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파란태양*

일본에서 철수하는 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일본 판매법인 '현대모터재팬'이 11월 27일자로 일본 내 판매사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유는 안팔려서다. 애들 말로 참 쪽팔리는 일이다.

 

 <현대차에 너무 높았던 일본 시장의 벽>

 

세계적인 자동차그룹을 꿈꾸는 현대자동차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고 너무나 모욕적인 일이다. 이 법인이 2001년부터 판 게 겨우 만5천대, 올해는 764대를 팔았단다. 이런 실력으로 감히 글로벌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만, 더 잘못된 것은 문제가 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난 현대차를 안탄 지 15년이 되었다. 정몽구 씨의 경영방식이 마음에 안들고, 덩치 등 외관에만 치중하는 전략이 싫기 때문이다. 섬세함이 부족하여 막상 쓰다보면 내구성이 약해 쉬 고장나고, 덜렁거리고, 소음이 나서 싫다.

지금은 망하고 없어진 한 가구 브랜드가 있었는데, 전에 딸에게 줄 책상 하나를 샀는데, 브랜드를 약간 비뚤어지게 붙여놓은 걸 보았다. 그걸 보고 그 회사가 머지 않아 망할 거라고 내가 악담을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사라져버렸다. 제 브랜드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업체는 반드시 망한다. 이런 조짐을 여러 번이나 현대차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는 꿋꿋하게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대단한 성공을 해오고 있으니 내 예측이 틀린 셈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망하는 걸 보면 현대자동차의 성공이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마도 현대는 싸구려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한국이고, 이 한국의 싸구려 시장을 발판으로 현대는 덩치를 키워왔다. 미국의 서민, 중국, 인도, 가난한 동유럽, 못사는 남미 등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난 서울올림픽 시절의 스텔라 자동차를 보고 현대가 얼마나 한국식의 외관 중심 사고를 하는지 혀를 찬 적이 있다. 출력은 약해빠졌는데 덩치만 부풀려놓은 차가 스텔라였다. 그래서 당시 부동산개발하는 사람들이 헛바람 넣기 좋아 그 차를 애용했다. 이 버릇이 2000년대에 다시 도진 게 에쿠스다. 덩치만 봉고차만큼 커가지고 역시 허우대 자랑하며 거짓말해야 먹고사는 부동산업자들, 조폭들, 건설업자들, 국회의원들이 많이 이용했다. 에쿠스(초기 버전)는 한국에서는 성공했지만 외국으로 한발짝도 못나간 차다.

 

어제인 11월 28일 드디어 통신시장에 아이폰이 출시되었다. 예약 고객이 6만명이고, 27일 저녁부터 아이폰을 사려는 행렬이 길게 줄을 섰단다. 삼성에서 옴니아폰으로 대결한답시고 출고가를 낮추고, 통신사들 역시 보조비를 주어 경쟁한다고 하는데, 어림없는 소리다. SK가 티스토어니 하며 광고를 해대고 갖은 난리를 쳐봐야 소용없다. 겉은 비슷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내실이 형편없는 수준이라 아마 한 달 안에 평정될 것이다. 하드웨어야 적당히 베낄 수 있을지 몰라도 소프트웨어는 단시간에 되는 게 아니다.

 

난 삼성제품을 싫어한다. 글로벌이라지만 글로벌답지 않게 거칠다. 장난이 너무 심하다. 아이폰을 사려고 벼르고 별러온 탓도 있지만, 사실 나는 선물로 받은 옴니아폰이 있어서 직접 써보고 하는 말이다. 지금도 쓰고는 있다. 그런데도 난 아이폰을 살 것이다. 옴니아폰은 버리지 못해 가지고 있을 뿐이다. 준 사람 성의가 있으니 전화 걸고 받는 용도로나마 쓸 수밖에 없다. 100만원이라는 그 값에 놀라 버리지는 못한다.

 

다시 말하지만, 현대차가 일본에서 망한 이유는 품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구루마'를 사는 거라면 현대차를 사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주고, 가족의 레저를 더 즐겁게 해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전통적이며 검증된 자동차를 원한다. 우리가 중국차를 안타려고 하는 마음이 곧 일본인이 현대차를 안타려고 하는 마음과 같다.

 

현대차에는 브랜드 전설이 없다. 자동차 강판만 넓게 댄다고 해서 명성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미군이 버리고 간 쓰레기 모아 차 만들어 팔았다는 건 역사가 아니다. 창의적인 역사를 실제로 만들어야 한다. 장인정신이 배어 있는 역사여야 한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벤츠, BMW,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은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품차들이다. 숱한 전설이 묻어 있다. 그런 눈으로 볼 때 현대차는 일본차 대충 베껴 만든 모조품일 뿐이다. 우리가 중국차를 보듯이 그들도 그렇게 깔볼 것이다.

 

현대차가 일본에 다시 들어갈  때는 제품을 더 정성껏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 브랜드에 문화라는 옷을 입혀 가야 한다. 그것이 백제문화든 뭐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한국문화와 연결하여 들어가야만 한다. 금속기술에 관한 우리 역사, 디자인에 관한 우리 역사를 자동차에 담아 가야 한다. 배용준을 모델로 쓴다고 차가 팔리면 세상에 그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배우 이미지로 통할 데가 있고 그렇지 못할 데가 있다는 사실조차 구분하지 못하다니, 안목이 너무 좁지 않은가. 첩 예쁘다고 정사에 참여시켰다가 망한 왕이 어디 한둘인가.  

