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이래서 욕을 먹는가 보다.
SK와 KT가 충격 덜 받고 반전할 기회 주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보다.
전선에서는 적이 탱크타고 밀려오는데, 너희들은 독점 장사해라, 우리가 지켜줄게, 그러는 것같다. 내 눈에는 방통위가 전쟁 재벌 키우듯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적이 몰려오면 SK와 KT만 죽는 게 아니라 국민들까지 다 죽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 글 쓴 게 9월 26일인데 오늘은 11월 3일이다. 내가 다 머쓱하다.
사람들은 정치 사건에나 관심있지, 국가발전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헛소리에는 실시간으로 발작을 일으키면서 정작 이 나라 지식문화와 경제발전에 중요한 문제는 잘 보려하지 않는다. 아이폰으로 무선랜이 개방되고, 언제 어디서든 인류지식을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꿈같은 일인가.
난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로 와이브로를 발명했다고 해서 지식의 대폭발이 일어날 줄 알았다. 인터넷이 8비트컴이라면 와이브로는 16비트컴이나(그때 그 감격만큼) 그 이상가는 신천지가 열릴 줄 알았다. 뇌세포신경망인 시냅스를 촘촘히 연결해주는 지식의 고속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사방팔방으로 뻗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와이브로는 서울경기 일부에만 보급될 뿐, 그것도 가격이 비싸 이용자가 얼마 되지도 않는다.
할 수 있는 걸 하지 못하게 막는 게 반역이요, 매국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권익을 지켜주지 못하고, 꼭 뒷북치듯이 사람 잡는 짓하지 말아야 한다. 전에는 인터넷 선 하나로 컴퓨터 2개를 쓰면 속도가 느리니 어쩌니 하고 그렇게 야단하더니, 알고보니 천 명이 써도 문제가 없는 걸 같고 그 장난질이었다.(대용량데이터 말고)
엉뚱한 얘기지만, 난 해방된 지 70여년이 돼가는 마당에 친일인명사전을 저렇게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정치적으로 까발리며 발표하는 걸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주요 친일파는 이미 숙청되었거나 자연사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잡아들이는 사람들은 노무현의 무슨 수석인가 한 조병갑 손녀 조기숙 말대로 '생계형 범죄'에 가까운 사람들, 그것도 그들의 후손들을 망신주려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러기로 말하면 당시 일본에 가 일제의 혼까지 배우고 온 유학파들이 더 친일한 것이니 이들의 후손은 정계, 학계에 수두룩하다. 조선에 남았어도 일인이 교장하고 교사하는 중학 다니며 창씨개명한 사람들까지 친일이라면 안걸릴 사람이 드물 정도다.
난 박근혜가 주요 정치인으로 뜨지 않았더라면 친일파 문제도 더 나오지 않았으리라고 의심하는 사람이다. 박근혜를 잡고, 그래서 박근혜가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을 친일파 당으로 낙인찍어보려는 시도가 줄기차게 있다고 본다. 아울러 나는 민주당원이나 이미 민주당을 거쳐간 사람들 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친일했거나 아직도 있으리라고 의심한다. 증거도 있다. 내 친일, 내 반역은 괜찮고 왜 남의 친일, 남의 반역은 그토록 가혹하게 망신주고, 잔꾀로 삼으려 드는지 모르겠다.
친일문제는 역사다. 철저히 조사하고, 연구해서 실록처럼 역사 자료로 보관해놓고 거울로 삼으면 된다. 또한 친일보다 더 급한 것이 독립운동한 후손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교육 기회를 덜 받은 것에 대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작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친일파 척결이네 뭐네 하고 떠들 힘조차 갖지 못할 만큼 소외되어 있는 분들이 많다. 불의를 몰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땅에 묻힌 정의를 발굴해 햇볕 아래 내놓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굳이 어둠을 몰아내지 않아도 태양이 떠오르면 세상은 다 밝아지는 것처럼.
이런 의미에서 나는 방통위나 그전의 정통부가 잘못한 것에 대해 심히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이라도 있는 기술, 충분히 인프라가 갖춰진 기술이라도 막지 말고 물꼬를 터주었으면 한다. 숨기지 말고 다 드러내 놓고 정당한 게임을 벌여야 한다.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친일인명사전편찬이 중도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듯이 기술 세계에서도 누군가를 감싸며 뭔가 숨기고 있으면 반칙이 생기고, 거짓이 나온다. 어둠은 어둠을 낳는다.
나는 작가로 20년을 살아오면서 오늘날과 같은 지식개방시대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독자들이 좀 무식해야 작가들이 아는 체도 하고, 잘난 척도 하는데 요즘은 작가가 독자의 지적 수준을 뛰어넘기 쉽지 않다. 그러니 무슨 글을 써도 그리 잘 침투되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문학이, 글을 무기로 하는 신문, 언론이 힘을 못쓰고 있다. 생계에 위협을 받는 작가들이 부지기수다. 언론이야 힘이 있으니 앉아서 죽지 않고 방송으로 튀겠다고 저 난리 아닌가.
그렇다고 이러한 흐름을 역행시킬 마음은 없다. 오히려 더 개방하여, 지식의 독점시대를 종식시시키고, 누구나 다 똑똑해지는 현자의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이에 따라 작가는 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프로다운 면모를 보이면 된다. 전에는 조선왕조실록만 적당히 베껴도 소설이 되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작가들은 수십 권의 소설을 마치 번역원고 윤문하듯이 양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왕조실록이 작가 손에만 있지 않고 독자들 손에도 다 들어가버렸다. 심지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던 사고전서도 구할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공부해야만 길이 열린다. 공부하면 참말로 열린다.
지금 세계는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나뉘어 무역전쟁이 치열하지만, 사실상 인터넷의 발달로 그 격차가 줄고 있는 중이다. 미국 등 몇몇 열강의 정보 독점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미국인이 아는 걸 한국에 사는 나도 실시간으로 안다. 미국인이 보는 인터넷 정보를 나도 똑같이 보고 있다.
앨 고어가 말했단다. 미국은 군이 가지고 있던 군사무기인 인터넷을 민간에 개방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아이티 세상을 만들 수 있었다고. 삼성이나 SK나 우리 전자통신연구소나 엄청난 기술 만들어놓고도 돈 버는 순서를 따지느라 숨겨놓고 있는 게 많이 있을 줄 안다. 하지만 돈버는 것도 소중하지만, 그것이 이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쯤 생각하면서 해줬으면 좋겠다. 기업들이 성공하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SK나 KT는 제 국민 주머니 터는 거지 삼성처럼 세계시장에 나가 돈벌어오는 회사들이 아니잖는가.
조선후기같이 나라 재정이 파탄난 상황에서도 권문세가는 천석, 만석으로 부를 유지했다. 나라 안에서 저희들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건 역적이나 하는 짓이요,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이다. 여러 말 필요없다. 무선랜을 완전히 개방하라. 무선랜은 지식의 소통과 교류를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다. 방통위더러 지식을 생산하라고는 하지 않는다. 길만 닦아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거기로 자전거를 타고 가든 자동차를 타고 가든 그건 국민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일단 길이 나면 뭔가 소통이 될 것이고, 이에 자극받아 금세 좋은 지식정보들이 활발하게 오갈 것이다.
아이폰 기다리다 화가 나서 글이 좀 거칠어졌다. 양해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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