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제자가 아니다
춘성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거의 유일한 제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만해 한용운 스님도 춘성을 제자로 늘 자랑했고, 춘성 또한 만해 스님의 제자임을 당당히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만해 한용운 스님이 독립운동을 하다 붙잡혀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지내던 겨울 어느날. 제자인 춘성이 추위에 고생하시는 은사 만해 스님을 위해 두툼한 솜바지저고리 한 벌을 지어가지고 형무소로 면회를 갔다.
내복도 없던 시절, 홑옷만을 입으신 채 형무소 바닥에서 엄동설한에 고생하실 스승을 염려한 나머지 제자 춘성이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온 솜바지저고리였다.
제자가 만들어온 새 솜바지저고리를 넣어드리자 만해 스님이 제자에게 물었다.
“이것 보아라. 이 솜바지저고리를 만들라면 수월찮은 돈이 있어야 할 텐데. 그대가 도대체 무슨 돈이 있어서 이 비싼 솜바지저고리를 만들어 왔는가?”
“스님, 그런 건 염려마시고 따뜻하게 입으시기나 하십시오.”
“무슨 돈으로 만들었냐고 물었다. 대체 무슨 돈으로 이 솜바지 저고리를 만들어 왔느냐?”
“사실은… 달리 돈을 마련할 길이 없기에 절에 딸린 텃밭을 팔아 그 돈으로 이 솜바지저고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걱정 말고 입으십시오.”
“너 이놈! 절에 딸린 텃밭은 부처님 재산이거늘, 그걸 감히 네 마음대로 팔았단 말이더냐?”
“텃밭은 나중에 다시 사면 될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될 소리! 너는 부처님 재산인 사중 땅을 사사롭게 쓰기 위해 함부로 팔아먹었으니 죄 중에도 큰 죄를 지었다. 나는 너 같은 상좌를 둔 적이 없으니 오늘부터 당장 내 제자라는 소리는 입 밖에 내지도 말라!”
만해 스님은 이렇게 매섭게 제자를 꾸짖고 정성들여 만든 솜바지저고리를 내쳤다.
그 후로는 누가 물어도 춘성 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에게는 은사가 안 계십니다.”
'붓다의 사람들 > 만해 제자 춘성 일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회 가는 며느리, 절에 가는 시어머니 (0) | 2009.09.01 |
---|---|
시어머니와 며느리에게 주는 법문 (0) | 2009.09.01 |
주소와 본적 (0) | 2009.09.01 |
스승이 감옥 계시는데 어찌 더운방을 쓰랴 (0) | 2009.09.01 |
춘성 스님은 누구? (0) | 2009.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