 못하면 마친 게 아니니 대장경에서 구체적인 깨달음의 기전을 묘사한 경이 없느냐고 물으니 "증일아함경 광연품과 안반품을 보낼 테니 비교고찰하라"고 권한다. 이메일로 보내준..
자륜당이 말씀하시기를... 사캬 고타마 싯다르타가 서른다섯 살, 음력 4월 보름날에, 보리수나무 아래에 다리 꼬고 앉아 아나파나 좀 하다가 깨우쳤다니까 대충 참선 몇 년 하면 다들 그 경지에 가는 줄 안다. 의사 한 명 만들려면 6년의 기본 학습이 있고, 과학자가 노벨과학상 수상하기까지 아이디어 단계부터 시작하면 대략 10년에서 20년이 걸린다.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에 컴퓨터 기능을 넣어 스마트폰 만드니까 누구나 그럴 수 있는 줄 안다. 천만에, 한 생을 다 바쳐도, 즉 평생 매달려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 10생 정도는 닦아야 겨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붓다도 고백하지 않던가. 3000생 정도는 닦아야 겨우 말귀 알아들을 수 있다고. 사람들이 흔히 10년도 안해보고, 30년도 안해보고, 50년도 안해보고 무언가를 이룰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