 

어떤 여자가 <일본은 없다>고 하여 깔아뭉갰지만 일본은 뚜렷하게 존재하는 현실이다. 깔보고 무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원숭이같이 생겨먹은 놈이 전쟁은 무슨 전쟁이냐고 핏대 올린 조선시대 김성일 같은 정신머리로는 임진왜란을 막지도 못하고, 도리어 나라가 결딴난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후 단 몇십년만에 세계일류국가로 일어선 저력이 있는 나라다. 원자폭탄을 두 발이나 맞고, 엄청난 전비를 짜내느라 나라가 껍질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육이오전쟁을 기회로 삼아 또다시 세계일류국가로 재비상한 나라다. 대문 걸어잠그면 서양오랑캐가 안들어온다고 쇄국이나 하고, 좌우익 싸움질로 날샌 우리하고는 처지와 기본이 다르다.

 

우린 정치토론 하나 논리적으로 못하여 무작정 우기고, 목소리 높이고, 헛소리라도 많이 지껄이면 이기는 줄 아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나라다. 어제 사병복무기간을 18개월에서 조금 더 늘리느냐 마느냐 하는 텔레비전 토론을 보았는데 딱 그 수준이다. 한 야당 대변인이란 자가 나와 4대강 예산으로 국방 현대화하면 된다는 같잖은 주장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걸 보았다. 자나깨나 헛소리해도 유권자들이 환호하니 저는 저대로 신이 나서 그러고 있을 것이다. 그런 놈들이 이 나라 예산을 세우고, 감시하고, 이끄는 놈이라니 이런 사람들 눈높이만 열심히 맞추는 현대차가 어떻게 일본이며 유럽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겠는가.(한국 고급차 시장에서조차 현대는 이미 소외되고 있다. 관세만 철폐되면 한국 상류측에서 현대차를 탈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일본과 유럽 정통 시장을 뚫으려면 더 많은 공부와 인내가 필요하다. 일본과 유럽은 결코 싸구려 시장이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팔리는 것은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실용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도 있지만, 사실상 미국의 주류는 아직 현대차를 모른다. 서민들이 사주는 것이다. 현대차가 굴러다니는 나라들 면면을 보면 현대차 수준을 그대로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를 비하하려는 마음은 결코 없다.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여, 잘해보자고 이런 글도 쓰는 것이다. 현대는 공부가 필요하다.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남들이 백년 했으면 백년한 뭔가가 있다. 일이년에 따라잡을 수 없는 고유한 정신이 있다. 서둘지 말고, 잘난 척말고, 소비자를 진정으로 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국내소비자를 오리떼나 새떼 보듯이 이리 몰고 저리 몰면서 장난치는 짓 그만하고, 정통으로 도전하길 바란다.

 

비행기 만드는 정성으로 부품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보이지 않는 구석에 신경써서 빈틈이 없어야 한다. 뒷면에는 합판이나 대면서 앞만 반질반질하게 해놓는 우리나라 가구처럼 수천만원 짜리 자동차를 그런 식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소비자가 폐차할 때까지 평생 보지 못할 곳이라도 완벽하게 해놓아야 한다. 소비자가 모를 것같지만 다 안다. 범퍼 뜯어보고 그 안에 어떻게 마감질했는지 볼 기회 있고, 사고로 차 부서지면 속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다. 그때 중국제품처럼 거칠고 페인트 마구 묻어 있는 꼴 보면 다시는 그런 차 사고 싶지 않게 된다.

 

스스로 프로 작가인 줄 착각하던 한 아마추어 작가가 작품이 끝나도록 '와락 끌어안았다'는 표현을 180번이나 썼다면서 혀를 차는 출판사 사장을 본 적이 있다. 공부가 안된 채 작가 운운해봐야 한번은 독자를 속여도 두 번 속이지는 못한다. 한 문단에서 같은 부사나 형용사를 두 번 쓰면 어색하게 된다. 적어도 10매 이상 넘어가 독자가 잊을 만할 때 한번 더 쓸 수는 있다. 특수한 어휘는 책이 끝나도록 딱 한번만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체 비행기에 똑같은 부품으로 돌릴 수 없듯이 글도 그러하다. 그 아마추어 작가는 저절로 퇴출되었다.

 

현대차는 이 정도는 아니다. 충분히 기술력이 있다. 부족한 것은 장인정신이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철학이다. 8000억을 사회에 내놓는다고 하다가 판결이 이상하게 돌아가니까 입 싹 씻어버리는 그런 철학으로는, 내가 장담하지만 그 사람 생전에 현대는 일류가 되지 못한다. 전문경영자가 나서면 좋을 텐데, 그 철학으로는 분명히 세습할 테니 그 아드님이라도 열심히 독서를 하고, 견문을 넓혀 그 철학부터 확보해야 한다. 주인의 머리에 철학이 안서면 제품에서 혼이 빠져나간다. 내가 아는 한 창업자 정주영 씨 철학은 2등이 되는 철학이지 일류가 되는 철학이 아니다. 배울 건 배우기 바란다. 2등이라도 대단한 거지만, 일류를 지향한다니 이런 쓴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게 일본에서 짐 싸가지고 나오며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