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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아국인?

어제 신문에 예멘 사건을 담당하는 외교통상부 관련 사진에 '예맨 아국인 피랍 의심 사건'이라고 적은 상황판이 보인다. 다른 건 빼고, 여기 나오는 아국인이 참 재미있다. 등장인물을 보니, 구한말 막 양복입고 집무를 시작한 조정 관리들 같다.

 

'아국인'이라는 용어가 외교부에서는 자주 쓰이는 모양이다.

지난 예멘 관광객 자살 테러 사건 때도 아국인이라는말을 썼는데 이번에도 쓴다.

'우리 국민'이라고 하면 한 글자가 더 많아 잉크값이 더 드는지 모르겠다.

 

기왕 한글로 적을 것같으면 우리말로 써야 한다. 한자어를 발음만 적어놓으면 나중에 오랜 세월이 지나 후손들이 고생한다. 30년 전의 정부 문서를 봐도 헷갈리는 세상인데, 그걸 감안해 쉬운 말로 써줘야 한다.

공무원들은 이 나라가 중국의 속국이나 소중화(小中華)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한글이다. 아국인은 한글에서 떨어져나간 외래어다.

2009년에 1919년의 기미독립선언문 수준으로 언어 생활을 할 수는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고등학교 교과서에 쓰이는 어휘 정도라면 큰 무리가 없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